내륙 가운데 해망海望이라니, 중국인 못지않은 양반님네 허풍이라 여겼다. 그러나 없는 바다를 불러 눈앞에서 생생하게 구현하는 상상력은 대담하고 아름답다. 안계 비안 너른 벌판에서 수평을 보는 해발 400m의 고도감, 실하고 벅차다. 입안에 구르는 이름이 자주 뒤집어진다. 해망에서 망해望海.
예전 돌고개에서 건지봉 문암산 가며 보았던 별난 지질 지형도 다시 만난다. 곳곳에 몽돌 나딩굴고 파도자국 깊이 패인 바위들, 한때 바다였던 산에 새겨진 흔적들... 의성벌 너른 수평 벗어나 몸 일으키는 산줄기가 수평으로 곧다. 잊혀진 기억 너머 돌아보는 해망海望의 능선, 멀리가는 지평.
참한 원점회귀 조망 능선 코스.
울산 경주쪽 가야할 코스들 아직 많은데, 가볍게 후딱 다녀와야 할 일 생긴다. 만만히 보여 낙점한 코스. 허나 지질 궁금 떨랴, 여기저기 조망처 기웃거리랴 걸음 더디다. 때로 낙엽수북하니 가팔라 은근 까칠하기도 하다. 다행히 날씨는 마냥 포근.
길 벗어나 조망후 다시 휘리릭 내쳐간다. 한참 가다보니,
어라? 화장산쪽 능선이 오른쪽 건너 보인다? 지도 꺼내보니 알바 중... 사면 타고 등로 복귀.
화장산 치오르기 전 안부, 왼쪽 사면길 있다. 무심코 지나쳐 화장산 오르다가...
혹 저거, 화장굴 수월하게 가는 길 아닐까? 비탈 내려 사면길 접어든다. 더러 흐리지만 꾸준히 이어져 화장굴 능선에 붙는다.
예까지 온 김에 만장사도 보고 갈까...? 내려서다가, 길가에 딩구는 목판이 보여 뒤집으니,
'산성, 굴 가는길' 이라 적혀 있다. 산성이 있다고? 절집 대신 산성을 보자, 되돌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