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경주 내남 안심리 청두마을 당산(09:45)~수통골마을~아홉살고개~선도산~도진방고개~산불초소봉~574봉(왕복)~역산 조망바위~복안산3~출발지점(15:25) gps로 10.8km
경주의 남쪽, 낙동정맥에서 동으로 뻗는 산줄기들이 착잡하게 얽히며 첩첩 골들을 빚어내는 곳. 높지 않으나 고원처럼 둥근 산마루들이 은근히 가파른 비탈 떨구며 꽤나 깊은 맛 자아낸다. 울창숲 좋은 능선이라 조망산행보담 산빛 고운 시절에 찾고 싶었음일까? 남산과 단석산에서 입맛 다신 지 오래건만 이제사 찾아본다.
선도~복안만으론 코스 짧고 조망처 워낙 빈약하다. 일대 최고봉 574봉 묶어 목초지와 고랭지밭 산재한 고사리(박달4리) 고원 지형 잠깐 엿본다.
574봉 아래 바람 등진 양지녘, 시야 가득 빈밭에 쏟아지는 겨울 햇살이 눈부시다. 건너엔 한 마리 거대한 짐승처럼 복안산릉이 웅크리고 있다. 지명에 담긴 지형지세가 새삼 흥미롭게 와닿는다. 맞서 펼치거나 나서기보다 비켜서거나 숨고 낮추려는 이들이 찾아들었을 땅, 긴장과 번잡 벗어나 살만한 바깥같은 깊은 속. 안심安心 복안伏安... 이와 묘하게 어긋나면서도 그 비켜남과 은둔의 마음 짐짓 갈무리하며 내실內實한 삶의 끈 지탱하려는 기운 느껴지는 또다른 지명 박달과 향양向陽이란 편액 따위...
멍때리며 걸어 숲으로만 지나치는 선도, 실컷 보고 에둘렀지만 정상 밟지 않은 복안. 울창숲 곳곳 멋스럽지만 조망없는 능선길, 무채의 이 계절엔 어쩔수 없이 단조롭고 쉬 지루해진다. 이른 봄빛에 다시 천천히 걸어보고 싶은 산줄기와 미로같은 골들,이라 해야 할까? 닫아걸지도 내치지도 않을 이름들이니, 미련도 기약도 없는 숙제들...
향양문向陽門, 수통골 지형과 저 자리에 기막하게 어울리는 이름이다. 동남향 누각에 올라 해뜨는 쪽을 함 보고 싶다.
질암質菴이 뉘실까, 보다 아름다운 수통골과 잘 어울리는 빛바랜 고풍 한옥이 더 눈길 끈다. 옛 건물이 아니라 금세기에 지어졌다는 사실조차 기분좋은 놀라움일 따름. 우아한 누각 앞세운 넉넉한 공간감이 인상적이라 한바퀴 둘러보고 싶은데, 옆집 개쉐이가 잡아먹을 듯 짖어댄다. 짱은 질려 돌아서버리고 나 또한 시끄럽고 거슬려 들다 만다.
멀리 묵장산릉과 준주봉 줄기가 든다. 새삼 향양문의 위치와 시야각이 참 절묘하단 느낌. 마석과 묵장 사이 낮게 흐르는 삼태 줄기 위로 뜨는 해가 보이는 계절이 언제일까, 궁금해진다.
계곡따라 아홉살 고개 바로 오르는 길은 없는 듯, 길은 산자락 감돌아 고개에 붙는다. 이어지는 능선길, 내내 조망없는 울창숲이다.
산불초소봉 오름길이 가파르다. 수북한 낙엽이 너무 미끄러워 지그재그로 오른다.
초소 근무자 있는 듯한데 무전기 소리만 들릴 뿐 기척이 없다. 고개 내밀면 인사 나누고 좀 올라서서 둘러볼 텐데, 사방 커튼 쳐놓고 잠잠하니 불쑥 들이댈 수도 없고....
대충 한바퀴 둘러보고 나니 근무자 고개 내민다. 좀 일찍 나오시지... 인사만 나누고 갈길 간다.
574봉 바로 가지 않고 초소봉 북서쪽 지능선으로 잠시 내려가본다. 조망바위 있다.
되돌아와 574봉으로 간다. 능선 따르려 했으나 덤불 우거졌다. 들머리 보이질 않으니 길이나 될런지? 임도따라 간다. 초소근무자 드나드는 길이다.
574봉은 오늘 코스 최고조망처라 할만하다. 더 늦은 오후햇살이라면 저 산릉들 윤곽이 한층 살아날 텐데...
코끼리 눈같은 역산 자락 바위. 조망 될듯하여 찜해 놓는다.
아울러 넉넉한 복안산릉 고스란히 눈에 담았으니 굳이 정상은 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정맥 소호고개 북쪽 701봉에서 동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줄기, 겉보기엔 동일 생활권인 경주 내남 박달리와 울주 내와리를 나누는 시경계를 이룬다. 선도 복안 준주까지 이어지며 이조천과 복안천을 물가름하는 분수령이 된다. 형산 태화 분수령 호미지맥이 저 천마산을 지나가니 이조천 복안천 모두 형산강 수계다.
저 포장농로를 따르면 고사리 마을까지 내려가겠지만, 거기서 시계를 따라 복안산 치올라도 되겠지만, 그저 지나가는 생각일 따름.
그보단 저 고원 건너보일 백운이나 고헌산 다시 함 올라보아야겠다는 생각... 이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일 터.
초소봉 쪽으로 되돌아간다. 근데 길가에 봄꽃이...?
임도 따르다가 초소봉에서 복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올라붙는다. 아마 마지막 북쪽 조망처일 듯.
복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간벌목 어수선하다. 뒷정리 허술하여 걸리적거리는 것도 그렇고, 솔숲 가꾼답시고 진달래와 철쭉 싸그리 베어낸 것도 못마땅.
역산 에둘러 가다가 조망바위 오른다.
복안산 정상은 미련없는 숙제로 남겨둔다. 언젠가 준주봉과 이어 걸어보고 싶을지도 모를 일...
잠시 디따 가파르게 내리꽂는다. 무릎 위까지 낙엽 밀며 미끄러져내린다. 정신없이 내리꽂다보니 갈아탈 능선마저 놓치고 사면 가로지른다. 다들 그러는지 그게 길이 되었다.
날머리 100여m 앞둔 지점에선 길막는 울타리. 굳이 넘어가기 싫어 짐승길따라 그냥 내려선다. 가파른데다 나뭇가지까지 회초리질. 할랑하던 산행이 은근 드센 막판이다.
이른 하산, 시간 넉넉하니 나가는 길목 안심리 암각화 기웃거린다. 길에서 200m 채 되지 않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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