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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상권

경주 선도산~복안산 211214

by 숲길로 2021. 12. 15.

 

코스 : 경주 내남 안심리 청두마을 당산(09:45)~수통골마을~아홉살고개~선도산~도진방고개~산불초소봉~574봉(왕복)~역산 조망바위~복안산3~출발지점(15:25) gps로 10.8km

 

 

경주의 남쪽, 낙동정맥에서 동으로 뻗는 산줄기들이 착잡하게 얽히며 첩첩 골들을 빚어내는 곳. 높지 않으나 고원처럼 둥근 산마루들이 은근히 가파른 비탈 떨구며 꽤나 깊은 맛 자아낸다. 울창숲 좋은 능선이라 조망산행보담 산빛 고운 시절에 찾고 싶었음일까? 남산과 단석산에서 입맛 다신 지 오래건만 이제사 찾아본다.

선도~복안만으론 코스 짧고 조망처 워낙 빈약하다. 일대 최고봉 574봉 묶어 목초지와 고랭지밭 산재한 고사리(박달4리) 고원 지형 잠깐 엿본다. 

 

574봉 아래 바람 등진 양지녘, 시야 가득 빈밭에 쏟아지는 겨울 햇살이 눈부시다. 건너엔 한 마리 거대한 짐승처럼 복안산릉이 웅크리고 있다. 지명에 담긴 지형지세가 새삼 흥미롭게 와닿는다. 맞서 펼치거나 나서기보다 비켜서거나 숨고 낮추려는 이들이 찾아들었을 땅, 긴장과 번잡 벗어나 살만한 바깥같은 깊은 속. 안심安心 복안伏安... 이와 묘하게 어긋나면서도 그 비켜남과 은둔의 마음 짐짓 갈무리하며 내실內實한 삶의 끈 지탱하려는 기운 느껴지는 또다른 지명 박달과 향양向陽이란 편액 따위...

 

멍때리며 걸어 숲으로만 지나치는 선도, 실컷 보고 에둘렀지만 정상 밟지 않은 복안. 울창숲 곳곳 멋스럽지만 조망없는 능선길, 무채의 이 계절엔 어쩔수 없이 단조롭고 쉬 지루해진다. 이른 봄빛에 다시 천천히 걸어보고 싶은 산줄기와 미로같은 골들,이라 해야 할까? 닫아걸지도 내치지도 않을 이름들이니, 미련도 기약도 없는 숙제들...   

 

 

 

청두마을 당산, 소사나무같다는 첫인상이지만 저리 큰 소사는 본적이 없다. 무슨 나무일까?
수통골 가는 마을길에서 돌아보다. 역산 좌우 능선이 날개 편듯
가장 오른쪽 봉우리가 산불초소봉쯤?
살짝 골 열리는 동쪽으로 마석산과 삼태능선
수통골 내려서는 화산 고개에서 돌아보다. 둥글게 드러난 줄기가 하산릉
수통골 마을. 아늑함이나 경관이 출발지 청두마을과 비교되는데, 내눈엔 수통골이 더 나은듯
오호, 때깔좋은 냥이들~! 해바라기 중이시네~~
지형 관련 표시가 전혀 없다. 이걸 보고 머할 수 있을까...
질암정사 향양문. 길은 저 오른쪽이다

향양문向陽門, 수통골 지형과 저 자리에 기막하게 어울리는 이름이다. 동남향 누각에 올라 해뜨는 쪽을 함 보고 싶다.

 

질암정사

질암質菴이 뉘실까, 보다 아름다운 수통골과 잘 어울리는 빛바랜 고풍 한옥이 더 눈길 끈다. 옛 건물이 아니라 금세기에 지어졌다는 사실조차 기분좋은 놀라움일 따름. 우아한 누각 앞세운 넉넉한 공간감이 인상적이라 한바퀴 둘러보고 싶은데, 옆집 개쉐이가 잡아먹을 듯 짖어댄다. 짱은 질려 돌아서버리고 나 또한 시끄럽고 거슬려 들다 만다.

  

 

산길 접어들며 돌아보다. 멀리 준주봉과 묵장산릉이 든다.

멀리 묵장산릉과 준주봉 줄기가 든다. 새삼 향양문의 위치와 시야각이 참 절묘하단 느낌. 마석과 묵장 사이 낮게 흐르는 삼태 줄기 위로 뜨는 해가 보이는 계절이 언제일까, 궁금해진다. 

 

개울 건너 올라선 산소에서 굽어보다

계곡따라 아홉살 고개 바로 오르는 길은 없는 듯, 길은 산자락 감돌아 고개에 붙는다.  이어지는 능선길, 내내 조망없는 울창숲이다.  

 

숲 사이로 멀리 남산릉이 떠올라 걸음 더뎌지지만 시야 트이는 곳은 없다.
울창한 철쭉숲길
울창숲 육산릉 걷다가 정상 부근에서 바위 만나니 낯설 지경이다. 그러나 조망될만한 곳은 전혀 없다
돌 없어 소박한 정상. 맘에 든다.
너른 마루금따라 이어지는 울창숲
510봉 못 미친 변곡 지점, 행여 조망될까 싶어 북으로 기웃거리지만... 바위는 있는데 조망은 없다.
묵은 도진방고개 지나 첫 조망바위에서 건너보다. 낙동정맥 방주교회에서 안테나 있는 605봉까지
당겨본 방주교회
좀 단조롭게 느껴지는 정맥, 오른쪽 잘룩한 곳이 상목골재
상목골과 박달리 도진마을.
잠시 후 또다른 조망바위에선 단석산까지 시야에 든다
왼쪽 574봉

산불초소봉 오름길이 가파르다. 수북한 낙엽이 너무 미끄러워 지그재그로 오른다.

 

목초지 가운데 초소가 우뚝하다.

 

먼산 톱아본다. 단석 오른쪽으로 호암 벽도,동대봉 그 사이로 운주와 도덕이 아른거린다.

초소 근무자 있는 듯한데 무전기 소리만 들릴 뿐 기척이 없다. 고개 내밀면 인사 나누고 좀 올라서서 둘러볼 텐데, 사방 커튼 쳐놓고 잠잠하니 불쑥 들이댈 수도 없고....  

 

 

남산릉과 마석 너머 토함 동대봉, 조항...
마석 우로 조항, 오른쪽으로 삼태지맥 줄기. 묵장은 복안산릉 너머 살짜기...
복안산릉 너머 묵장 치술령 국수...

대충 한바퀴 둘러보고 나니 근무자 고개 내민다. 좀 일찍 나오시지... 인사만 나누고 갈길 간다. 

 

574봉 방향으로 간다
큰 기복없이 단조로운 낙동정맥 줄기. 너머 고개 내미는 것들이 있다. 왼쪽은 발백? 오른쪽은 만봉?
구름이...

 

574봉 바로 가지 않고 초소봉 북서쪽 지능선으로 잠시 내려가본다. 조망바위 있다.

 

574봉
도진마을과 박달저수지

 

초소봉 오르기 전 조망처와 비슷하지만 좀 덜 단조롭고 넉넉한 시야

되돌아와 574봉으로 간다. 능선 따르려 했으나 덤불 우거졌다. 들머리 보이질 않으니 길이나 될런지? 임도따라 간다. 초소근무자 드나드는 길이다. 

 

 

574봉 오르며 돌아보는 복안산릉
574봉 고랭지밭 끝에서
복안 너머 묵장산릉이 윤곽 다 드러난다. 오른쪽으론 호미지맥 천마산릉.

574봉은 오늘 코스 최고조망처라 할만하다. 더 늦은 오후햇살이라면 저 산릉들 윤곽이 한층 살아날 텐데...

 

복안산릉, 한마리 웅크린 짐승같다. 푹 퍼진 코끼리?

코끼리 눈같은 역산 자락 바위. 조망 될듯하여 찜해 놓는다. 

아울러 넉넉한 복안산릉 고스란히 눈에 담았으니 굳이 정상은 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좀 더 아래 지점에서 당겨본 토함 조항과 마석
마석과 조항
둥근 복안산 정상부 위로 묵장~치술령. 얼마전에 올랐던 묵장산 서릉 조망바위들도 보인다.
복안과 천마산 사이로 골짜기, 시계능선과 지맥 사이 복안천 수계

정맥 소호고개 북쪽 701봉에서 동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줄기, 겉보기엔 동일 생활권인 경주 내남 박달리와 울주 내와리를 나누는 시경계를 이룬다. 선도 복안 준주까지 이어지며 이조천과 복안천을 물가름하는 분수령이 된다. 형산 태화 분수령 호미지맥이 저 천마산을 지나가니 이조천 복안천 모두 형산강 수계다. 

 

천마 아미 백운...
식후에 574봉 올라본다. 우거지고 함몰지 같은 구덩이 있다.
불녕산? 검증된 이름일까? 고도는 옛지도 기준일까? 1m 오차.
574봉 내려서며
초소봉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햇살 풍성한 박달고원(?) 좀 음미하려 고랭지밭길따라 내려간다.
천마 아미 백운

저 포장농로를 따르면 고사리 마을까지 내려가겠지만, 거기서 시계를 따라 복안산 치올라도 되겠지만, 그저 지나가는 생각일 따름.  

그보단 저 고원 건너보일 백운이나 고헌산 다시 함 올라보아야겠다는 생각... 이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일 터.

 

밭에 일하는 사람 보인다. 당겨본다.
무슨 작물일까?

초소봉 쪽으로 되돌아간다. 근데 길가에 봄꽃이...?

 

광대나물, 따뜻하고 햇살 좋은 박달고원이다.

임도 따르다가 초소봉에서 복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올라붙는다. 아마 마지막 북쪽 조망처일 듯.

 

남산릉과 토함산릉
당겨본 고위봉, 이무기릉 바우와 천룡사지까지...

복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간벌목 어수선하다. 뒷정리 허술하여 걸리적거리는 것도 그렇고, 솔숲 가꾼답시고 진달래와 철쭉 싸그리 베어낸 것도 못마땅.

 

숲 사이로 보는 단석산
비지리 들여다보이면 참 좋을 텐데... 조망없던 선도산릉이 새삼 아쉽다
솔숲이 좋다. 간벌해가며 가꿀 만하다.
오전에 올랐던 선도산릉 너머 벽도와 경주 시내 선도산 보인다.
벽도 선도 너머 도음산 바람개비
시내쪽, 경주에도 아파트가 저리 많았나?
산소같은 산봉들, 너머 소금강과 약산릉, 오른쪽 너머 헐벗은 도투락목장터

 

역산 에둘러 가다가 조망바위 오른다.

 

역산 조망바위에서 보는 고사리, 너머 정맥 백운산릉, 너머 문복과 앙증맞은 가지까지
오전햇살이면 더 좋을 텐데...
가운데 574봉, 초소는 보이질 않고 목초지만 희끗
선도산릉 우로 단석산.
방주교회 너머 보이는 건 만봉이?
역산 지나 복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펑퍼짐하니 너르고 울창하여 꽤 숲깊은 맛이다.
걷는 맛 좋아 잠시나마 복안산까지 다녀올까, 맘이 흔들리지만....

복안산 정상은 미련없는 숙제로 남겨둔다. 언젠가 준주봉과 이어 걸어보고 싶을지도 모를 일...

 

북향 하산릉 접어드니 서풍에 몰린 낙엽이 엄청나다.
도중 숲 사이로 당겨본 남산, 오후햇살에 바위빛 유난하다. 비파곡 삼층탑까지 선명.

잠시 디따 가파르게 내리꽂는다. 무릎 위까지 낙엽 밀며 미끄러져내린다. 정신없이 내리꽂다보니 갈아탈 능선마저 놓치고 사면 가로지른다. 다들 그러는지 그게 길이 되었다.

날머리 100여m 앞둔 지점에선 길막는 울타리. 굳이 넘어가기 싫어 짐승길따라 그냥 내려선다. 가파른데다 나뭇가지까지 회초리질. 할랑하던 산행이 은근 드센 막판이다.  

 

내려서니 개울
다시 당산 아래서
마을 입구 먼산을 본다. 낮은 산줄기가 포근히 닫는 아늑한 시야, 뒤집어 말하면 답답한 시야.

이른 하산, 시간 넉넉하니 나가는 길목 안심리  암각화 기웃거린다. 길에서 200m 채 되지 않는 거리.

 

그런데...
머가 보여야지? 점 몇개...
암각화보다... 겨울 늦은 오후, 벌판 한가운데 덩그런 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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