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경주 안강 하곡리 성산서당(09:40)~삼성산~오룡고개~도덕산~자옥산~성산저수지~출발지점(15:20) gps로 10.05km
지난 어래~봉좌산행이 남긴 일말의 조망갈증이 일대 산릉들 묵은 기억 갱신하고픈 욕망 일깨운다.
암팡지게 불거지는 봉우리들 잇는 가파른 능선이 마주선 벼랑길마냥 높고 숨차다. 잎진 계절 수북한 낙엽, 러셀하듯 밀고 올랐다가 밀고 내린다. 아직은 적설 이전, 서풍에 실려오는 검푸른 산줄기, 눈시린 조망 달구며 11월 햇살이 진종일 따사롭다.
부실 무릎 다독여가며 조망처마다 다 기웃거리며 가자니 거리에 비해 은근히 힘든 코스다. 허나 날씨가 더 바랄 나위없이 좋다. 조망산행 호시절.
안강벌 동쪽 끝에서 형산강 세 물길이 모인다. 성법령에서 남향한 기계천과 안강벌 남쪽을 받치며 동진한 칠평천, 경주 전역을 수계 삼은 본류가 합수한다. 잘룩한 저 형산 제산은 형산강이 영일만으로 들기위해 그 사이를 지나야 하는 관문노릇을 한다.
너덜 벗어나 가파른 낙엽길 접어들었다가... 능선 올라서는 막바지, 길 벗어나 조망바위로 직행한다.
둥글게 솟아오른 대지에서 움켜쥔 하늘의 손바닥天掌을 보는 상상력은 놀랍고 역동적이다. 게다가 에로틱하리만치 감각적으로 생생하다. 한편으론 거대한 고분같은 산. 삼성산에서 보았던 구릉같은 산줄기들이 띠무덤처럼 보였다면, 잎진 겨울산의 깊은 침묵 더불어 이 시절 저 천장은 장대한 하늘무덤天葬이라 해도 좋겠다.
조망바위 벗어나 주능선 잠시 가다가... 동쪽에도 조망바위 보인다.
가파른 낙엽 헤치며 기어오르다가 도덕산 주릉 걸으니 가히 고속도로다. 금세 정상.
저 곳도 가본지 워낙 오래라 정작 옥산서원은 당겨보질 못했다. 어디가 어딘지 깜빡~
삼성산 도덕 자옥산 천장산이 빚어내는 지형은 꽤 절묘하다. 얼핏 천장산 자락을 흘러내린 물도 성산 저수지로 향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낱같은 정맥 오룡고개가 물길을 나누어 천장 자락은 삼포지 수계가 된다. 하나의 분지가 두 수계로 나뉘지만 생활권은 하나다. 정맥과 무관하게 오룡리 삼포리 모두 영천 고경면에 속한다. 경주와 영천을 나누는 경계는 다름 아닌 성산지 아래 협곡같은 관문이다.
당초엔 여유로운 코스라 여겨 자옥산릉 452봉에서 성산서당쪽으로 흘러내린 지능선을 따라 하산하려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그닥 여유롭지 않다. 산길 짧고 등로 확실한 옥산지쪽으로 하산키로 한다. 엄청나게 낙엽 밀며 내려온다. 막바지엔 제법 가파르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