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 바뀌고 세월 흐르니 같은 산길 걷는 맛이 사뭇 다르거나 낯설게 느껴진다. 남과 북으로 코스 나누어 걸었던 저 다섯 봉우리들, 도곡리 원점은 첨이다. 흐린 하늘과 열악한 시야에도 불구하고 썩 괜찮은 코스다. 기회되면 봄빛 좋을때 반대 방향으로도 함 돌아보고 싶다.
도곡저수지 둑입구에 주차하고 도로따라 잠시 내려가다가 감밭 농로 접어든다. 감수확하러 나온 부부 보인다. 인사 건네니 저수지 굽어보는 바위 조망 좋다고 꼭 가보란다. 그렇잖아도 저수지 둑에서 눈여겨둔 터다.
이후 길은 뚜렷하거나 말거나지만 잡목 별로 없이 무난하다.
밧줄잡고 오른 백암봉, 조망처 찾아본다.
백암봉과 용암봉 지명에 대해서 일말의 의문이 든다. 흰 바위벽 띠를 두르고 힘차게 솟은 백암봉의 본래 이름이 용암聳巖봉이고 용암龍巖은 상투적인 와전이거나 길게 뻗은 산줄기 형상을 가리키는 게아닐까 하는...
백암봉 오르며 보았던 큰 바위벽 그림에 저 모습을 겹쳐 상상한다. 언젠가 잎지고 쨍하게 맑은 날, 남쪽이나 동쪽 능선을 더듬어 백암봉 정상부 에워싼 바위벽들과 조망바위들을 좀 알뜰히 찾아보고 싶다는, 불현듯 충동....
조망없는 용암봉 장상을 지나...
소천봉으로 향한다.
물신을 팔아먹다 내팽개쳐버린 저 쓰레기들이 없다면 멋진 기암 조망처일 테지만, 녹슬어가는 철골과 썩어가는 판자들 때문에 접근조차 어렵다. 사진의 저 형상 보일 자리로 몇 걸음 들이대보다가 폐구조물 무너질까 위험스러워 돌아선다. 속히 행정당국에서 직접 원상복구하고 저 짓을 한 이들에게 처리비용을 청구하는 게 맞을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