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안면 상리에서 잇는 원점회귀 코스, 발길 많지 않아 은근히 거칠어지려는 오르내림 지능선들이 힘들면서도 깊은 맛 더한다. 돌아보니 포장길 덜 걷고 좀 더 실하게 엮을 수 있겠다 싶지만, 고원의 구룡산 마을 풍광과 살피는 재미 또한 놓칠 수 없으니 갈등과 미련은 언제나 남기 마련.
능선길은 뚜렷하다. 진작 능선으로 붙을 걸 그랬나 싶다. 한동안 걷기좋은 낙엽길...
그러다 곧 코박을 듯 가팔라진다. 흐린 우회길 있어 가본다. 실속 없다. 결국 게걸음으로 낙엽길 치오른다. 더 힘들다.
오재가 밤재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능선 잦아드는 곳에 완연한 옛고개길. 참한 옛길이네, 하며 지나치고 보니 그게 밤재였다.
사룡에서 구룡산까지, 능선 남북 사면의 형세가 판이하다. 지형도로도 뚜렷이 읽히지만 남쪽은 완만한데 북은 썩 가파르다. 말하자면 경동지괴가 아니라 경북지괴인 셈. 그래서 북안쪽으로 오르내리는 지능선들 역시 거리가 짧고 가파른 편이다. 반면 완만한 사룡산릉 동남쪽 자락엔 우라 생식촌이, 구룡산릉 남쪽엔 수암마을과 두 구룡마을이 자리잡았다.
경산 구룡마을 일대의 행정구역 경계는 산릉을 온전히 따르지 않는데, 다방못 부근에 서면 그 이유가 확연해진다.
만약 행정구역 경계가 금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랐다면 경산 구룡마을은 경산시에, 다방못 북쪽 그들의 농토는 영천시에 속하는 해괴한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구룡산은 지형적으로도 꽤 흥미로운데, 경산쪽 금박산릉 영천쪽 채약산릉 그리고 전후 비슬지맥의 분기봉이 되면서 회오리치는 듯한 범상찮은 형세마저 보여주고 있다.
못둑에서 지맥따라 구룡산 되돌아가지 않고 직진 임도를 따르다가, 구룡산정 방향 흐린 길로 접어든다.
하산릉은 재미 별로다. 바닥도 거칠고 가시나무도 제법이라 옷자락 잡아채기도..
시간 여유롭다면 더 서쪽, 더 길게 이어지는 능선을 이용하는 게 어떨까 싶다. 길상태야 어차피 거기서 거기일 테니.
능선 날머리, 끝까지 가보자 싶어 철조망 넘어갔더니 좀 난처한 상황. 한번더 철조망 넘고 개울 건너 길로 올라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