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제일농원 주차장(09:50)~호박소~쇠점골~가지산~서릉~구룡소폭포~출발지점(06:55) gps로 11.5km
가지산 단풍놀이, 이른바 고전Classic 코스 한바퀴.
흐린 기억 당기며 기록 더듬어 보니, 10여년전 이맘때 같은 경로를 혼자서 10시간여 놀았다. 얼추 비슷하려니 여겼는데 정확히 똑같았음을 확인하곤 좀 뜨악해진다. 그런갑다, 늙어가는 몸이 느끼는 삶의 방식이란 게 때로 SF영화 단골소재인 타임루프에 갇힌 무한 도돌이표의 궤적만 같다. 되풀이하는 시간 속에서 느끼는 아득한 기시감은 언제나 늦게 오는 깨달음을 더욱 절절하게 만들 따름이니, 좀 섬뜩하면서도 실소 피할 길 없는 망각의 간계...
여튼! 명불허전, 쇠점골이다. 가성비 최고의 단풍놀이 코스다. 바로 옆에 길 두고 끝까지 골 따르다가 능선에 붙으니 높푸른 하늘아래 쾌청 조망까지 일렁인다. 오랫만에 오른 가지산정 눈맛은 불현듯 낯설면서도 푸근한 친숙함. 쏟아지는 오후햇살 온몸으로 받으며 느리게 가는 서릉길, 자주 실눈뜨고 먼 산너울에 홀리거나 굽어보는 단풍숲에 한숨 미어지는 늦가을 서정 능선. '고전의 품격'이란 게 있다면, 머리는 잊었으나 몸이 기억하는 바로 저런 느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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