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은티마을 주차장(10:20)~구왕봉 북릉~구왕봉~지름티재~희양산~성터 삼거리~출발지점(16:10)
지난 봄날, 동창과 함께 오르기로 약속했던 희양산. 날덥다, 물렸다가 이제사 오른다.
그 친구나 나나 퍽 오랫만에 남의 동네 산길인 듯 몸 무겁다. 진종일 답답하던 대기만큼이나.
바쁘지 않은 걸음, 미답의 구왕봉 북릉으로 올라 서쪽으로 각열리는 희양 면목 알뜰히 챙겨보고 능선길 잇는다.
바람 한점 없는 희양산정. 굽어보고 당겨보는 봉암사, 산만치 않은 절집 배치가 새삼 검박 엄정의 느낌으로 와닿는다. 늘 각박하게만 비치던 철통 산문봉쇄가 어쩌면 그들의 틈없는 정진과 한통속으로 맞물린 현실의 절박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얼마전 누군가의 칼럼에서 '욕망과 초월'이란 구절을 읽다가 초월 또한 욕망인데.. 하며 실소했지만, 소란과 향락의 문명과 경계 맞닿은 저 꿈꾸는 피안의 욕망들이 마찰없이 굴러가기란 가히 미션 임파서블 아닐까, 싶기도 하니.
시간 보아 시루봉까지도 가볼까 했지만 성터 삼거리에서 미련없이 하산이다. 추색 깊어가는 메마른 골짜기. 멀리 가는 말소리 발소리 들으며 흘러가는 시월 어느 오후나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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