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청별항 성화수퍼 옆(08:25) - 광대봉(10:05) - 큰길재(10:56) - 수리봉 - 격자봉(11:53 점심) - 뽀래기재(13:08) - 망월봉 갈림(13:15) - 망월봉 왕복(1시간) - 선창리재(14:56) - 남은사(15:18) - 북바위 갈림(15:37) - 북바위 왕복(25분) - 정자리 마을회관(16:20)
산악회 통해 후딱 다녀오긴 아무래도 미진할 듯해 미루고 미루던 곳, 섬산행 재미 여세 몰아 이제사 돌아본다.
단언컨데, 제주도 제외하면 섬산길로는 최고라 할만하다. 첨부터 끝까지 호젓하게 이어지는 상록활엽숲길이 숨막히도록 아름답다. 동백 유난히 많으니 곳곳 흥건한 꽃밭이다. 상대적으로 발길 덜한 구간은 두터운 상록수림에 하늘마저 어두운데 길은 외롭고 적막하다.
또다른 시간의 빛 아래서 다시 한번 걸어보고 싶은 섬산길, 깊고깊은 상록숲 보길도.
* 교통참고.
보길도행 배는 완도 화흥포와 해남 땅끝에서 탄다(모두 차량 싣는다). 그러나 보길도 직행이 아니고 노화도로 들어가 다리를 건너야 한다.
해남 땅끝에서는 노화도 산양진(섬북쪽)으로 들어가고
완도 화흥포에서는 노화도 동천(섬동쪽)으로 들어간다(50분 소요, 배시각은 아래 표 참고)
동천에서는 배시간 맞추어 노화 이목항 거쳐 보길도 청별항까지 가는 미니 셔틀버스 있다(청별까지 1000원, 20분 소요).
화흥포에서 노화(보길) 소안 세 섬을 잇는 배(대한, 민국, 만세 3척)와 셔틀버스 모두 소안농협에서 운영한다.
소안농협에서 만든 거라 소안도 우선이다.
노화(동천) 출발시각은 완도행 기준이고
완도버스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음.
화흥포에서 노화 동천행 첫배(06:40)에 오르며 돌아보다.
건너편 민국호 너머 완도 상황봉이 아침햇살에 선명하다.
가야 할 보길도 방향.
암릉이 눈길 끄는 횡간도 너머 보길도 격자봉 능선. 보길도와 횡간도 사이 노화도엔 높은 산이 없어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해남 달마산릉
당겨본 모습
달마와 두륜
달마 두륜 그리고 멀어진 완도.
우리 배와 같은 시각에 소안도에서 출발한 배가 교행하여 완도로 가고 있다.
횡간도
횡간도 사자바위라던가...
상투적인 그 이름보다, 비껴본다는 '횡간(橫看)'이란 섬이름이 더 관심을 끈다.
유래를 찾아보니
'고려시대 삼별초의 난을 일으켰던 패잔병들이 섬에 상륙하여 주민들을 약탈하므로, 섬을 지나는 배들이 힐끗 돌아보면서 피해 다녀 ‘빗갱이[橫看]’라고 부른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또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이곳에 숨어 있었는데, 안개가 낀 날 섬이 큰 전선처럼 보여 왜병들이 겁을 먹고 힐끗 돌아보며 도망쳤다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Daum 백과).
저런 역사적 유래에서도 얼핏 엿보이지만, 항해하며 돌아보는 횡간도는 무언가 보고 있는 듯한 시선이 느껴진다. 내가 보는 게 아니라 사물이 나를 보는 듯, 정체모를 그 시선은 사악하거나 불길한 무엇이다. 그래서 '횡간'이다. 사자바위란 이름 역시 그런 시선을 함축하는데, 마음 졸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노려보는 시선은 긴장감 응축된 역동적인 산세로 인해 더욱 부각된다.
언어는 사물을 살해한다고 했던가, 무언지 알수없는 사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리는 사물을 불러 기어이 명명한다. 그러므로 삼별초를 지나 이순신에 이르는 저 '횡간'의 이야기엔 사물적 시선이 지닌 원초적 두려움이나 불안과 더불어 기어코 그것을 중화하거나 사로잡아 길들이려는 인간세상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해야 할까...
노화도 향해 다가가며.
왼쪽은 소안도, 멀리 보이는 교량은 노화 동천항과 구도를 잇는데 최근에 만들어진 듯.
지나와 돌아보는 횡간도.
짜슥, 여전히 기분나쁘게 노려보고 있구만~
사자바위에서 얼굴이 보인다는 건 역시 시선을 느낀다는 뜻일까...
돌아보며 당겨본 민국호와 완도 상황봉
양식장 가는 배가 바쁘다.
5월은 년중 가장 풍성한 전복 수확철이라고.
사실 노화도를 비롯, 완도 근해는 바다라기보담 대규모 전복밭이라는 게 더 그럴 듯하다.
아침햇살에...
노화도 동천항에 내리니 바로 앞에 청별항까지 가는 미니버스 보인다.
노화 이목에 한 번 정차하고 다리를 두 개 건너 청별항에 이른다.
버스에서 내리니 눈앞에 '아침식사 됩니다' 적힌 식당이 보인다. 들어간다.
가장 빨리 된다는 전복죽(12000원)으로 신통찮은 아침식사 후, 서쪽으로 두어 걸음 옮기니 산행 들머리인 성화수퍼 옆길.
공터에서 채비하고 산행 시작한다.
산행 들머리의 이정표.
능선길은 뽀래기재까지만 그려져 있다.
산길 들머리에 있던 고양이 두마리.
우리가 산길 접어드니 한 녀석은 곧장 길 벗어나는데, 다른 녀석은 길을 따라 한참을 앞서가며 돌아보곤 한다.
같이 등산이라도 하려구...?
오월인데도... 동백섬답다.
들머리부터 길은 호젓하고 그윽하다. 360km, 먼길이었지만 오길 정말 잘 했다는 확신이 든다.
얼마 가지 않아 나타나는 첫 전망바위에서 돌아보다.
셔틀버스로 지나온 보길대교와 멀리 완도 상황봉까지.
요즘 날씨치곤 이만하면 시야 괜찮은 편이다. 바람도 선선하니 썩 기분좋은 산행이 될 듯한 예감.
상황봉 앞쪽 산릉의 윤곽이 특이하여 당겨보니... 아니나다를까,
횡간도다.
또 전망대
동쪽으로 시야 툭 트이는 곳.
보길도의 현란한 꼬리같은 통리쪽 줄기 너머
소안도 아래위섬의 산릉이 우뚝하다.
이후부터 본격 활엽 상록수림 이어진다. 두텁고 묵직한 그늘 드리우는 푸른 잎들의 광채...
기대했던 바를 훨씬 넘어가는 최고의 숲길이다. 보길도 산길은 전구간의 90% 이상이 울창한 상록수림이고, 햇살 드는 곳은 조망 구간이다. 특히 뽀래기재 이후 구간은 하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 울창하고, 혼자 걷기 무서우리만치 길은 가늘고 오솔하다.
지난 주에 갔던 금당도 헐벗은 능선과는 어찌나 다른 느낌인지...
또 전망대
부황리(북서)쪽 시야도 트인다. 오늘 코스 해당없는 수구목재와 282.8봉.
오른쪽으로 주욱~ 돌려가며 담아본다.
노화도와 보길도 사이 장사도.
건너보이는 노화도의 항구는 이목항.
그 뒤로 나즈막한 줄기는 이목에서 산길 열려 있고 조망정자도 있다는 158.9봉 능선.
동백, 동백...
오월인데 아직 많이 달려 있고 바닥에도 자주 흥건하다.
첫 봉우리에서 흐린 길따라 나가본 조망처에서.
보길도 건너오는 버스 차창으로 보아두었던 그 바위다.
통리쪽
이후 한동안 보며 가게 될 통리 해안선이 첨으로 예쁘게 든다.
우회하여 오르게 될 큰 바위.
이후부터 잠시 이어지는 암릉 조망능선이다.
부용동이 비로소 시야에 든다.
저수지 뒤로 봉긋한 385.3봉 좌우로 뽀래기재와 선창리재.
뽀래기재 방향 능선 너머로 망월봉이 머리만 빼꼼하다.
사진 오른쪽 능선으로는 선답기록도 보지 못했고 길 되는지도 모르겠는데, 오늘 산행하며 보니
이리저리 묵은 샛길이 제법 있고 비교적 깨끗한 상록 활엽숲은 길 없어도 대충 진행할 만했으니(여기 비하면 청산도는 지옥), 예전엔 포구로 이어지는 능선따라 주민들 왕래도 제법 있었지 않았을까. 당초 세연정 원점으로 보길도 산릉 일주를 생각해 본적 있는데 불가능한 것만도 아닐 듯.
잠시 이어지는 조망 능선
소안도 너머 청산도도 보인다. 당겨본다.
가운데 잘룩한 곳이 읍리 큰재. 그 왼쪽으로 고성산이 봉긋하고 대봉산 좌우로는 대성 대선이 한 덩이로 보인다.
매봉산 오른쪽으로 범바위와 말탄바위 능선이 그리는 특징 있는 윤곽도 눈길을 끈다.
이 방향으로 가장 눈길을 끌며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그림은
통리 중리 해안 사이 목섬과, 중통리에서 남으로 뻗어내린 돛치미쪽 줄기와, 그 너머 소안도가 겹쳐지는 빚어내는 윤곽.
좌우 시원히 트이는 조망능선이니 걸음 마냥 더디다.
통리해안
길은 내내 호젓하거나...
흥건한 꽃길이거나...
숲길 아닌 곳은 조망바위
광대봉에서 큰길재 지나 수리봉 격자봉까지
광대봉 자락, 오전 햇살에 빛나는 울울창창 활엽숲...
광대봉 전 안부쯤이던가?
돌아보다
광대봉 오르는 길에서
보길도 산릉은 콩짜개난 천지다.
마냥 흔한 식물이 아닌데 이곳엔 정말 많다.
광대봉에서 굽어보는 예송리.
가까운 쪽부터 예작도와 소도, 복생도와 당사도.
당사도만 소안면에 속한다.
광대봉은 예송리 해안이 가장 예쁘게 보이는 곳같다.
양식장 관리배.
전복밭을 관리하는 농기구인 셈인데 모두 작은 크레인이 달려 있다.
수확 끝난 밭들이 많다.
광대봉에서 동쪽 능선으로도 길이 나 있는데
그 방향으로 두어걸음 나가면 저 바위에 올라선다.
기도(깃발섬) 주위도 온통 전복밭인데 아직 수확할 게 많다.
진행방향.
큰길재 지나 수리봉 격자봉, 봉긋한 망월과 385.3봉까지.
콩짜개난이 여기저기 수많은 나무와 바위를 덮고 있다.
오히려 귀해 뵈던 꽃. 벌깨덩굴?
?
수리봉
큰길재 가는 길에
너른 공터 네거리인 큰길재
큰길재 안내도에도 광대봉에서 통리쪽 길이 그려져 있다.
큰길재 지나니 길이 좀 너르다.
호젓함 덜한 편이지만 여전히 좋다.
오잉?! 돌길.
이건 좀 아닌데...
잠시니깐 머.
수리봉에서 돌아보다.
왼쪽 바위 불거진 봉우리는 217봉. 큰길재 내려서기 전 뚜렷한 갈림길에서 혹시 217봉 가는 길인가 하여 잠시 나가보았는데
길이 능선을 벗어나 점차 계곡을 향하는 듯해 되돌아왔다(왕복 300m 알바).
수리봉에서 보는 예송리.
해변의 곡선이 살아나지 않고 거의 직선이라 또다른 눈맛.
부용동과 왼쪽 잘룩한 선창리재와 387.6봉 능선
부용동
격자봉 가며 또다른 조망처에서 뒤돌아보다
바위 얹힌 217봉.
저 곳이 궁금하여 아까 가보려 했었는데....ㅠㅠ
지나온 262.8봉 위로 횡간도, 완도 상황봉이 겹쳐진다
곳곳 조망처이니 당최 진도 더디다.
예송리와 예작도 당사도
들판엔 온통 양식용 어구들.
파종과 지속적인 유지관리 일손이란 면에서 양식은 어업이라기보다 농업에 더 가까운 듯.
보길도 상록수해를 헤엄치다가...
문득 거대한 대왕문어를 마주친 느낌.
진달래 삘~ 나는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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