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정관면 예림리 광명사 입구(10:00) - 광명사 - 갈미산(10:45) - 달음산(11:45) - 안부(점심) - 함박산(13:55) - 곰내재(14:35) - 문래봉(15:05) - 450봉 우회 - 매암 전망바위 - 망월산(16:25) - 석탑사(17:15)
지난번 정족산릉에서 본 망월산릉 윤곽에 혹한 게 화근이었다. 철마 망월 백운산릉을 잇는 게 묵은 숙제였지만, 달음에서 백운까지 정관읍 남쪽 줄기를 이어보면 더 그럴듯할 거 같았다. 맘 먹은 김에 내질렀다.
결과는 별로였다. 거의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거대 송전 철탑과 나란히 가면서 공장과 아파트만 가득한 정관읍 지겹도록 굽어본다. 산길 공기마저 상큼하지 못한 매캐하고 텁텁한 도회 냄새다. 이어지는 오르내림에 지친 데다 망월 백운산릉 임도가 지겨워 부산추모공원 하산 계획 포기하고 석탑사로 내려선다.
진행방향도 잘못 잡았다. 가본 적 있는 뺀질한 달음산길의 감흥을 반복하는 것보단, 부산추모공원 쪽에서 좀 더 일찍 산행 시작하여 초행의 백운 망월 구간 낯선 조망 여유롭게 누렸어야 마땅했다. 다른 타이밍은 다른 산일 수 있음을 알지만 쉽사리 다시 올수 있을런지.
광명사 200m 전 지점에서 올려다본 갈미봉(우)과 삐죽한 달음산 바위.
광명사
절에서 시작하는 등로를 찾지 못해 되돌아나와
절 오른쪽 능선따라 오른다. 흐린 발길 흔적, 있다가 없다가...
낙엽 땜에 힘들지만 그런대로 오를 만하다. 한참 오르니 갈미산 북동쪽 능선으로 이어지는 흐린 길 만난다. 리본도 두엇..
조망없는 갈미산정은 삼거리.
동남쪽 능선따라 안부로 내려서면 옥정사와 광명사 잇는 고갯길 있을려나?
당초엔 그럴 거라 짐작하고 그리 오르려 했는데 길을 찾지 못했으니 있는지 없는지는 미확인...
달음산 오르며 첨 나타나는 조망바위에서 보는 대운산릉,
정면은 석은덤에서 이어져 내리는 줄기인 듯한데 대운산에서 저리 죽 함 내쳐보면 좋을 듯.
가운데 멀리 천성산릉
당겨본 천성 정족산릉
기장 고리원전쪽
당겨본 모습
달음산릉
진행방향 능선
오랫만에 오른 달음산, 여유롭게 조망 누리다.
나중이야 어찌 됐건...
정면 가운데 교량 뒷쪽 골에 예림저수지 보인다.
대운산릉 죽 걸어와 저리 내려오면 빡빡한 하루거리 코스가 될 듯.
달음 정상부
다녀와야 하므로 가지 않는다.
예전에 알뜰히 돌아보았으니 머...
진행방향
올라온쪽
부산쪽
왼쪽이 장산 오른쪽이 금정산인가? 가운데 붕긋한 건 개좌산(449m)?
해운대 고층 당겨보다
오른쪽 가야할 능선과 멀리 금정 백양산릉
아래는 용천저수지.
저 암봉은 우회한다.
가까이 가 보면 오를 수 있을 거 같기도 한데 시간관계상.
오늘 코스, 정관 신도시를 반달모양으로 둘러싼 능선을 걷는 건데 풍경이 좀 단조로워 지겨울 듯.
아닌 게 아니라 그랬다.
그나마 조망이 괜찮으니 낯선 그림 눈맛은 나쁘지 않다.
물오르는 봄빛이 좋아서리...
철탑과 나란히 가는 진행능선.
철마 망월산릉이 단연 눈길을 끈다.
안부 오른쪽 건물은 기장 청소년수련관.
청소년 수련관 남쪽 안부에서 간식 먹으며 폰 들여다보니
박근혜가 탄핵되었다는 기사가 올라와 있다. 내 예상대로 8명 만장일치 판결.
형식 민주주의의 현실적 토양이라 할 법과 상식이 살아있는 나라란 뜻이겠다.
사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민주제 권력의 사유화이니만큼, 보수 진보가 대립하는 겉보기 양상은 민주제적 법치와 왕조제적 인치냐의 대립을 감추는 가면에 지나지 않는다.
그간 이 나라에선 건강한 보수 목소리랄 게 거의 없었다. 분단이 낳은 남북 대립은 공허한 이념놀이와 감정적 적대환경을 일상적으로 만연시켰고, 당면현실을 진지하게 다루어보려는 온갖 다양한 의견 의제들은 극단적 진영논리로 추락 혹은 휘발하기 일쑤였다(현재 사드 문제 역시!). 보편적(국제적) 기준의 보수 의제들조차 뜽금없이 진보로 치부되어 정작 진보세력은 비현실적인 이념론자로 매도되며 정치적 입지 확보도 어려운 형편이 되었고, 왕조제적인 극우 반민주 멘탈을 가진 이들이 보수를 자처하고 보편적 보수 멘탈을 가진 이들이 진보를 자처하는 해괴한 상황이 현대사 내내 연출되어 왔다.
이번 탄핵 사태는 그간 보수를 가장(혹은 자기최면)해온 극우가 스스로 가면을 벗어던지고 커밍아웃하게 만들었고, 오늘의 탄핵판결은 극우와 보수의 균열을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 각인하기에 이르렀다. 민주적 헌법가치를 존중하는 보수가 극우 반민주에게 휘둘리지 않고 비로소 제 목소리를 낸 셈이랄까.
어쨌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나라에서 제대로 된 보수세력의 성장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보수가 얼마나 건강하게 자리잡느냐에 따라 진보 또한 얼마나 내실있게 자라나 의미있는 분화를 이루어낼지 결정될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천마산 오르며 돌아본 달음산
귀여운 녀석들이 꽤 보인다
철탑.
물신物神이 지배하는 현대 소비 자본주의를 구동하는 것은 전기다. 그러므로 저 철탑은 우리가 섬기는 신의 길이다.
지금은 종교의 신조차 물신의 편의적 가장假裝에 지나지 않을 뿐이니, 외설스럽기 짝이 없는 저 신의 자태를 어느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그저 실속없이 흉물이라 투덜거릴 수 있을 뿐.
당겨본 달음 꼭지
천마 함박산릉 걷는 맛은 꽤 좋은 편이다. 그러나 공기가 영...
다시금..
오른쪽 까칠한 파류, 상계봉 능선, 너머 백양산릉?
대운산릉 자락의 골프장들도 보이고..
함박산에서 잠시 알바.
정상부 삼거리에서 왼쪽은 아홉산 방향, 직진은 가야할 곰내재 방향이라 여겨 쉬지 않고 내친다. 길은 무척 가파르게 떨어진다.
기대 이상 가파르기도 하거니와 왼쪽 숲 사이로 능선도 보인다. 아차! 싶어 지도를 보니...
아니다. 아홉산 방향으로 좀 가다가 가야할 능선이 나뉜다. 미쳐~~
숨차게 되올라서니, 갔던 방향으로 '곰내재' 란 이정표가 떡 하니 있다. 그럼 그리 내려가도 곰내재로 연결된다는 건가?
정상에서 이정표를 눈여겨 보았더라면 숨차게 되올라올 일 없었던 셈이다(알고보니 산자락에서 임도가 연결).
이정표 안 보고 댕기는 자만(?)에 몸만 개고생.
곰내재 생태통로 지나서 문래봉 오르며
어떤 지도엔, 곰내재 지나 문래봉 자락 건물이 '형제복지원'이라 표기되어 있다. 낯익은 이름이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로 그곳일까?
(용천지맥) 마루금은 복지원 건물 바로 옆을 지나가야 하나 너른 임도는 좀 수월하게 왼쪽으로 빙 돌아간다.
복지원쪽으로도 마루금 고수하는 이들이 내논 듯한 길은 있다.
가파른 문래봉 오름길에서 숨 돌리며
조망없는 문래봉 내려서서 S자로 휘어지는 450봉 능선길 버리고 안부 마을쪽으로 내려선다.
농장 거쳐 길따라 고개까지 간다. 거문산 갈림 임도 지나...
망월봉 오름길 편백숲에서
망월산릉 올라서면 철마산향 지척에 조망좋은 당나귀봉이지만 가지 않는다. 몸 무겁고 시간 빠듯하다.
망월봉 능선 올라서 철마봉 갈림길 지난 조망봉에서 돌아보는 거문산
거문산릉 너머로 장산릉
철탑 철탑...
이 산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주랴? 하는 듯...
대지를 짓누르고 선 저 위풍당당...
매암바우 전망대에서.
가장 가까운 저 철탑 있는 곳을 거치지 않고 우회해 왔다.
행여 저 곳에 이 능선을 건너볼 수 있는 멋진 조망처 있으면 아쉬울 뻔 했는데 그렇진 않는 듯.
저기 매암산이라 적힌 정상석인데
좀 함부로 이름붙인 느낌이라 걍 무시하기로 한다.
좀..
징그러운 풍경이다. 자칫 잘못되면 재앙적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의 현장은
무한 소비 무한 생산을 꿈꾸는 우리 자본주의 문명의 일상적 가시권에 잘 들지 않는다. 어쩌면 그건 우리 문명의 풍요의 그늘에 잠긴 외설적 실재라 할 수 있을까?
제각기 다른 삶, 획일화된 주거형식. 기이하고 절묘한 균형 혹은 어긋남.
칸칸이 자리잡은, 안정을 희구하는 갈망들 그 자체 속에 내재한 어떤 위태로움 혹은 불안...
정면 산줄기 한가운데는 골프장에서 내리는 물을 받아내리는 좌광천 병산 저수지가, 그 윗쪽엔 병산마을이 있다.
저게 혹시 매암?
매암은 매바위란 뜻인가?
진행방향 백운산릉, 오른쪽 진태고개 건너 봉긋한 용천산
용천산 줄기는 서쪽으로 7번 국도 건너 낙동정맥으로 이어진다. 용천지맥.
정관신도시
우리 문명의 박진한 면목, 가감없는 풍경.
비록 어떤 기이함이 느껴진다 할지라도... 아니
그런 느낌이 오히려 정상일 듯.
서서히 땅거미가 내린다.
재미없는 길, 철마 백운 남은 구간 많지만 첫인상 워낙 좋지 않아 다시 오고 싶을지 모르겠다.
석탑사 갈림 지나 백운산향 진행하다가...
되돌아서 내려선다.
석탑사에서 올려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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