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내원사 주차장(09:50) - 성불암 계곡 오르다 되돌아옴(알바) - 노전암 입구 - 상리천 계곡 - 짚북재 아래 4거리 - 샘터 - 영산대향 4거리(13:50) - 정족산(15:50) - 낙동정맥 분기봉(16:33) - 북대골 - 노전암 - 출발지점(18:00)
(지도 출처 : 마로님 블로그)
근래 몇 차례 기웃거린 서쪽 동네엔 꽃샘추위에 눈발까지 날린다 하니
쾌청 날씨 찾아 남쪽을 향한다. 상리천 계곡 꽃구경 곁들여 정족산까지 둘러본다.
들머리부터 심상찮은 풍경이다. 작년 10월초 해운대 덮쳤던 태풍 차바에 박살난 시설물들과 무참하게 무너진 비탈들.
엉뚱한 데 정신이 팔렸는지 이른 치매끼가 씌었는지, 암생각없이 성불암 계곡 접어들어 꽃 안 보인다 투덜대다가...
퍼뜩 정신 차려보니, 대체 내가 어디 와 있는겨?
이왕 꽃보러 나선 길이니 미련없이 되돌아선다. 1시간여 알바 끝에
상리천 계곡 접어드니 얼추 달아오른 햇살만 속절없이 곱고 부시다. 노루귀, 현호색, 바람꽃, 복수초까지 알현하고 더딘 길따라 정족산 능선 오른다. 한동안 조망 없고 포장길도 걸어야 하는 재미없는 능선. 662봉 오르니 비로소 차고 건조한 하늘 아래 가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정상 지나 다시금 꼴사나운 임도길 걸어 을씨년스런 겨울 묘원도 지나... 하산 시간 단축하려 능선 버리고 노전암향 계곡길 내려선다.
북대골은 의외로 흥미로운 곳이다. 예전에 산촌 생계터였던 층층 밭지형이 고스란히 살아있는데 인적 떠난 숲은 울창하기 그지없다. 더러 태풍에 끊어진 길 찾아 쌓여가는 낙엽만 날로 두터워진다. 깊고 그윽하니 다른 계절 모습 궁금하다.
태풍 차바에 박살난 계곡은 현재 공사중.
(당초 필요도 없었지만) 부서진 시설물이나 북구하면 되지, 계곡 바닥은 저리 긁어대서 뭐 하자는 걸까?
알바 중인 줄도 모르고 성불암 계곡 오르며.
전에 와본 곳인데 저런 폭포가 있었나? 갸웃거리기도 하면서.
건너 공룡릉.
저걸 보면서도 암 생각없었다니...
근데 나중에 듣기론, 짱은 상리천 꽃구경 간다 해놓고 성불암골 드는 걸 알고 있었다 한다.
머, 더 좋은 코스로 가는갑다 싶어 그냥 따라왔다니... 된장!
꽃은 없고
머 이런 낯선 폭포만 나타나고 말야...
돌아보다.
여하튼 이 모든 닭짓이 나이 탓이라 해 두자.
상리천 계곡은 이렇게 가파르게 오르질 않잖아?
그제사 GPS 확인하며 통탄, 통탄...
빙신, 닭대가리같은 넘... 자탄하다가
왜 뻔히 아는 길, 백업도 못해주냐며 짱에게 화풀이.
여하튼 이 모든 닭짓이 나이 탓이라 해 두자.
되돌아 내려와 산하동 지나며
상리천계곡 들머리에서
오랫만에 오니 못보던 시설물 생겼다가 망가지기까지.
꽃들이 보인다.
1시간여 알바로 기가 팍 죽은 후라, 쭈그려 찍기도 귀찮아 겨우 몇 컷.
흰노루귀도 제법 보였는데 겨우 이녀석만...
한없이 여유로운 게 이 골의 특징.
그런데 오늘은 시간낭비를 하고보니 맘이 바쁘다.
나중에 걸을 능선 돌아보다
변산바람인가?
잠시 쉬며 둘러보다가... 멀잖은 곳 길도 아닌데 발자국이 뺀질하다.
옳거니..! 싶어 가보니 과연 꽃들이 소복하다.
시간만 많다면야 천성산까지 치올라 쾌청조망 누리고 싶지만
그럴 여건이 아니니, 짚북재 갈림 4거리에서 영산대 방향 산자락길을 따라간다. 가을에 단풍이 기막혔던 길.
주남재쯤이던가?
대운산릉 건너보다.
두 차례나 가 본 곳이지만 미진함 있는 산이다. 언제 코바우쪽으로 올라 석은덤으로 쫙 함 내쳐보고 싶은...
울산 CC 너머 온산쪽
당겨본 모습
남쪽
뾰족한 달음산과 추월산 암벽같은 형상의 망월산릉(오른쪽)
정자에 올라봤자 철탑만 시야 가득할 껄...?
662봉에서 본 정족산
북쪽
서쪽
공룡릉쪽.
사실 주남재 오기 전 능선에서 공룡릉이 숲 사이로 참 멋스럽게 보여,
혹시 시원한 조망포인트 있을까 싶어 정맥길 벗어나 581봉까지 올라보았지만 조망처는 없었다.
그래서 가사암쪽에서 보는 보는 그림이 어떨까, 새삼 궁금해진다는 것.
당겨본 정족산정
거친 임도에서 뒤돌아보다
남쪽, 천성산
무제치늪 갈림길 지나는 감회 새롭다.
한때 경부고속철 터널 굴착에 따른 늪지 훼손 여부로 꽤나 시끄러웠던 천성 정족산이지만
정상부 살벌한 군사시설과 지리멸렬한 암자 포장길, 방대한 묘원 조성 등으로 영알 산군들 중 가장 무참히 훼손된 지역임에도 그에 대해선 별 주장 없다가, 느닷없이 늪지 보호를 내세우며 터널공사를 결사반대하던 모습은 솔직히 좀 위선적으로 느껴졌다. 산줄기와 산림이 마구 망가지는 건 괜찮고 늪지는 사라질 가능성조차 용납 안 된다? 대체 되고 안 되고의 기준은 무엇이며, 자연계의 존폐를 재단하는 등급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생태적 관점이란 미명 아래, 산업적 관점과는 또다른 인간 중심의 냉혹한 시선이 자연을 위계화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
저 임도에서 왼쪽이 무제치늪 가는 방향
늪 가는 능선 너머 당겨본 모습. 총총한 철탑과 골프장, 산과 바다 사이에 입지한 산업시설.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두 방식의 대비가 흥미롭다.
산업적 관점과 생태적 관점의 거리를 다시 생각한다. 명백히 반대되는 듯 보이는 두 관점이 보이지 않는 바탕에서 겹쳐지는 지점이 있는 듯하고,
그 곳은 제각각의 확고한 상징체계에 의해 잘 은폐되어 있다. 물론 한순간 그것이 드러나는 계기들이 있다. 그건 어떤 역사적 균열의 시간.
천성산과 상리천 계곡
달음산쪽 당겨보다.
왼쪽 달음산, 가운데 오른쪽 봉긋한 용천산과 미끈하게 가라앉는 진태고개, 오른쪽 백운산릉.
그 너머로 인상적인 망월산 암벽 윤곽과 왼쪽 꽤 우뚝한 문래봉.
아무리 보아도 싫지 않은 천성산
당겨본 회야호와
너머 울산
문수 남암산
뒤로 멀리 걸리는 건 토함산릉이려나?
정상부에서
할퀸 듯 파헤쳐진 임도와 빛바랜 억새 바라보며 바람찬 정족산정에서 잠시 상념에 젖는다.
어쩌면 자신도 모르는 바닥 깊숙히 내재한 비합리적이고 모순된 동기에도 불구, 죽음조차 불사하겠다는 위선적 제스처야말로 인간 정신의 무한함을 입증하는 현실적 계기가 아닐까? 소위 위대한 영혼이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었던 정신들은 필시 위선적 제스처와 공허한 진실 사에에 놓인 거리 혹은 틈새를 누구보다 예리하게 통찰했던 이들이었을 게다. 불시에 드러난 그 틈새 혹은 심연의 아가리 앞에서 경악하고 절망해 버리기보다 신념을 가장한(아니 그에 추동되는) 과감한 위선의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그들은 진실이란 이름의 공허를 뛰어넘어 또다른 세계의 지평을 열어버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무無로부터 태어나 맨 처음의 자리로 왔을 터이니.
산정의 바람은 차갑고 풍경은 고요하다.
모든 오늘은 언제나 최초의 시간과 같은 것이니, 순간을 지나가는 풍경은
꿈꾸는 저마다의 욕망에 물들며 천태만상의 세계로 온다. 드높이 빛나며 흩날리거나 부서지며 사라진다.
영출 신불릉 오른쪽 너머로 가지산을 지나 고헌 단석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줄기.
다시금 천성을 건너보며.
암자들 잇는 길이 좀 오솔하고 호젓하다면, 언젠가 그 길들따라 천성 정족 숱한 줄기와 골들을 두루 둘러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산 암자들의 길은 전혀 그렇지 못한 듯하다. 어쩌면 편의를 위해 풍경을 물리치는 길이 되어버렸고, 자연과 생태를 이르며 위선에 닿는 길이 되어버린 듯.
천성 정족은 한 품이다
왼쪽 멀리 치술령 능선?
오른쪽 문수산 너머로는 토함산 줄기?
뜽금없는 태극기 너머 가야할 능선과
그 너머 신불 영축 죽바우...
당겨본 신불 영축
당겨본 남쪽
염수봉 능걸, 어곡 토곡...
정맥 분기봉에서
하산릉 산불초소에서
가야할 능선이 멀다.
게곡으로 하산하기로...
북대골에서
층층 밭흔적.
녹음철이 궁금하다.
돌아보다
공룡릉 윤곽이 제법 멋스럽다
계곡 건너 노전암 지나며.
계곡 서쪽 너른 길을 따르면 노전암 뒤로 바로 들게 된다.
늦은 하산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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