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함안 군북 사촌리 사랑목가든 입구(08:50) - 피바위(10:35) - 상데미산(11:40 점심) - 오곡재(13:20) - 오봉산(15:30) - 제산령(16:20) - 백이산(17:30) - 날머리 도로(서촌 18:15)
오래전 여항산릉에서 먼빛으로 보았던 피바위, 직벽 드리운 원통형 암봉의 특이한 모습이 눈길 사로잡았더랬는데
오늘에야 묵은 궁금증 풀어본다. 썩 괜찮은 코스다.
호기심 자아내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하는 피바위 일대와 상데미산 오봉산의 조망이 무척 아름답고,
호젓한 오솔길로 이어지는 울창숲 또한 일품이다. 아니, 그랬었겠다.
오늘의 숲은 참혹하다. 줄기와 가지 뚝뚝 꺽인 나무들 가득하여 곳곳에서 길을 막는다.
설해의 장면은 코스 첨부터 끝까지 이어지고, 쉼없이 펼쳐지는 죽음 혹은 큰 상처의 풍경 앞에서 산객은 종내 무감각해진다.
건조하고 쾌청한 날씨 기대와 달리 하늘은 자주 흐리고 눈가루마저 휘날린다. 가물거리던 지리는 끝내 가물가물.
도처에 설해목 가로누운 산길은 개척코스마냥 거칠고 걸음은 더디다. 갈짓자 해찰까지 더하니 기어이 하루해 꼬박이다.
백이산 아래 공룡발자국은 또다시 미련없는 기약...
한동안 부드럽게 이어지는 솔숲길,
몸은 이미 봄인데 바람은 겨울이니 열 좀 내려고 부지런히 걸어본다.
서쪽으로 신촌갈림길
이 무슨 일이람??
허리 뚝뚝 꺽인 솔들 무수히 보이고 난데없이 길을 막기도 한다.
간벌목을 안 치운 건가..?
잠시 착각하지만 금방 사태를 깨닫는다.
첫 조망바위에서 올려다보는 피바위
굽어본 오곡리.
오늘 코스는 오곡리 둘레줄기인 셈이다.
건너 오봉산
북쪽, 가야읍 방향
춘 날씨에 비해 조망이 기대만큼 쨍하지 않다.
멀리 천주 작대 무릉산릉
오봉산릉 너머로 방어산릉과 진주 월아 장군대산릉
에효~~
가파른 길 오르기도 힘드는데, 쓰러진 나무까지 가로막으니...
피바위에서
두 오곡지 사이 예쁘게 앉은 새마을
먼산 바라보는 시야에 든 이름모를 새
조그만 새인데 부리와 발톱은 맹금류처럼 날카롭다.
지나온 능선 돌아보다.
서남사면은 설해를 덜 입은 듯?
오른쪽 멀리 자굴산, 그 왼쪽 너머 지리는 흐릿...
가야할 오봉 오른쪽으로 봉긋한 두 봉우리 숙제와 백이.
북쪽, 함안벌
바로앞 능선 사면에 허리꺽인 나무들의 줄기 단면이 촘촘히 찍혀있다.
섬뜩한 느낌이었다.
피바위는 일대 고성 함안과 마산 지방에 많이 보이는 퇴적암 지형
이 지형의 특징중 하나는 조망바위로 좋은 층층 테라스를 이룬 곳이 많다는 점인데,
여기 하단에는 누군가 줄을 쳐 놓았다.
오른쪽 저 바위도 다녀왔으면 좋았을 텐데...
오름길에선 보지 못했다.
다시 돌아보고..
백이 숙제는 낙타 혹등같다.
쳐논 밧줄을 따라...
여기를 영역삼고 싶은 누군가의 흔적이 곳곳에 역력하다
양지바르고 따뜻한 암반에 앉아 쉬다
오른쪽 멀리 보이는 건 고성 적석산같이 생겼는데...
당겨본다.
적석산 맞네, 구름다리가 보인다.
다시 아래를 굽어보다
피바위 두 봉우리 중 윗봉우리 암벽 건너보다.
잠시 후 소나무 있는 저곳도 가보게 될 터.
살짝 되돌아가서..
상단 바위에 올라서다
적석산 왼쪽 멀리 벽방산, 오른쪽 앞으론 낙남 깃대봉쯤일 듯.
담 봉우리로 간다.
아기자기 재밌는 곳이다.
두번째 봉우리에서
건너편, 좀 전에 서 있었던 봉우리
여기도 상하단 조망바위
어라~?
잎 없는 참나무도 꺽였다. 참나무 설해는 보기 드문데...
대충 어떤 상황이었을지 짐작이 간다. 이건 단순한 설해나 강풍 때문이 아니라
가지에 달라붙은 진눈깨비가 찬 기온에 얼음꽃으로 변하고, 계속되는 눈보라는 그 얼음덩이는 자라고 또 자라...
수백kg의 무게로 자란 얼음꽃이 나무에 매달려 가지나 줄기를 천천히 휘어지게 하다가
기어이 꺽어놓거나 혹은 강풍이 한순간 무게중심을 흔들며 꺽어놓거나...
사방 조망 시원한 상데미산에서
남쪽 멀리 흐릿한 와룡산릉
올라온 방향
당겨본 모습
너머 백이 숙제, 그 너머 방어산릉.
북쪽 원효암 방향
오른쪽이 미봉산
미봉산과 미산 저수지
여항의 하늘
여항산릉 너머 광려와 무학산릉
가야할 능선
오봉 위로 월아산
다시, 멀리 자굴
남쪽 올망졸망 고성의 산릉들.
왼쪽 가장높은 게 무릉이겠고 오른쪽 둥글둥글한 게 연화산군일 듯.
몇 차례 기웃거렸음에도, 고만고만 높이에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 멀리서 형태만으로 언뜻 가늠키 힘든 곳이 고성의 산릉들인 듯.
상데미 내려서며
꽃피는 봄날에 다시 함 걷고싶은 여항산릉
이 능선도 피해가 상당하다
부러지 가지 너머로 가야할 능선이..
멀리 천주 작대 방향
뒤돌아본 상데미
오곡재 향해 가며 본 당겨본 피바위.
특징적인 윤곽이 가장 잘 드러나는 방향 같은데, 아쉽게도 이 능선에선 시원한 조망처 없다.
오곡재 내려서며
오곡재에서 본 여항산릉
오곡재는 고개 만댕이 직전까지 양쪽 다 포장이 되어 있다. 승용차도 넘을 수도 있을 듯.
아름다운 솔숲,
아니, 그랬겠는데..
지금은 좀 그로테스크하다
산가지 죽은가지 뒤섞여 나딩군다
처참하다는... 느낌
대부분의 솔가지나 줄기들, 저리 휘어지다가 마침내 꺽였을 듯.
2월초쯤이었을까, 영남지방에 진눈깨비 폭설 내리며 추위 엄습했던 때가. 뒤이어 강풍도 몰아쳤을 것이다.
그 산의 모든 나무들, 아무도 잠못들었을 그 밤을 상상한다.
목과 허리 꺽이는 비명이 쉼없이 어둠을 찢는 밤, 희게 번뜩이며 유령처럼 달라붙는 것들의 무게 이기지 못해
몸서리치며 신음하다 마침내 허리꺽여갔을 나무들,
나무들... 밤새 비명으로 메아리치는 숲.
가야할 오봉산
한편으로 그 밤의 눈보라와 바람은
무리에서 튀는 모든 것들의 목을 가차없이 치는 칼날이었겠다.
스스로 하늘인양 치솟던 숲의 우듬지들을 평정하여 땅으로부터 온 자의 분수를 일깨워주던 참수의 시간...
목잘린 나무들 너머 지금 푸른 하늘이 열리고 먼 산릉이 시야에 든다.
오곡재 오르는 구불길
모 좀 보이우?
아님 말고...
낙동 분기점 지나 북향 능선 접어드니 길은 더욱 거칠다
에효~~ 이건 머,
장애물 경기 하는 것도 아니고...
오봉산 정상 직전 조망바위에서
당겨본 피바위.
방향 때문에 특유의 그 모습이 살지 않는다.
여항산릉
언젠가 연두산빛 돌아오는 시절,
둔덕에서 미산령으로 올라 여항 서북 인성산까지 죽 함 내쳐보았으면 싶다.
또다른 조망처에서
너른 억새밭 공터, 오봉산 정상부
정상은 바로 저기 높은 지점
오봉산정에서 돌아보는 여항산릉
오봉산릉과 헤어져 깃대봉으로 향하는 낙남길이 한눈에 들고
왼쪽 멀리 구절산, 벽방산. 거류산은 벽방과 겹쳐보인다.
벽방 앞으로 적석산과 깃대봉.. 깃대봉 오른쪽으로는 대곡 무량으로 이어지는 낙남줄기쯤일 듯.
오른쪽 멀리 흐릿한 와룡산, 가장 오른쪽 구석 더 흐린 건 하동 금오산인 듯.
오봉산정은 조망 팀닉하며 한동안 앉아 놀만하다.
가야할 능선 너머 진주 월아산릉
돌아본 오봉산정
오봉산 내려서서 백이산향 능선으로 바로 접어들지 못하고 제산령으로 향한다.
그쪽으로도 길은 보이지만 곧 유동쪽 능선으로 향하면서 백이산향으론 길이 되지 않는다고.
물론 나중에 확인한 바도 그랬다.
제산령으로 가파르게 내려서니 웬 돌무더기?
고개 근처에 있던 어떤 집터였을까?
진주 이방성에서 함안 군북을 잇는 고개인 제산령.
백이산향 이정표까지 뚜렷하다.
제산령에서 백이산향 능선 만나는 임도까지 이어지는 사면길,
평소엔 퍽 예쁜 길이겠는데 오늘은 아니다. 여기도 예외없이 허리꺽인 나무들이 길을 가로막는다.
자빠진 나무 없으면 이런 예쁜 길
방어산릉 건너보이는 너덜에서
방어산릉
임도 지나니 문득 길은 너르고 수월해진다.
해도 저물어가니 좀 속도를 내본다
발길 많은 곳이라고 자빠진 나무들도 요로코롬 정리해 놓았다
숙제봉 우회해온 백이산 안부에 둘레길 있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공룡발자국 거쳐 백이산 오를 수 있지 싶은데, 올은 시간이 없어 안 되겠다.
오른쪽 둘레길은 백이산정 우회하고 약수터 거쳐 다시 능선길 만나는 듯.
산불초소 있는 백이산정에서 건너보는 방어산릉.
오른쪽으론 벽화산릉과 자굴산.
가운데 멀리 자굴.
자굴산릉 오른쪽으론 국사 천황 미타로 이어지는 줄기일려나?
걸었던 능선
왼쪽 너머 광려 무학
백이산정 내려서며 뒤돌아보다
서촌에서 올려다보는 피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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