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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전라 충청권

월출산 산성대 능선에서 노적봉릉으로 160210

by 숲길로 2016. 2. 13.



영암군민체육관(08:10) - 바람골 등로 만남(10:15) - 천황봉(10:50 점심) - 바람재(11:50) - 구정봉(12:15) - 용암사지 다녀옴(13:05) -  노적봉릉 들머리(13:45) - 노적봉(15:00) - 월곡리 마애불(왕복 10여분) - 대동제(기찬묏길 17:15) - 영암교회(17:30) 



월곡리 마애불이 보고 싶었다. 용암사지는 더 탐났지만 왕복 거리 만만치 않아 언감생심이었다.

수차례 걸었던 주릉은 시큰둥했지만, 십여년 전에 기웃거려본 산성대 능선과,

수년 전 화려한 운해 거느리며 호동리에서 올랐던 노적봉릉의 또다른 줄기 더듬는 노릇은 기대 동할만 했다.

하기사, 어디를 걷든 월출 아니던가.


대박이었다. 지리에서 무등까지, 제암 천관 두륜, 먼먼 하늘아래 남도의 지평과 수평을 꿈인양 더듬으며 노닐었다. 몽유였다.

숙원이던 영암사지와 월곡리 마애불을, 쨍하게 맑은 겨울날, 능선 건너편에서까지 당겨보았으니 무얼 더 바라랴 싶었다.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산성대 능선은 조망 더하여 기대 이상이었고, 내려서는 노적봉릉은 첨 올랐을 때와 비교하니 조금 미진했다.

하루해 넉넉히 탕진하며 만나고 더듬고 담아온 시공간들, 돌아보니 새삼 귀하고 애틋하다.


오랫만에 다시 본 월출, 도지는 갈증. 

언제 어디로 길 더듬고 있을지 지금은 기약없으니

봄날 오고 가기 전에 한두번은 더 올라야 저 갈증 식을 수 있으려나...        


남도 아침빛 돌아보며 산성대 능선 오르다



바람개비 즐비한 활성산릉이 나름 한풍경인데,

월출산에서 첨 보는 것들이다.


엷은 아침안개 잠긴 골과 들판 굽어보다


낮게 깔리며 번지는 반투명의 대기가

먼길 달려와 이른 산행 시작하며 기대에 찬 눈망울들을 부드럽게 씻어준다.




잠시 숨돌리며 돌아본다.

그새 많이 왔네...


골 하나 건너 고드름 당겨본다

 

아침햇살 드는 솔숲은 청량하고..




천황봉이 시야에 비껴든다


서쪽으로는 오후에 걷게될 노적봉릉이 전모를 드러낸다 

 

천황과 구정,

구정을 당겨본다.


산성대 능선에서 당겨본 구정봉


뒤돌아본 486봉.

저곳이 산성대라 불리기도 하니 한때 무엇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잠시 후 나타날 성축같이 늘어선 암릉 때문에 그 이름일까?

 

동쪽 지능선 암봉.

너머 멀리 무등산이 둥두렷이 떠올랐다.

새벽에 달려올 때는 그저 무등이 보이기만 해도 좋겠다, 싶었는데 저리 선명할 줄이야...

바람개비 있는 활성산 뒤로는 땅끝기맥 국사봉이 우뚝하다.


본격적으로 시설물 나타나기 시작한다.

십여년전 여기 왔을 땐 시설물이 별로 없었던 거 같은데...






능선이 휘어지니 올랐던 줄기가 저만치 서쪽으로 간다


비닐하우스 거의 없이 텅빈 듯 겨울 영암벌, 눈시원한 광경이라 자주 돌아본다.




우리 팀만으로도 산이 가득하다.


활기 넘치는 산풍경이다


고인돌바위쯤에서 나뉘는 지능선 암봉


먼산릉들 그리메가 황홀하여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월출산에서 조망 좋았던 때는 있었지만, 오늘처럼 먼산릉에 홀린 적은 없었다.


슬쩍 당겨본다.

왼쪽은 불태 병풍, 오른쪽은 무등.


다들 참 여유롭다. 덕분에 나도 여유롭다.


많이 올라왔네~

왼쪽이 산성대 능선.


맨 아래 뾰족한 게 지형도상 장군봉이지 싶은데

너머 첩첩 산그리메 위로도 한 꼭지 있다. 봄빛 고운 제암산인가.  

그 앞 왼쪽으론 굽이치는 호남정맥 줄기겠고, 오른쪽 마루금 단연 돋보이는 건 수인산이겠다.  


부지런한 이들은 요 방구도 타넘어 가던데..


다시금 노적봉릉 건너보고..


다이내믹 산성대.

늘어선 산성같은 이 모습 때문에 그 이름이지 싶다...는 건 다만 내 짐작.

어쨌거나 예전에도 안전시설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지 싶은데, 지금 이건 좀 과해 보인다.

무슨 유원지나 놀이공원도 아니고...ㅉㅉ








자~알들 가시네~~










뒤돌아보다




역시 암릉길은 올려다 보아야 제맛이다. 내려다보면 굴곡들의 역감이 밋밋해지면서,

암릉길 특유의 구비치고 솟구치는 역동이 한풀 죽어버린다.

예전엔 이 코스, 두번쯤 왔나 싶은데 두 번 다 내려왔던 듯.

그래서인가, 기대만큼 썩 강렬하고 만족스런 인상은 아니었단 기억.




철계단은 저기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듯.




















사자봉과 장군봉릉 사이... 우글거리는 것들.

제발 오늘 내도록 저런 모습으로 있어라~~




장군봉 능선 첫 관문을 알리는 간판같은 바위




바람골 등로 만나는 지점 이르니 구름다리 보이고..




바람골은 비상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좌우로 흘러내리는 톱날들이 바람을 일으키는 풍차의 날개 같아서

한참 굽어보고 있노라면, 아득히 회오리쳐 오르는 바람이 느껴진다.  

언젠가 바람골 빚어내는 능선 걸으며, 날카롭고도 아름다운 저 톱날들의 장대한 역동을 음미해볼 날 있을 터.


장군봉 능선.

저리로도 위험암릉 피해가며 얼추 진행이 되는 모양이던데...

언제 함 기회될려나?


오랫만에 알찬 월출산행 함 다녀오고 나니, 못가본 코스들로 슬슬 발동이 걸리려 하네.

88선 확포장으로 접근여건도 좋아졌으니 내친 김에 한두 군데 들이대 볼까나...? 

머, 여하튼 위험요소 낮추고 여유롭게 즐기려면 잔설은 마저 녹아야 할 테고.    


사자봉릉과 장군봉릉 사이, 바람골 굽어보며 가는 구간


사자봉릉


 조망바위에 누군가 보이기에 당겨보니...




발빠른 우리 일행이었다.

나중에 하산길에 만나 듣자니, 구름다리 입구까지 다녀오셨다고... 




불태 병풍산릉 쪽을 당겨본다.

두 산릉 나누는 한재가 잘록하니 퍽 인상적이다.

왼쪽 너머로는 내장산군이, 오른쪽 너머로는 추월산릉이 뚜렷하다.

먼먼, 서로 무관한 곳인양 오르내렸던 산들이 서로를 부르며 풍경을 잇거나 나누고 있는 시간.

압도하는 자연 앞에서의 숭고와는 또다른 무한의 염을 느낀다... 

 

활성산 풍차 당겨보니..


너머로 멀리 걸리는 산릉이 무척 낯익다.

지리주릉이다.

왼쪽 만복대에서 반야, 천왕 거쳐 삼신봉릉까지...

천왕봉 앞으론 시설물 있는 삼각봉 모후산이 걸린다.

또 국사봉 왼쪽 너머로 뾰족한 용암산도 보인다.

그러니 결국, 사진에 들지 않는 왼쪽이 호남정맥 산줄기들이란 뜻이겠다.


다시, 구름다리


통천문에서


통천문 우에서


통천문 우에서 굽어보다.

왼쪽으로 호남정맥 가지산쯤도 어림되고...






제암에서 천관까지


당겨본 무등과 안양,

역시 감탄스러운 저 미끈한 백마라인.


기맥 살짝 벗어난 달구봉 일대.


사실 땅끝기맥도 함 걸어보고 싶은 산줄기다.

대간이야 지리를 섬겨 기어이 그리 꼬부라지고, 호남정맥 또한 섬진강을 탐하여 초심 버리고 과감히 동진하지만

반도의 최남단을 향하는 산줄기는 모름지기 땅끝기맥 아닌가. 막바지는 특히나 칼칼하고 화려하니

언젠가 기회만들어 꼭 함 밟아보았으면 싶다.


무등에서 지리까지,

그리고 화순 장흥 보성의 첩첩 산릉들... 

지리에서 월출 본 적 있지만, 월출에서 지리를 보리라곤 미처 생각 못했다.

생각을 뒤집기가 그리 어려운 건가.


지리에서 제암까지


가까이로는 사자봉과 달구봉 사이


달구봉에서 양자봉 너머

월출산 주릉 조망이 참 좋다는 양자봉도 함 가봐야쓰것고...


강진 해남쪽


한가운데 두륜산.

고계봉 케이블카역도 보이고, 너머 달마산릉도 선명하다. 


구정봉 방향,

워낙 낯익은 광경이지만, 오늘은 그 너머 수평을 향해 더 눈길이 간다.


은적산릉 너머 흐릿한 안개 속 저것은...

화원반도이려나?


진도쪽 당겨보니...

첨찰산 기상대가 또렷하고, 산릉 너머로는 여귀산이 봉긋

 

굽어본 산성대 능선(왼쪽)

북으로 지평 그으며 뻗어가는 푸른 선이 신비롭다. 오늘 산행의 이채를 더하는 또 하나의 빛줄기.

 



구정봉릉의 거탑들

저 너머에 용암사터 숨어있다.


산성대릉과 구정봉릉 사이, 정상부에서 바로 뻗어내리는 줄기


산행재미 쏠쏠하다는 양자봉 능선.

양자봉만 당겨본다.


천관이 왜 그 이름인지 알겠다






입맛 다시며 자주 눈길 가는 향로봉 남릉의 기암들.

역시 함 올라봐야지~


구정봉 우에 일행들 보인다




바람재 가며 보는 푸른 빛줄기


바위산의 아름다운 초원길 바람재길

바람골, 바람재,

이런 이름의 길들이 있어서 월출은 불꽃같은 태양의 산이 아니라 서늘한 달기운의 산.




돌아보니, 일행들의 점심식사가 그림처럼 보기좋다

 



.....

침묵 혹은 수다의 벽.


베틀굴 혹은 음굴

베틀과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데 왜 그 이름일까?

베짜는 직녀, 즉 베틀이 여성성을 상징하는 물건이라서? 


구정봉에서 보는 향로봉


시선은 자꾸 향로봉 너머를 향하고...


노적봉릉 너머 영산강으로 합수하는 영암천.

그러니까 저 흐린 산줄기는 유달산을 향해 가는 영산기맥이렷다.

 

노적봉 너머 목포시


구정봉릉


영암사지 가며


영암사지와 좀 떨어져 마애불 바라보는 이형 삼층탑.


상륜부와 2,3층 몸돌이 없고 지붕돌 두개를 포개 놓았으며

자연석을 기단으로 삼았다.

의문이 든다,

첨부터 저 자리에 저런 모습이었을까..?

짐작컨데, 없어지고 남은 부재를 자연석과 함께 재조립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결과물이 퍽 개성적이다. 탁월한 안목이다.


탑 옆에서 당겨본 마애불



('다리는 항마촉지인...' 은 '손은 항마촉지인...' 의 착오)


사진 왼쪽 구석, 재밌게도

오른팔 옆 자그마한 협시보살이 보인다


용암사지.

마애불에서 100m쯤 아래 있다.



역시 상륜부가 없지만 썩 단정하고 반듯한 3층탑이다


좀 전에 본 이형탑은 길쭉한 자연석을 기단삼으며 높이까지 확보하는 반면

이 탑은 기단이 유난히 튼튼해 보이고, 넓직한 지대석까지 둘러 안정감이 넘친다.

굳이 비교하자면,

파격의 분방함과 확고한 안정감의 대비로

두 탑이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해 주고 있는 셈이랄까.

근데 이 탑은 1층 몸돌이 두토막인 게 눈길을 끈다.

좀 답답해 보여 나중에 더 높인 걸까?


안정된 비례감이 좋다.

크지 않음에도, 절터보다 높은 지대에 자리잡아

같은 평면에 있는 것보다 한결 돋보이는 효과를 노렸다.

평지 확보 쉽지 않은 산비탈, 요령있는 공간활용이다.




보존상태 썩 좋은 우물


돌확(호박)


주춧돌




되돌아오는 길에 본 자연석 삼층탑.

구정봉 일대는 탑 천지다.


전망바위에서 보는 이형 삼층탑


아까는 바삐 건성 보느라 잘 몰랐는데

여기서 보니 자연석 2층기단이라 상하대석까지 갖춘 꼴이다.

또 용암사 폐사지에 굴러있던 탑조각을 수습하여 저기 옮겨 조립하지 않았을까...

여겼는데, 어쩌면 원래부터 저기 있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진다.


꼭지 뾰족하게 벼리며 날아오르려는 저것들도

필시 탑이려니..



당초에 오르기로 맘먹었던 향로봉은 오르지 않는다.

더우려는 날씨에 용암사 다녀오느라 좀 지치기도 하고.

남릉으로 올라보는 게 새로운 숙제.


노적봉릉 갈림길이 되는 미왕재가 보인다.


노적봉릉 들머리 지점에 누군가...


미왕재 왼쪽 능선은

아름다운 절 무위사 가는 방향


가야할 발봉과 노적봉이 한눈에 든다


변전소?

월출산 아래 이런 게 있었네?


미왕재


저 거북대가리는 여전히 건재하고..


노적봉릉 접어들며 뒤돌아보다


돌아보는 향로봉 암릉


발봉 암릉에서 당겨본 삼층탑.

나중에 들리게 될 월곡리 마애불에선

저 왼쪽 아가리 벌린 바위가 탑을 가리는 듯.


덤불이 쫌~~


돌아보다.

우리 일행들이신가...?


여태 워낙 호사한 눈이라,

발봉 조망은 대수롭잖지만....


노적봉 전 암릉에 일행들 보인다


이번엔 마애불과 용암사지 삼층탑 당겨보다.

마애불은 사진 왼쪽 가운데쯤, 아직 정면이 아니다.

삼층탑은 사진 오른쪽 아래.


용암사지 삼층탑


마애불만


깔끔한 노적봉릉


당겨본 도갑사


연꽃같은... 혹은

둘러앉아 수다떠는 방구들


노적봉에 누군가...










에전에 왔을 땐 누군가 저 바위를 식탁바위라 했다

그 때 올라보았으니 오늘은 그냥 통과.


살짝 높아서 오르기 수월치 않아 서로 잡아끌어주었더랬다


돌아본 향로봉


천황봉

오른쪽 어디 마애불.




진행방향, 조금 앞에 두 능선 나뉘는 지점 보인다.

예전엔 호동마을에서 왼쪽 줄기로 올랐는데, 결과적으로 보아

그쪽이 시리봉 능선보다 더 나은 거 같다.

게다가 여기서 보는 눈맛이 저리 밋밋하듯,

암릉은 오르며 보아야 제 맛이다. 좀 지친 몸이 내려가면서 보니 암릉이 더 산만해 보인다.

 

노적봉 정상부


정상에서 돌아보다


군서면 성양저수지.

좀 재밌게 생겨서리 당겨보았다.




조기를 넘으려다 보니 오른쪽으루 우회길이 있다.

근데 저건 무슨 짐승 발가락일까나?




뒤돌아본 노적봉




월곡리 마애불.

양감 도드라지던 용암사지 마애불과 비교하면, 이건 거의 선각에 가까워 또다른 느낌.


해설에는 없지만 이곳은 몽영암夢靈庵 터라고 알려져 있다.


알겠다...

이 부처님은 이제 그만 바위로 돌아가시고 싶은갑다.

반면 아까 그 용암사지 부처님은 금방이라도

툴툴 바위를 벗고 성큼 걸어나올 태세였다.


마애불좌상 왼쪽에 큰 상호만으로 된 마애불두.


가히 현대적이라 할 만하여, 오늘 본 중 이것이 가장 맘에 든다.

미완성이 아니라 더 이상 암것도 필요없는 듯하다.

사실적 비례로 균형과 생동감이 뛰어나고 섬세한 조형미까지 성취했던 통일신라의 작품들에 비해

고려의 것은 불완전하거나 기형적인 파격을 보이곤 하여

 흔히 '퇴보'와 '미숙'의 지적을 받는데,

과연 그 관점이 얼마나 온당할까?

저런 큰바위 얼굴에 대해서도 그런 지적이 통할 수 있을까...?


통일왕국 신라가 다다른

불안없이 평온한 현실긍정과 영원을 향한 표정이 일종의 고전주의라면

격동의 시대를 지나며 그 고전의 표정이 거짓 평온임을 깨닫고

정형화된 양식에 대한 지루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시대가 고려였을 것이다.

회피와 거부의 몸짓은 과감한 생략과 변형으로 표현되었다.

그건 일종의 낭만주의였다.


몸없는 얼굴은 그 자체로 비현실적이며 일종의 추상이다.

저 상호만의 마애불엔 피안을 향한 과장된 꿈과 열망이 깃들어 있다.

번뇌스런 현실을 종내 외면하고 눈감아버리려는

가차없는 거절 혹은 초월의 꿈 같은 것이.


몽영암지에서 당겨본 용암사지 마애불.

바위벽에 커다란 돌액자 하나 걸어놓은 듯한데,

짜맞추듯 지지하는 좌우 바위와의 조합도 참 절묘해 보인다.

 



월곡리 마애불 옆에는  

파수를 보는 듯, 짐승의 머리를 닮은 바위가 있다.


능선에서 보는 마애불


뒤돌아보다.


건너본 천황 구정봉


앞에 또 한 봉우리


여유로운 하산길, 일배 돌리며...








검은 차광막 씌운 하우스 옆이 영암교회, 하산지점이다.






대동제 돌아보며 알찬 월출산행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