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우슬재(07:40) - 331봉(09:00) - 울금바위 - 학치(11:17) - 상여봉(12:45, 점심) - 노승봉 - 바드재(14:00) - 옥녀봉(14:40) - 가마소삼거리(15:05) - 굴바위 - 대불사주차장(15:50) gps로16km
변산환주(직소천 분수령 환주)코스 한구간 걸어본다. 궁금하던 우금산과 옥녀봉.
멀리서 보기엔 귀엽기만 하던 울금바위, 곁에서 보니 대단한 거암봉이다. 조심스레 올라보니 시원스런 고도감과 일품 조망.
오늘 코스 최고봉인 옥녀봉, 높이와 규모 뿐 아니라 조망에서도 단연 이름값이다. 오후 들어 흐려진 시야가 아쉬웠는데, 나중에 필히 다시 올라보아야겠다.
당초엔 용각봉 지나 세봉 삼거리까지 가려 했으나 우금산 일대에서 워낙 여유롭게 시간을 가진 터라 예정코스보다 짧게 끊는다.
결국 이틀은 더 걸어야 미련없는 환주 마무리겠다. 우슬재에서 남여치까지 한 번, 회양골 둘레능선 겸하여 옥녀 천총 세봉 용각으로 한 번.
해뜰무렵 곱은 손 비비며 시작한 산행, 첨으로 조망 트이는 곳에서 돌아보니 동쇠뿔이 봉긋하다.
서늘한 느낌이 좋은 아침 하늘, 구름 몇 점 떠있다. 오늘은 저번보다 조망 좋을 듯.
길은 내내 솔숲길, 깊거나 멋스런 숲 아니지만 호젓하게 걷는 맛이 그만이다.
당겨본 와우봉 비룡상천봉 능선.
민둥한 우금산성 능선도 시야에 든다
아득히 벌판 펼쳐지는 동쪽, 엷게 깔린 안개 우로 햇살 쏟아진다.
이른 아침 아니면 보기 힘들 풍경.
산성길 만나니 비로소 시원하게 시야 트인다.
가는골 저수지(위지도상 가늠제)의 누런 암벽 반영이 눈길을 끈다.
와우봉 능선에서 비룡상천봉 거쳐 북으로 이어지는 줄기, 봉긋한 게 옥녀봉이다.
예전에 가락리에서 올라 걸었던 능선.
변산엔 옥녀봉이 셋이라는데 오늘까지 둘은 올라보겠다. 나머지 하나는 망포대 서북쪽 운산리에 있다.
세 옥녀봉 서로 잘났다고 다툴 법한데, 오늘 오르는 옥녀가 최고일 듯.
저 골짜기에도 비 오면 폭포되겠다. 어수대폭포란 게 저기일까?
지나온 줄기 돌아보다
너머 멀리 새만금 바다(호수? 뻘?)도 보인다.
너름 벌판의 섬같은 부안읍
징게맹게, 김제만경들 안개 속으로 지평 묻혀 사라진다. 사진 왼쪽은 새만금 수평이라 해야겠지만 그 또한 들도 바다도 아니니.
주산면쪽
비산비야, 봉긋봉긋 앙증맞게 돋아난 구릉들이 이채롭다. 안개는 들판의 광활에 깊이를 더한다.
주산과 멀리 흐릿한 내장산군과 방장산릉.
개암제쪽 계곡.
오른쪽 멀리 높이 보이는 게 가야할 상여봉인 듯.
울금바위
흐리지만 독특한 아침 풍경이라 당겨 담아본다.
내장산군 방향.
왼쪽 멀리 붕긋한 내장 신선봉, 가운데 흐릿한 백암산릉, 오른쪽 입암산릉.
저건 방장이겠고..
왼쪽은 정읍 두승산, 오른쪽은 주산
이런 폐성축길 잠시 이어진다.
여긴 제법 번듯한 성축
볼수록 멋스런 울금바위
왼쪽으로는 상여봉, 오른쪽은 옥녀봉.
다시, 부안쪽
내장이나 방장산릉에서 변산을 바라본 기억 있지만, 벌판 가운데 변산이라 느끼진 못했다.
그런데 예서 저쪽을 보니 벌판 가운데 솟은 방장 내장처럼 보인다.
흐린 탓일까, 어쩌면 신기루같기도 하고...
아침빛에 물든 사방, 모든 게 다 아름다우니 걸음 더디다.
진행 능선 아니지만 저 건너 바위봉우리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건너쪽 조망이 좀 나을 듯.
건너 봉우리에서
옥녀봉 능선 너머 새만금바다 보인다.
당겨본 새만금쪽
지나온 능선. 오른쪽 봉우리부터가 산성길.
당겨본 동쪽
우금암 너머 상여봉으로 이어지는 환주능선
북쪽, 맨 뒤로 보이는 건 석불산?
우금암 향해 가다
사산저수지, 상당히 크다.
저 멀리 두승산 아래 안개 잠긴 곳은 고부읍, 산 너머엔 정읍시가 있다.
입암산에서 본 두승산은 벌판 한가운데 우뚝했는데, 여기서 보니 꼬리 길게 이어진다.
우금암 오른쪽 뒤로 펑퍼짐하게 솟은 옥녀봉, 오른쪽 멀리 망포대 능선과 쌍선봉,
그 앞으로 사두봉. 오늘 다시 보니 지장이나 삼각 이상으로 위세당당한 봉우리임을 알겠다.
억새 듬성하니... 분위기 참 좋은 산길이다.
울금바위 앞에서 길이 양쪽으로 나뉜다. 진행방향 아닌 왼쪽으로 가 본다.
성축 이어지는 쪽 바위에서 돌아본 울금바위.
울금바위와 일대는 백제 멸망후 부흥운동의 근거지였다 한다. 신라는 중국과 일시 연합했지만 백제는 일본(왜)과 내내 긴밀했다. 조정은 망했지만 수백년 왕국의 최후가 그리 호락하진 않았을 것이다.
신라가 중국(당)을 끌여들여 삼국통일했다지만, 중국 관점에선 동북의 패자 노릇을 하던 눈엣가시 고구려 정복이 결정적인 의미였을 것이다. 이후 동북은 공순한 발해를 거치며 한동안 편안해졌다. 통일신라는 반도에 갇힌 상황을 감수하는 대신 체제안정을 얻었다. 한반도가 중국영토로 편입될 위험으로부터 당분간 벗어난 셈이다. 훗날 중국을 접수한 몽골과 만주 세력이 현실감각없이 뻣대는 반도를 유린하기도 했지만 나라 자체가 사라지진 않았다.
지난 세기 변산은 빨치산의 활동무대이기도 했다. 대간정맥따라 영호남 산줄기로 이어지는 지리와 달리, 변산은 깊은 산세를 가졌지만 내륙쪽은 너른 벌판으로 맞닿은 반도지형이다. 삼면 바다와 일면 평야에 둘러싸인 섬같은 곳이라, 얼핏 보아 배수진이다. 허나 그 빨치산들, 옛 백제인들처럼 여의치 않으면 바다로 튈 요량 아니었을까?
울금바위 높이 올라 서해바다 바라보았지만, 서해는 동해와 달리 푸른 수평이 아니다. 배수의 절박함은커녕 뻘밭의 아늑함이 느껴진다.
예전에 변산 왔을때도 그리 느꼈던 거 같다. 품어주는 바다, 서해...
저 능선이 가야할 방향
개암사
되돌아가다
베틀굴이라는데...
오랜동안 누군가들의 수행처나 기도처로 쓰여왔을 듯.
울금바위 두 봉우리 중 큰 쪽 오르며
저쪽이 작은 바위인데 밧줄이 달려있다.
담 기회에 가보게 될 의상봉과 흑낭봉이 한눈에 든다
지나온 산성길 능선
왼쪽 뾰족봉이 잠시 왕복한 바위봉.
북서쪽, 김제만경평야.
카메라에서 자유로운 이의 여유가 때로 부럽다.
좀 전에 가본 지점
다시 내려가다. 조심~~
당겨본 쇠뿔과 의상봉 삼각봉
어느 새 짱은 저기로..
작은바위에서
좀 전에 올랐던 큰 바위
여유만만..
큰바위 아래에 굴이 보인다. 원효방이라 부르는 굴.
예전에 저기도 안 가봤을라나?
워낙 오래 전이라 기억이 거의...
여긴 낯익다. 오래전 부모님과 함께 개암사 거쳐 올랐었다.
그런데 여기가 원효굴인가? 전엔 그렇게 알았는데...
다시 보니 이건 수도굴은 아니다. 넘 크고 개활하여 집중이 가능한 곳이 아니다. 여러사람 피난처나 거처로 더 어울린다.
원효방이라 부르는 저 윗쪽 굴이 아마 홀로 수도굴일 듯.
나중에 알고보니 여긴 백제 부흥군 복신의 지휘소였다고도 하는데 그럴 듯한 얘기다.
막아놓은 원효방까진 가지 않고 돌아간다.
시간도 아끼고 오래 지체한 여기서 품 더 팔기 싫어 그랬는데, 결과적으로
다녀왔더라면... 싶다.
개암사 갈림길부터는 부안마실길이라는데 상태가 썩 좋다.
휴일이라 걷는 이들 많이 보인다.
우리 갈길과 마실길은 학치까지 겹쳐진다.
길 벗어나 봉우리 오르니 우금암이 돌아보인다.
아직 마실길.
학치 내려서기 전 조망바위에서 건너보는 삼예봉 능선 너머 쇠뿔과 의상봉
숲 사이 당겨본 우금암의 원효방.
학치 임도 지나서..
잠깐 올라서니 우금암 멋지게 돌아보이는 조망처 있다.
삼예봉과 의상봉
드디어 상여봉이 눈앞에 다가온다
왼쪽 상여봉, 오른쪽 옥녀봉.
상여봉은 산정 왼쪽 각진 저 바위 때문에 그 이름인가?
사산저수지 방향
우금암 전후 지나온 능선
우금암 바로 아래 개암사
서쪽
왼쪽 옥녀봉, 가운데 쌍선봉 사두봉...
오른쪽 봉우리 희끗한 저 바위가 상여봉 바라보며 쉬었던 지점.
두어개쯤 보이던 표주.
X판산XX? 글씨판독이 어렵다.
상여봉
사창재 전 바위조망처에서 굽어본 보안면 남포리 방향.
왼쪽, 허옇게 파먹은 건 주산.
당겨본 서쪽.
삼예봉 좌우 너머로 사두와 의상.
상여봉 오르는 길
상여봉과 노승봉은 조망이 없다. 노승봉은 산소터인데,
남쪽으로 길 뚜렷하다. 지형도를 보니 잠시만 나가면 조망 터지는 벼랑일 듯한데...
(세봉삼거리까지) 갈길이 멀어 그럴 여유가 없다.
노승봉에서 바드재까지, 걷기 좋은 길이지만 조망이 없고 가시도 좀 걸리적거린다.
바드재 내려서기 전 시야 슬쩍 트이는 지점에서 본 우동제
바드재.
능선따라 직진하면 절개지 벼랑이다. 물론 저 방책 사이 열린 곳으로 나와도 되지만
직전에서 산소길따라 북쪽으로 돌아내려 도로따라 몇 걸음 걷는 게 수월하다.
바드재는 저번에 청림가며 넘었던 고개인데, 오늘도 몇 차례 넘는다. 걸어서 넘고 택시로 넘고....
옥녀봉 오름길은 한동안 가파르다. 오늘 코스 중, 우금암 부근과 함께 정규등로에 해당되는 곳이기도 하다.
옥녀봉 오름길, 가파른 구간 지나면 완만한 조망능선 이어진다.
펑퍼짐한 상여봉과 노승봉 능선
가파른 암벽 흘러내리는 안쪽이 성계(선계?)라 불리는 곳.
폭포쪽 암벽은 아직 보일락말락..
넘 흐리다...ㅠㅠ
역광 아니고 조망 좋다면... 쩝~
용각봉 건너보며
기막힌 조망바위다.
조망좋은 날, 꼭 다시 올라보고 싶은 곳.
흐리지만...
굴바위 정수리도 보인다. 가운데쯤 봉긋한 건 용각봉 남쪽 줄기의 매봉
삼거리에서 잠깐 다녀와야 하는 옥녀봉 정상에서 보는 의상봉.
저 위에 올라가볼 껄 그랬나?
근데 문 잠겨 있겠지?
돌아보는 옥녀봉
성계폭포 암벽이 보인다.
노승봉 능선의 앞자락으로 감아안듯 펼쳐진 지능선과 사이 계곡, 볼수록 묘한 지형이다.
사진 왼쪽, 옥녀봉에서 완만하게 흘러내리는 암릉이 멋스러운데, 나중에 옥녀봉 오를때 저리 함 가볼까?
굴바우.
하신길에 본 바로는, 굴바우 정수리쪽 능선으로도 길 뚜렷했던 듯.
용각봉 오르지 않기로 하니 마냥 여유롭다.
회양골 입구 가마소삼거리 고개에서 밀린 간식 먹으며 쉬다가
어슬렁 내려서며 굴바우 구경.
십여년전쯤 회양골 가며 기웃거려본 굴바우,
느낌은 그대로다.
적막과 묘한 기운 충만한...
굴바위 나서 잠시 내려서니
대불사란 절이 나타난다. 최근에 지은 절 같진 않은데 당최 기억이 없다?
차량 회수를 위해 줄포택시 불러놓고 건너 성계폭포를 바라본다.
예전에 왔을 땐 비 온 후라 흰 물줄기 걸려 있었던 기억이다.
변산의 산하는 맑고도 기이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지형도상으로 짐작컨데, 저 폭포 상단 보이지 않는 계곡은 작은 분지처럼 좀 특이한 형세라 답사해보고픈 호기심 자아낸다.
넘치는 재능과 분방한 열정으로, 고루한 왕조권력과 끝내 불화했던 희대의 천재 허균이 홍길동전을 집필하며 거처했다는 정수암도 저곳이었다 한다.
허균 역시 변산의 깊고 묘한 지형지세에 푹 매료되었을 터이고, 그 느낌은
이상향을 꿈꾸는 무협판타지 소설 홍길동전의 배경무대로 충분히 반영되었을 것이다.
허균보다 한 시대 이후, 달라진 바 없는 세상을 예리하게 통찰하면서도 한결 신중했던 실학자 유형원이 반계수록을 저술한 곳 역시 이곳 반계 즉 우반동이라 하니,
변산 중에서도 이 우동리는 이지적이면서도 활달한 감성을 자극하는 역사의 정취가 풍성하게 배여있는 곳이라 할만하다.
언젠가 기회된다면, 하루쯤 묵으며 산행 겸하여 여유롭게 둘러보아도 좋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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