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백양관광호텔 입구(09:00) - 가인봉(10:40) - 사자봉 - 상왕봉(12:10) - 순창새재(13:05) - 내장산 주릉(14:12) - 까치봉 - 연지봉 - 불출봉(15:40) - 원적암 입구 - 벽련암 - 빗재(16:45) - 하산(3주차장 건너편 17:30) - 3주차장 - 택시로 4주차장(18:00)
걸은 거리는 (3주차장까지) 18km 남짓.
미리 상상해 본 늦가을 백암 내장산행의 그림은 대강 이러했다.
갓 내린 오색 낙엽 밟으며 흐뭇하게 걷는 길, 비 온 이튿날 대지는 촉촉하고 잎진 숲 사이로 보이는 원근 산릉엔 점점 흰구름 걸린다.
조망바위에 올라 돌아보는 서쪽 하늘엔 가본지 오랜 산릉들이 낯익은 윤곽의 하늘금 그려내고, 뻘 묻은 서해 바다는 보일락말락...
고도 높지 않지만 당찬 산세, 좌우 어느 한쪽은 가파른 벼랑 드리워 깊고 너른 골짜기 펼쳐내며 짜릿한 고도감 선사하는 봉우리들.
해와 더불어 내리는 막바지 하산길, 처연한 잔광 뿜고 있는 늦단풍 음미하면서 지친 몸 끌고 휘적휘적 막걸리 한잔 공양하러...
절반쯤은 비슷했고 나머지는 짐작 벗어났다.
해 짧은 시절,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첨부터 마음이 바쁘다.
낙엽 가득한 가인능선은 기대만큼이었고 장성호도 아름다웠다. 구름 게으른 먼산은 선뜻 다가오지 않았다.
백암산릉은 붐비고 질척이는 흙탕길이었다. 도처에서 산은 빈수레처럼 요란했다. 굽어보는 남창골, 돌아보는 가인과 건너보는 망해.
고만고만 오르내리며 걷는 느낌 좋은 순창새재길, 제철 휴일답게 오가는 이 제법 많았다. 졸졸 경쾌한 물소리 들으며 소둥근재 지나
꾸역꾸역 내장산릉 올라서니 그 새 더 늘어난 듯한 시설물들, 걷는맛 없이 뺀지랍고 비온 후 지저분한 길이 거슬린다. 염려했던 대목이었다.
불출봉에서 단풍놀이 모드로 전환한다. 써레암봉 버리고 원적암 벽련암 산책길 거쳐 빗재로 직행이다. 잠시나마 눈부신 강렬함.
과연 가을 내장, 이름답게 꼭꼭 숨겨둔 곳.
하산길 미답 계곡에선 뜻밖에 물을 만나 개운하게 씻고 내려서니 어두워져가는 시각, 없는 차를 찾아 낯선 동네 헤매기를 삼십여분...
호불호 명백히 나뉘던 산길 분위기와 오르내린 기복만큼이나 뻐근한 무릎, 혼란스런 마무리까지 더하여
모처럼 뒷맛 별스런 산행이었다.
들머리의 아침 공기는 약간 눅눅하고 포근하다. 며칠간 비 내린 후였지만 기온 떨어지지 않았고, 하늘은 푸르게 개이는 중이다.
늦가을 서정을 만끽하는 조망산행이 될듯한 예감...
초입부터 수북하게 쌓인 젖은 낙엽 밟으며 걷는다. 싸~하게 코끝 적시며 밀려드는 가을숲 내음.
부지런히 걷는다. 다들 종주 모드. 해 짧은 시절 먼 길이라 무거운 카메라는 아직 꺼내지 않는다.
한 봉우리 치올라 돌아보니 숲 사이로 낮게 깔린 구름 비친다. 아쉽게 시원하게 조망 트이는 곳은 없다.
가풀막 한두 고비 지나, 멀찌감치 가인봉 윤곽 잡힐 즈음에야 비로소 카메라 들어본다.
내린 지 오래지 않은 싱싱한 낙엽 밟으며 가는 길.
예전에 이 길 혼자 걸을 때도 참 흐뭇해 했던 기억.
능선 왼쪽으로 안개 머금은 장성호가 울창숲 사이로 보이는 길.
어서 조망 트이는 곳 올라 그 모습 담고 싶지만 기억컨데 이 능선, 가인봉 전봉우리 바위벽 치오를 때까지 조망 트이는 곳 없었던 듯하다.
가인봉 전 안부에 이르니 늦단풍이 보인다.
제법 곱다.
그냥 지나치기 아까울만큼...
첫 조망처에서 돌아보다. 지나온 능선 자락엔 계절빛 완연하고
구름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은 병풍 불태산릉 검푸른 윤곽을 뿌옇게 지우려 하고 있다.
빗살처럼 뻗어내리는 백양사 계곡쪽 지능선들
장성호.
도중에 숲 사이로 보이던 안개는 안개처럼 사라져버렸다. 무심한 수면엔 흰구름 그림자만 마알갛게 번지고 있다.
바짝 당겨본다.
여기도 많이 가물었던 걸까? 드러난 바닥, 끊겨진 다리 따위가 눈길을 끈다.
한동안 잠겨 있었을 저것들, 쓸모의 노역에서 풀려나 다시 태어난 사물들의 자태로
가까스로 또다른 윤곽 그려내는 도형들과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인봉에서 돌아보다
백양산 백학봉쪽.
우뚝한 백방산도 특유의 윤곽으로 눈길 끌고, 너머 멀리 회문산릉은 구름에 잠겼다.
가야할 사자 상왕봉엔 구름 묻어 있다.
활짝 갤 듯하던 이른 아침과 달리 구름 무겁고 더디다. 너무 포근한 탓일까.
건너편 봉우리
장자봉 능선 너머로 구름덮인 방장산과
툭 떨어지는 양고살재 남쪽 미답의 영산기맥 줄기. 왼쪽 높은 게 문수산쯤일까?
절승 가인봉의 조망. 가인도 여길 올라보았을까?
예전에 왔을 땐 시야 너무 나빠 아쉬웠는데 오늘 산행은 그 만회인 셈이다. 쾌청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다.
다시 백학봉에서 추월산릉까지
둥두렷한 백방산쪽 당겨보다.
백방 오른쪽은 치재산쯤일려나?
추월산릉,
특유의 거대한 암벽은 감추어졌지만 파도치는 윤곽은 여전한...
가을빛 남아있는 골짜기
당겨본 건너봉
당겨본 입암산 갓바위에도 구름 묻었다.
또다른 각도에서
입암산 장자봉 능선 들머리였던 신성저수지도 보인다.
가야할 능선. 백암산릉은 부드러운 듯 군데군데 각잡힌 윤곽이 특징적.
남창골 드는 길, 황룡강변 은행이 곱다.
사진 맨왼쪽 위의 건물은 입암산 장자봉 능선 들머리옆 영락요양원.
가인암봉
장성호, 맘껏 눈에 담아본다.
남창골 산빛
무심코 길 벗어나 들어선 산성에서
산성에서 돌아본 가인봉. 나름 멋진 윤곽이지만,
멀리서 보는 백암산릉의 윤곽에 강렬한 포인트를 주는 특징적인 옆모습이 더 멋있는 듯.
추월산릉 오른쪽으로 보이는 (가운데 멀리) 흐릿한 건...
호남정맥 설산 괘일산릉 쪽일 듯?
산소 있는 공터에서 돌아본 가인봉
백암산 주등로 들어서면 낙엽수북한 오솔산길의 운치는 끝난다.
걷는 맛은 별로인 국립공원 주등로.
사자봉 향해 가며
사자봉 오르며 돌아보다
가마봉 능선 너머로 입암산릉. 뾰족한 시루봉과 (왼쪽으로) 시원하게 뻗는 장자봉 능선인 인상적.
방장은 여전히 구름 속이고...
좀 당겨본 모습
남창골, 사계절 아름다운 곳. 안개나 눈발 지피면 선경 연출하는 몽계폭포 숨어있는 골짜기.
갠적으로는 내장산공원구역 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붐비면서 그윽한 맛은 가장 낫다고 여기는...
또 돌아보고..
상왕봉에서 가야할 길 건너보다. 뾰족한 삼성산이 눈길 끈다.
입암 백암산릉도 주로 장성쪽에서 오를 뿐 정읍쪽에선 거의 오르지 않는 듯하다.
궁금해진다.
당겨본 연지와 망해
다시, 상왕에서 보는 남창골
연지 망해 불출까지?
백암에서 보는 내장산릉 전경. 가장 높은 게 신선봉
상왕봉 벗어나 순창새재 가는 길 접어드니 좀 살만하다.
사실, 백암산 사자봉에서 상왕봉 구간은 여태 와본 중 최악이었다. 며칠간 내린 비로 길은 질척대는 뻘이 되었고 휴일 인파는 유난히 많았다.
곳곳이 식당이고 무리무리 시끌벅적 유원지였다. 한 점 적막도 공허도 없는 산은 산이 아닐 터이니, 허기 무릅쓰고 어서 벗어나고만 싶은 곳이 되어버린다.
새재길 내려서 적당한 곳에서 점심상 편다. 오롯이 밀려드는 산내음과 두어 점 적막의 기미...
부른 배 안고 오솔한 낙엽산길 이어간다
숲의 시절 소문에 귀 기울이며 나도 모르게 걸음 느려지고 싶은 곳.
순창새재에서 호남정맥길 버리고 주등로 따른다.
호남정맥때의 특별한 기억 남아있지 않은 데다, 비온 후 계곡길 물소리나 행여 남아있을 계절빛이 더 궁금한 터라.
대가계곡 최상류임에도 고원습지처럼 너른 지형이 인상적인데 아니나 다를까, 비 온 후라 물도 제법이다.
혹시나 싶던 단풍은 가시고 없지만, 너르면서 깊고 그윽한 맛은 여전하다.
첨 이곳에 왔을 땐 단풍 가득 물든 그윽한 계곡미에 감탄하여 장성새재와 이어 꼭 다시 와보고 싶던 곳.
조망바위에서 건너보는 신선봉(우)과 까치봉
신선봉
신선봉에서 화개산 줄기.
기회보아 함 밟아봐야지 하면서도 아직 미답이다.
정읍 두승산쪽. 넘 흐리다.
까치봉 치올리기 직전, 낙엽길 벗어나는 아쉬움에서...
까치봉 가며
내장 주릉 올라서면 경관은 좀 화려해지지만 걷는 맛은 영 꽝이다. 시설물도 너무 많거니와 통상 메마른 단풍철에는 먼지만 폭폭하기 일쑤인데,
이번엔 비 온 후라 곳곳 진흙길이거나 시커멓게 젖어 미끄럽고 지저분한 바윗길이다.
가인능선 낙엽길이 울컥 그리워지며 어서 내려서고 싶지만...
내장사 이후 단조로운 공원길이 무서워 불출봉까지 가서 탈출로 모색키로 한다.
당겨본 써레와 벽련암. 벽련은 늘푸른 이미지인데
이 계절, 늘푸른 비자나무숲은 원적암에 있고 벽련은 오채의 단풍숲에 안겨 있다.
부재를 인증함으로써 그리움을 더욱 강렬히 표현한다는 역설일까?
공교로운 심미감 뚝뚝 묻어나는 옛사람들의 이름짓기...
지나온 능선 뒤돌아보다
신선으로 이어지는 능선. 거대한 짐승의 미끈한 잔등같은...
가운데 추령봉쪽. 그 뒤로 멀리 회문산이 흐릿하나마 구름을 벗었다.
장군봉과 백방산이 묘하게 겹쳐 보인다.
연지에서 심심풀이로 당겨본 입암 너머 방장
망해에서 보는 불출과 써레, 왼쪽 너머로 펼쳐지는 호남정맥줄기.
맨눈으로는 고당산 시설물도 가늠되었는데...
멍청한 사진!
불출과 써레
써레만
정읍시
망해 내려서며.
쾌청 하늘 아래 단풍 제대로 물들었을 땐 참으로 장관인...
오른쪽 추령봉은 명실상부 내장산 경관의 유력한 축이다.
저기서 보는 내장산 전경도 숨막히게 아름답거니와, 지금 걷는 능선 끝봉우리(안테나봉)에서 보는 추령봉 또한 절품이다.
돌아보는 망해와 연지
불출에서 돌아보다.
불출봉엔 커다란 데크 생겼다. 워낙 인파 쇄도하는 내장산인지라 무슨 시설을 하든 명분과 쓸모 확실할 터이지만...
산이 산다움을 잃어가는 안쓰러움에 비례하여 산길 걷는 맛 또한 점점 사라져가니
새삼 자연의 의미에 대해 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근래 국립공원의 행태 아닌가 싶다.
불출봉 돌아내려와 원적암 하산길 접어든다.
몇 발자욱 내려서니 단풍이 반긴다.
허접한 능선길 꾸역꾸역 걷지 말고 까치봉에서 진작 내려설 걸 그랬나...?
싱그런 가을숲 내음 다시 코로 들고, 걸음은 한결 여유롭다.
영원히 알수없는 수신호를 보내고 있는 듯한 낯익은 나무
원적암 입구에서 잠시 쉬다가
사방 노란빛에 잠겼을 원적암은 상상 속에 던져두고 벽련암으로 향한다.
걸을때마다 느끼지만 참 좋은 길이다. 다만 조금만 좁았으면 좋겠다.
벽련암 단풍은 아직 제법이다.
좋으시다네~~ㅎ
빗재 옛길은 들머리부터 꽃길
(벽련암 옆 화장실 바로 위 '등산로 아님' 표지가 들머리)
한숨만 쏟아진다. 과연 내장이다.
벽련암에서 빗재까지,
짧은 거리지만 인상은 무척 강렬하다. 단풍명산 내장의 명성을 단박에 실감케 하는 곳.
빗재 이르니 산악회 일행들이 지나간 흔적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행여 월영봉으로 가고 싶은지 짱에게 물으니 오늘은 별 생각 없단다. 지도상에 표기된 3주차장쪽 하산길이나 확인해 보기로 한다.
빗재에서 안테나봉 능선 가는 길
안테나봉 능선 접어들어 몇 걸음 내려서니 왼쪽(북쪽)으로 뚜렷한 갈림길 있다.
벽련암에서 이으면 거의 직선에 가까운 방향, 내장산 옛스님들이 정읍 드나들며 애용했을 길이겠다.
첨에 뚜렷하던 길은 가파른 사면을 지그재그로 내리더니 급기야 흐지부지. 도로 멀잖으니 굳이 길 찾으려 않고 곧장 내려선다.
험하진 않으나 돌과 자갈 많은 비탈이 줄줄 미끄러져 조금 조심스럽다.
행여 물 있을까 계곡따라 내려섰으나, 사진 왼쪽 능선으로 붙으면 진행은 더 수월할 듯.
차소리 들리는 지점쯤 내려서니 발 옆으로 반가운 물소리 들린다.
얕은 골이지만 며칠 비내린 덕에 제법 수량이 된다. 게다가 엄청 깨끗하다. 개운하게 씻고 도로에 내려서려니
오잉? 높다란 철망 울타리가 가로막는다. 눈 부릅뜨고 살피니 오른쪽(동쪽)으로 끝이 보인다.
도로에 내려서서 둘러보니 '야생동물 주의' 표지 서 있고, 여기가 옛길 날머리인지 흐린 발길 흔적도 보인다.
도로 건너 정면으로 주차장이다. 버스 두 대 보이는데 다들 시끌벅적 뒷풀이 중이다. 근데 우리 차는 없다. 살짝 난감...
이후 상황이 좀 어이없고 우습게 돌아간다. 예정된 지점으로 곧장 하산했음에도 차 찾느라 돌고돌다가
엉뚱하게 머나먼 4주차장에서야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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