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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전라 충청권

변산 관음봉릉과 망포대 능선 160103

by 숲길로 2016. 1. 5.



코스 : 내변산 탐방지원센터(08:00) - 세봉 삼거리(09:15) - 관음봉(09:45) - 재백이고개(10:25) - 대소고개(11:00) - 시루봉 분기(11:30) - 점심 - 신선봉(12:35) - 망포대(13:20) - 분초대 - 낙조대(14:16) - 봉래곡 삼거리(15:17) - 세족 - 재백이고개(16:20) - 원암리 곰소장모님젓갈직판장(16:40)



변산 간다. 퍽이나 오랫만이다.

세봉 관음봉 거쳐 신선 망포 낙조대를 돌아 봉래곡 거쳐 원암으로 내려서는 꽤 긴 코스다.

봉래곡이나 관음봉쪽은 산악회 통해 수차례 기웃거렸지만, 신선 망포대 능선은 10년전쯤 여름 숨 턱턱 막히며 단 한번 걸었던 곳이다. 인상 좋지 않았던 그 길을 다시 걸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기억은 그랬다. 기대했던 조망암릉은 쉬 나타나지 않고 바람 들지 않는 울창숲만 한없이 이어졌다. 암릉 암봉만 그리던 변산의 기존 인상과 판이하게 부드럽게 구비치는 활엽숲은 깊고 그윽했다. 그러나 눅눅하고 더웠다. 바람 드는 신선대 바위벼랑에 서니 발 아래가 후끈거렸다. 

그 기억을 새롭게 하고 싶었고, 깊고 울창하던 그 숲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내변산 탐방지원센타는 첨이다.

왼쪽, 안개 속에 인장바위 보인다. 최근에 개방되었다는 우리가 오를 저 길,

세봉 삼거리나 회양골 가마소 삼거리로 이어지며 겹겹 얽히고 설킨 변산길의 미로를 더한다.

그런데 날씨가 무척 포근하다, 더울 만치. 도무지 해동철같은 한겨울이라니...  


조망 툭 트이는 바위에서 돌아보니 안개 잠긴 봉래곡 우로 치솟는 암봉들... 

바로 앞 선인봉 뒤로 쌍선봉 겹쳐진다.

진종일 원경 조망 기대하기 힘들겠다 싶은 아침빛이지만, 변산에선 첨 보는 안개그림이라 낯설고 반갑다.


또다른 조망처에서 돌아보다.

나뭇가지 뒤로 인장바위 보인다. 오름길에선 암생각 없이 옆을 지나쳐왔었다.




맨뒤로 의상봉도 보인다. 흐릿하지만...ㅠㅠ

바로 앞 이 봉우리들, 회양골에서 보면 해골마냥 무척 인상적이던 낯익은 녀석이지만 이름도 모르겠고 개방된 등로도 없는 듯. 


지펴오르는 안개 우로 햇살은 쏟아지고...

우리는 금빛 안개의 아침을 걷는다.


가야할 능선들










골골 잠겼다가 햇살에 달구어진 안개, 물씬물씬 피어오른다.


세봉 너머까지 이르는 동안 쉼없이 밀려오르는 안개 탓에 조망이 없다.

이게 좋으면 저게 못마땅하고...ㅎㅎㅎ


잠시 엷어지는 틈을 타서 지나온 봉우리 돌아보다.




툭툭 터지는 조망능선이건만...




관음봉에 이르니 비로소 안개 걷히고

가야할 능선 굽어본다.

관음봉엔 널찍한 조망데크가 설치되었다. 많은 사람이 올러설 수 있으나, 바위 딛고 서는 자연스럽고 오금저린 맛은 사라졌다.




관음봉 내림길 북릉 조망바위에서


봉래곡 저수지도 굽어보이고..






저 봉우리 넘어야 재백이 고개.

당겨본다.


우리 일행들인 듯.


돌아본 관음



날씨마저 이토록 포근하니...

물오른 듯 붉은 가지엔 금새 봄빛 물들 것만 같으다.


또, 살짝 몸 뒤튼 관음


재백이고개 향하여


재백이 고개 지나 신선봉 향한 능선 후딱 접어든다. 비지정 등로라 남의 눈에 띄는 건 불편하다.

시야 가릴만치 가서 일행들 기다린다. 재백이에 같이 서 있던 일행들 여럿이었는데 올 기미가 없다.

살짝 소리를 질러본다. 대꾸가 없다... 

에라~~ 그냥 가자.    


잠시 치오른 조망바위에서 돌아본 재백이


굽어본 곰소 원암리

넘 흐리다. 뻘바다나 곰소 염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노간주나무 많은 암릉구간.

흐린 조망이나마 시원한 맛은 있고, 무엇보다 시설물 없는 자연스런 산길 걷는 느낌이 좋다.


왼쪽으로 감돌아 이어지는 가야할 능선.

가장 높이 보이는 게 신선봉, 왼쪽은 운호봉(?), 오른쪽 뾰족봉은 갈미봉릉 분기봉.

오른쪽 가까이 보이는 암봉은 아차봉(?)이라는데 망포대와 분초대 사이로 뻗어내리며 대소골을 감싸는 줄기.

 

뒤돌아본 모습

가장 높은 게 관음봉.


사진 오른쪽 가운데 흰 점 보이는 곳이 재백이


진행능선의 각이 조금 더 열리며 펑퍼짐한 망포대 능선도 시야에 들고

대소마을 민가 몇채도 더 보인다.

신선골이라 불리던 대소골도 마찬가지지만, 변산의 골들은 다들 참 넉넉해 보인다.

오늘 산행 들머리 삼았던 봉래곡은 말할 바 없고, 깊고 울창하면서도 쏟아지는 햇살 더없이 따스하던 회양골도 그러했고,

봉래곡 최상류 여기 대소골도 그러해 보이고...

그래서 언젠가 저 대소골도 끝까지 거슬러올라 미답의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와보면 어떨까.. 싶어진다.  


남쪽 벼랑 아래 그림같은 밭이 있어 당겨보지만..




돌아보다.

관음봉에서 재백이로 내려서는 능선이 요연히 시야에 든다.


길지 않지만 참 재미난 암릉구간이다


이후 통신탑 서 있는 273.4봉 지난다. 시설물 피해 왼쪽으로 우회하니 석포쪽 능선으로 길이 더 좋다.

지도 확인하며 대소고개 쪽으로 방향 잡는다. 

대소고개는 너른 임도다. 대소마을 출입차량 드나드는 길이겠다.


가야할 봉우리 암릉.

저 암릉 지나 올라서는 봉우리에 시루봉이란 팻말 있는데, 위지도엔 남쪽 지능선상에 시루봉이 있다.

어쨌건 저곳은 오늘 코스 중 암릉 인상적인 곳 중 하나.    


수직 벼랑 거느린 암릉에서




관음봉부터 지나온 능선 돌아보다.

바로앞 펑퍼짐한 봉우리는 273.4봉, 그 아래 안부가 대소고개. 대소고개에서 오른쪽(석포) 능선 끝에 허연 바위비탈 드러나 보인다.

기억컨데 석포로 하산했던 예전 산행땐 대소고개에서 저 비탈암반 거쳐 내려갔지 싶다.

 







신선봉


한동안 기복없이 펑퍼짐한 활엽숲.

몸의 기억은 완강하다. 특히 힘들거나 절박하게 새겨진 것일수록. 

내 몸이 기억하는 망포대 능선은 울창숲길의 느낌이 거의 전부다.

 

운호저수지와 운호리


관음봉에서부터 지나온 능선


조망좋은 봉우리에서 굽어보다. 운호봉이란 이름표 있었던가..?

시설물이나 행락 쓰레기 오염없이 비교적 깨끗한 능선에, 조잡한 코팅지로 너덜거리는 모씨의 정상표지는 솔직히 썩 볼썽사납다.


신선봉 방향 벼랑


운호봉에서 대소골로 향하는 지능선의 조망바위에 앙증맞은 돌탑 있다.

 

조망도 무척 좋은 곳이다. 정면 솔 있는 곳이 대소골향 지능선인데 길이 되는듯.

하긴, 지금 걷는 이 능선에선 대소골쪽 길이 여럿 보였다.

얼마전 우연히, 박통시절 김신조 사건 이후 대소골에 살던 사람들이 강제소개당하면서 청학동으로 집단이주했단 기록을 본 적 있다.

에전엔 지금보다 많은 인구가 살았더란 얘기겠다.

 

능선이 한 눈에...


곰소만 너머... 아득히 떠오르는 산이 보인다.

선운산(경수산)일까?


맑은 날이면 지척으로 보일 산릉인데... 


짧은 암릉구간


저 건너 툭 불거진 곳도 썩 조망 좋겠다. 아마 산소 있는 듯.




암릉에서 건너본 동쪽






조망바위 다녀오는 쪽으로 몇 걸음 내디디니 산불감시탑 있는 신선봉 정상부가 보인다.

조망바위는 결국 가지 않았다. 잠시지만 내려갔다 오기 귀찮기도 하고, 거기 아니라도 조망 충분히 좋으니 덜 동하기도 하고...


신선봉 정상부 올라서면서 잊고 있었던 대소골로 진행한 일행들 다시 만난다.

능선 대신 수월하게 대소골 거쳐 오셨다고...  


갈미봉릉 분기봉 오름길 조망바위에서 뒤돌아본 신선봉


운호지 상류 계곡과 오른쪽 갈미봉


대소골과 신선봉


분기봉 내려서며 보는 망포대 능선은 활엽 가득 우아한 육산릉의 자태다.


망포대에서 낙조대 쌍선봉까지


쌍선봉 너머 의상봉과 쇠뿔바위 능선


당겨본 모습

흐리나마 의상봉 군시설물과 쇠뿔바위 윤곽이 가늠된다.


오른쪽 멀리 우금암도 보이는 듯?

바로앞 대소골 동쪽 줄기도 인상적이다. 봉래곡과 망포대릉 사이 동남향으로 부드럽게 뻗어내린 지세로 보아 산소께나 있겠고

능선 살짝 아래 남향 산소들따라 이어지는 길도 있을 성 싶다. 아마 그 길은 위 사진 오른쪽 테라스 이루는 전망바위도 거쳐갈 듯한데

저 능선 걸을 때는 산마루길보다 저 사면 산소길을(있다면!) 따르는 게 수월하면서 조망도 훨 좋겠다.  


망포대 봉우리 직전 조망바위에서.


말뜻 그대로라면 망포대는 바다쪽 시야가 트이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삼각점봉(494.1m) 망포대 꼭지는 조망없는 울창숲이다. 물론 인간의 눈이 아닌 자연사물의 시선을 고려한 작명일 수도 있지만, 그건 좀 현대적인 데다 전래의 작명방식치곤 상당히 특이해 보인다. 우리 전통의 자연관에선 소통과 공명, 나아가 노골적인 물신적(혹은 범신론적) 관점도 흔하지만, 이런 식으로 시선의 주체 자격을 적극적으로 부여한 경우는 흔치 않다. 그건 의인화나 풍수적 물활론과는 또다른 상상력과 상징체계가 요구되는 관점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엔 정상부가 조망 트였을 거라 가정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이름과 실질이 맞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럼 여기 북서쪽 시야 트이는 이 바위 조망처가 옛 사람들이 부르던 망포대일까? 설마...? 망포대 정상을 살짝 넘어서면 이번엔 동남쪽으로 시야 툭 트이는 바위가 있다. 즉 망포대 봉우리 자체는 조망이 없지만, 봉우리 전후 지척에 각방향의 멋진 조망처가 있는 셈이다.

이쯤되면 망포대의 자격이 주어진 걸까? 재백이에서 낙조대까지, 이 긴 능선의 가장 높은 지점에 양방향의 눈을 가진 봉우리이니 그 이름의 자격이 생긴 걸까?

예전에 이 능선 걸으면서도 그런 의문은 있었다. 낙조대 분초대 망포대 신선대... 수많은 대들이 그 이름의 기대만큼 실답지 못한 느낌이었다. 


다시 망포대 능선을 걷는다. 계절이 달라졌고 십년의 세월이 흐르는 사이 산을 보는 눈과 마음이 바뀌었다. 오늘 다시 보는 망포대는 그 이름 그대로 와닿는다. 누구나 그러하듯 정수리에는 눈이 없다. 망포대는 부드럽게 치솟은 산정 바로 아래 아름다운 두 눈을 지녔다. 그 두 눈으로 반도 남북의 양 포구 바라본다, 고 할 수 있을까? 조망점이 있어야 볼 수 있는 건 인간이다. 산은 그렇지 않다. 두 눈 없이도 망포대는 본다. 오히려 눈은 장식, 인간에게 내어주는 유리구슬같은 것이다. 모든 산정은 그 자체로 눈이며, 기능적 눈 없이도 스스로 볼수 있다. 가끔 산중에서 혼자 밥이라도 먹고 있노라면 등뒤에서 누군가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것이 우리가 느끼는 산의 눈, 산의 시선일 것이다.       


망포대 능선은 육산릉이다. 암봉암릉 백골미 가득한 변산릉들을 감싸며 망포대 능선숲은 깊고 부드럽게 흐른다. 봉래곡 굽어보며 팔인듯 날개인듯 펼쳐내는 좌낙조 우신선의 한가운데 망포대는 솟아있다. 망포대가 가진 것은 사방 시야 두리번거리는 거친 조망암릉이 아니라, 다소곳이 그러나 깊고 너르고 굽어보는 두 눈이다. 그 두 눈을 인간에게 내어주면서 우리의 의심을 달래고, 망포대란 이름을 가진 산정 스스로는 정수리 전체로 본다. 울창하고 캄캄한 맹점, 둥두렷한 산꼭지 스스로 본다. 자연사물을 시선의 주체삼은 이름일 리 없다 여겼던 나는 여기서 슬그머니 부끄러워진다.

내가 산을 보는 것이 아니다. 망포대에선 산이 나를 본다. 포구에서 건너온 한줄기 바람이 나를 지나간다. 내일 내가 어디 있을지 아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들이다.      


망포대의 눈을 빌어 북서쪽 바다를 보다.

오늘은 흐리다..


섬산행 온 듯한 느낌 들게하는 울창숲




망포대 정상 살짝 내려선 지점의 조망바위에서 대소골 굽어보다.

곧고 길고 깊다. 언제 저 골을 거슬러 걸어볼 기회 있으려나...?


쌍선봉 아래 낙조대까지, 아직 한참을 가야 한다.


부드러우면서도 당찬 굴곡, 저 건너 화려한 암릉들 못지 않은 역동감이다.

암릉들은 우리를 흔들어 뛰놀게 하지만, 저 육산릉의 역동은 지긋이 품으며 멀리멀리 데리고 간다. 멈출 수 없는 중독처럼 지평 너머 이어지는 길을 꿈꾸게 한다. 


쌍선봉에서 낙조대 우로 의상봉에서 쇠뿔바위 능선이 걸린다.

쇠뿔바위는 가 보았지만 의상봉은 미답이다.

예전에 옥녀봉에서 쇠뿔바우로 진행하면서 후딱 다녀올 기회 있었지만, 의상봉 일대는 기웃거릴 곳 워낙 많아 훗날로 미루었던 게 아직이다.

견물생심, 맘 낸 김에 조만간 다녀와야쥐~~


대소골 비탈 산빛이 이른 봄빛인양 고와 담아보았는데... ㅠㅠ


울울창창 활엽숲길

(여름은 말고-.-) 다른 계절에도 함 걸어보았으믄 싶다.

 



어떤 묘역에서



가아할 북재와 분초대 낙조대를 가늠해 본다.


특급 산책로




우회없이 올라본 분초대(?)에서 굽어본 변산읍과 왼쪽 봉긋한 옥녀봉


돌아보는 산릉


남으로 다시 넘어가야 할 재백이 고개가 시야에 든다




낙조대에서 보는 변산읍


해지는 쪽 돌아보다



사실, 낙조대란 이름도 좀 이상하다.

낙조대에서 보이는 저녁해는 바다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망포대 남쪽 능선을 넘어간다.

바다로 떨어지기 전에 서산 넘는 해를 보는 것이니 대단한 볼거리라 하긴 어렵다. 신선봉에서 관음 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나 의상봉쪽 등등, 변산릉에서 여기보다 낙조보기 좋은 곳이 얼마든지 있을 터인데, 왜 하필 여기가 낙조대일까? 누구의 어떤 바램과 기대가 담긴 이름일까?

얼핏 짐작되는 바 없는 건 아니나

제대로 답을 얻으려면 맑은 날 여기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아야 할 거 같다. 반도라 해서 꼭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보아야 하는 건 아니니

낙일의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몸소 겪어본다면, 변산 낙조대가 왜 낙조대인지 짐작할 단서를 얻을 수 있을 터. 


해지는 쪽


낙조대 바위에서 보는 남쪽


낙조대에서 월명암 주등로 있는 쌍선봉 방향으로 가지 않고 동쪽 능선따라 직진한다. 지도상엔 조금만 가면 월명암 내려서는 길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무심코 지나친 걸까, 워낙 묵어 흐려진 걸까, 길을 발견치 못했다.

수차례 들렀던 곳이라 짜드락 궁금치도 않으니 그냥 간다. 잠시 후 능선길은 월명암 거쳐온 사면길과 만난다.  


봉래곡 내려서는 하산릉에서


















저수지






직소폭도 그냥 지나친다.

사계절 모습 보았던 터라 굳이 다녀오기 귀찮다는 핑계로.


길에서 멀지 않은 폭포상단에서

 









원암리가 저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