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구마계곡 노루목(08:20) - 간기(09:10) - 중봉골 - 지능선 진입(11:00) - 능선 x1130(11:50) - 각화산(12:05 점심) - 왕두산(13:52) - 하산길 삼거리(14:25) - 계곡만남(15:18) - 세류암(16:40)
또다시 구마계곡 단풍놀이. 노루목에서 간기까지 포장길따라 걷다가
지난 산행 늦은 하산으로 미련 남았던 중봉골 거슬러 오른다. 낮게 드리워진 잿빛 하늘 아래 젖어들듯 만추의 산빛...
각화산릉 넘나들며 오르내리던 중봉골 옛길따라 걷는 느낌이 좋고,
태백산맥 심부 육중 대간릉 못지않는 각화 왕두산릉의 잎진 산마루, 신령한 가운 감도는 노목 참나무들 그윽한 자태 우러러보며 가는 느낌도 각별하다.
형제봉쪽 능선 버리고 내려선 노루목 계곡, 기대에 못미쳤던 중봉골 단풍의 아쉬움을 만회하는 깊고 소박한 가을빛이 일품이다.
늘 그러하듯 좋은 산행은 미련인 양 여운 깊고 길다. 파란 하늘 아래 마루금 물들어가는 또다른 계절, 춘양 쪽에서 각화산릉 치올랐다가 왕두 형제봉 지나 현동까지 함 내쳐걸어도 좋겠다 싶다.
머물지 않는 시간 저편 하늘에 닿는 길. 아무것도 없음을 향해 나아가는, 불가능한 바깥으로의 질주가 빚어내는 저마다의 궤적들.
내가 없으면 풍경 또한 없으려니, 풍경이란 사라지며 돌아보는 저마다 그 순간의 이름.
노루목에서 간기로 향한다.
좀 흐리고 약간 포근한 날씨, 맑은 아침공기 마시며 내딛는 걸음 상쾌하다.
돌아보는 세류암에 아침 짓는(?) 연기가...
입구 소박한 표지엔 '태백산 세류암'이라 적혀 있다.
몰 찍는지...?
잔대(?)가 아직까지...!
큰터마을 보인다.
뒤돌아보다
겨우내 쓸 장작인가, 시원하게 도끼질 좀 해 줄수도 있는디... ㅎㅎㅎ
아무렴 흙길보다야 못하지만, 시멘트 포장길이 그닥 거슬리지 않는 시절.
나중에 듣기론, 비교적 깨끗한 구간은 지난 여름에 포장한 것이라고.
봉화는 울나라 산림자원의 중심지 중 하나.
전쟁기계 일제의 이땅과 사람에 대한 수탈은 가히 전면적이고 전방위적이었다.
그런 역사를 '근대화'와 '발전'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고, 그들이 세공한 이데올로기를 소위 이 나라 지도층과 정치권력 중심부가 공유한다.
그러므로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자는 주장은
일제가 식민지 조선을 발전시켰다는 논리를 학문의 이름으로 포장하여 젊은이들에게 당당하게 가르치고 싶다는 욕망의 노골적인 표현일 따름.
간기 마을 보인다
지난 수요일, 어둠 속에 내려왔던 길 다시 들어선다.
햇살없이 차분히 가라앉은 아침 분위기, 싫지 않다.
양지의 또 한 시절... 철없으므로 더욱 예쁜.
냉큼 갈 길 가지않고 우왕좌왕, 똑딱똑딱.
끝물 단풍이 곱다
뭉기적 뭉기적~~
길은 꽃길
이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꽃방석길,
지난 밤에는 전혀 모르고 지나쳤던...
저번 하산지점 지나 뚜렷이 이어지는 길따라 간다.
행여 길 사라지면 좀 완만한 능선 치오르려 했는데, 각화산릉 x1130 방향 지계곡으로 길흔적 뚜렷하다. 한동안 수월하게 오른다.
길 흔적 뚜렷한 곳도 있고 흐린 곳도 있다. 여태 건재한 길축대와 화전민 집터로 짐작되는 곳도 보인다.
하산후 세류암 처사에게 들은 바로는 이 계곡길, 옛날에 구마동에서 춘양으로 오가던 길이라 한다.
산에 기대 살던 주민들 대다수가 지금은 구마동을 떠났고, 산림녹화의 물결에 떠밀려 이 땅에서 화전민 사라진 지도 수십년.
다니는 이 없는 길, 흔적은 종내 사라진다. 이끼덮인 바위 널부러진 계곡따라 오른다.
마지막 물길 나뉘는 지점에서 골 버리고 가파른 능선 접어든다. 수북한 낙엽 밟으며 미끄러지며 코박고 간다.
허나 관목 많지 않고 덤불 없이 깨끗하여 급경사 극복 이외의 수고로움은 없다.
어지간히 가파르네, 끙야~~
각화지맥 x1130 지점에 올라서니 여전히 하늘 흐리고 바람 조금 차다.
지난번보다 한층 몸 가벼운 느낌으로 각화산정 오른다.
바람 잦아드는 헬기장에서 여유로운 점심 후, 왕두산으로 향한다.
역시 기억만큼, 아니 그 이상 아름다운 숲이다. 마구잡이 채취로 겨우살이는 거의 사라졌다지만, 신비로운 자태로 서 있는 늙은 참나무들에선 거룩함마저 풍긴다. 울창숲 좋은 일대 대간릉 어느 구간보다 더 멋스런 각화 왕두 능선숲이다.
숲 사이로 보는 진행방향
각화 왕두 능선의 참나무숲.
오대산 일대의 숲과 함께 여태 본 중 가장 아름다운 축에 속한다.
능선상 딱 한군데 조망처에서 보는 진행방향 동봉과 왕두산(오른쪽).
이 지점은 시야만 좋다면 뒤돌아보는 쪽(북서쪽)을 제외한 전방향 조망이 가능한 곳이다.
허나 늦게 갠 하늘엔 박무 가득하니 지척의 문수산이나 청옥 태백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이 가지 껍질은 칼로 벗기기라도 한 듯...
일제히 아가리 벌린 듯...
왕두산 정상부가 숲 사이로 빼꼼
왼쪽 뒤로는 형제봉 전 951봉
쓸어담는 광각과 달리 망원은 당기는 묘미.
발목까지 푹신한 낙엽길,
시절의 내음, 짙은 나뭇잎향이 코를 찌른다.
여긴 관목 터널같고...
태백산맥 깊은 대간릉 걷는 맛 이상이다.
호젓한데다 길은 푹신하고 부드럽고...
일방 조망 슬쩍 트이려는 왕두산정에서 먼 하늘 바라보며 입맛만 다시다...
돌아본 각화산.
오른쪽으로 태백 청옥산릉이 보여야 하지만.... 캄캄 흐리다.
왕두산 내려서며 건너보는 진행방향, 951봉에서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줄기.
당초엔 형제봉까지 내쳐보려 맘먹었다. 그러나 워낙 여유로운 진행에다, 왕두산 이후 능선길은 걷는 맛이 별로다. 은근히 날이 서면서 메마르고 팍팍한 느낌인데, 지나온 구간만큼 숲이 인상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형제봉릉 벌목지에서 멋진 조망 기대하기도 힘든 날씨라니...
물론 저 능선의 솔들은 궁금하기도 하다.
오후 햇살에 부신 비탈산빛 우에서 간식하며 하산 여부 갈등하다가...
결국 여유롭게 단풍놀이나 하기로 결정한다. 안부 고갯길에서 왼쪽으로 접어든다.
사면을 따라가는 예쁜 길 이어진다. 수북한 낙엽과 다시 나타나는 단풍...
지능선 마루 즈음에서 길 흐려진다. 미련없이 낙엽과 단풍 어우러진 능선따라 내려선다.
지형도상으로 짐작한대로 막바지가 좀 가파르긴 하다
계곡에 내려서다
반갑게도 흐린 옛길 보인다.
화려한 볼거리 많은 건 아니지만 소박하면서도 그윽한 맛이 일품이다 .
만추산행 느낌 물씬~~
사면따라 이어지는 길
제법 너른 길 나타난다.
인근 공터들로 보아, 한때 이 골에도 화전민들 살았으리란 짐작 들게 한다
암자 지붕 보인다
세류암에서
노루목 계곡길은 암자 경내를 거쳐나오게 되어 있다.
인사 나눈 처사 말씀으로는,
수확철인 이 계절엔 마을사람들이 외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고 한다. 우린 까막눈이라 몰라서도 못딴다고 응수했더니, 그러실 분들 같다면서
이 지역의 역사와 생활환경에 대한 얘기 몇 토막 풀어놓는다. 스님급 처사인 듯 입담 썩 좋은 분이다.
도화동에 분교 있던 시절 주민들이 중봉골 거쳐 춘양장보러 다녔단 얘기, 박통시절 산 밖으로 내쳐지기 전까지 골마다 모여살던 화전민의 규모, 또 수렵 왔다가 깊고 험한 골에서 낭패본 사냥꾼들과 종종 길잃어 조난하는 등산객들 얘기, 사방댐 생기고 계곡물이 콘크리트에 오염되었단(독극물이라 표현!) 불평 등등...
절집 나서며 돌아보는 세류암 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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