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은티마을 주차장(07:40) - 지름티재(08:40) - 구왕봉(09:25) - 호리골재(오봉정 고개) - 주치봉 - 은티재(10:40) - 점심 - 마분봉 갈림(12:30) - 악희봉(12:50) 왕복 - 809봉(14:35) - 827봉(15:20) - 막장봉 갈림(15:55) - 장성봉(16:27) - 버리미기재(17:33)
여백처럼 자유로운 지금 여기는 뜻없는 시간, 밖으로 오래오래 머물러 있기를.
무엇을 더불어도 재미가 없었으니 허기없는 공복의 느낌만 천천히 되새김질하며 간다.
굽어보는 봉암사, 그 정진 열망에 닿는 무량 세상의 축도같은 미로에 가쁜 숨 몇 점 토해놓는다.
무심히 반짝이는 가지들. 잎지고 눈맞으며 나무들 더욱 꼿꼿해졌는지, 삭풍 속에서 더 유연해졌는지.
눈길에서 허우적거리며 지형도 들여다본다. 푸르게 맴도는 물결무늬와 나선들, 느리거나 가파른 저마다의 길들.
세상의 가장 가파른 경사를 따라 사물들은 굴러내리며 어떤 손길에도 점령되지 않은 시간을 달려간다. 피안으로부터 그들의 안부.
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풍경이라 불러보면, 그것은 여태도 꿈꾸는 물物들의 향기와 광채. 휘어지며 아슬하게 손 내밀고 있는...
눈 많은 올겨울, 가 본지 오래라 설경 궁금하던 괴산쪽 대간길.
신년 지리산행 피로 덜 풀린 터라 희양산 구간은 잘라먹는다. 성터로 가지 않고 지름티재로 곧장 오른다. 능선에 서니 콧속으로 싸~하게 파고드는 대기, 차고 맑다. 구왕봉 오르며 희양산 돌아본다. 금빛 거암봉이 쾌청 아침하늘 아래 눈부시게 장하다.
무건 몸 이끌고 때로 눈 헤치며 가는 발길이지만, 바람 사납지 않으니 호젓하고 여유롭다. 성긴 눈발 날리며 흐려지려던 날씨가 다시 개이며 악희봉 돌아본다. 높고 푸르게 출렁이며 빛난다. 바람 부는 바위에서 초록으로 겹쳐지는 날망들 바라보며 숨을 고른다. 군자와 대야, 오후햇살 아래 검게 물드는 산마루는 미동없이 높고 고요하다.
장성봉이 이리도 멀었던가, 동서남북 사방으로 파도치는 산줄기 거느리고 오늘따라 더욱 기세등등이다. 깊이 고개 숙이며 올라서니 하루해가 저문다. 지는 해 머금고 기울어지는 희끗한 눈비탈, 대야 낙일落日을 바라본다. 당겨 담는 사이로 해는 느리게 지고, 툭 떨어지듯 울리는 무엇 한 덩이. 미루어 두었던 내 지난 해였을까...
돌아보니 금빛 더한 을미년 보름달이 비로소 휘영청 돋아온다.
희양과 구왕 바라보며 마을길따라 오른다.
대간 종주팀은 왼쪽 잘룩한 성터로 오르고, 몸 무건 우리는 가운데 움푹한 지름티재로 질러간다.
마분과 악희봉쪽 능선은 아침빛에 물들고 있다
일행들과 헤어져 지름티재 오르며
구왕봉 오르며 돌아본다.
과연 은산철벽銀山鐵壁과 겨루는 벽두碧頭의 수도승들이 좋아할만한 풍모.
남쪽
멀리 신선봉에서 마패, 조령산으로 이어지는 줄기가 드러나온다.
뇌정산(맨 왼쪽) 오른쪽 저 산이 무얼까 궁금했는데 작약산(780m)인 듯하고, 두 나무 사이로 보이는 건 남산(821m)쯤일 듯.
구왕봉 정상에서 진행방향, 어저께 조금 보탠 눈과 바람에 선답흔적은 묻혀버렸다.
조령과 월악산쪽.
당겨본다.
월악 영봉이 마패봉 뒤로 머리 내밀고 있다.
조령산릉 깃대봉이 유난히 뾰족해 뵈는게 인상적이다.
더 멀리, 이내의 지평 위로 아스라히 떠올라 있는 건...
짱이 치악능선 같다기에, 에이~ 설마, 했다가
나중에 지도 놓고 가늠해보니 과연 그렇겠다. 치악과 백덕산(신선봉 왼쪽 너머)일 듯하다.
귀가 차량에서 일행에게 듣기론, 희양산정에선 덕유 능선도 가물거렸다던가...
진행방향으로 보이는 악희봉과 마분봉 능선 그리고 오른쪽 멀리 박달산(825m)?
길 벗어난 조망바위에서 건너보는 장성봉
장성봉 북쪽 대간릉.
러셀 안된 심설 때문에 오늘 가장 고전하게 될 구간이지만, 지금은 마냥 멋스럽기만 하다.
장성봉에서 애기암봉.
너머로 둔덕에서 대야로 이어지는 능선. 그 뒤로 뾰족한 건 청화산쯤?
침엽수 전혀 없이 활엽만으로 뒤덮여 유난히 눈길 끄는 주치봉
은티재에서
바윗길로 이어지는 722봉 오르며 돌아보다.
한여름에 걸으며 땀께나 뽑았던 저 장성 애기암봉 능선, 역시 탐스럽다.
뒤돌아보는 희양 구왕 주치봉
악희봉과 장성봉 사이 대간릉에서 봉암용골로 흘러내리는 산줄기들
한두점 눈발 날리며 하늘 점차 흐려오지만 돌아보는 눈맛 좋아 오르는 걸음은 더디다.
진행방향
마분봉 능선
은티마을 굽어보다
대간길 벗어나 잠시 다녀오는 악희봉의 명물 선바위
마분봉릉 너머 조령산릉은 좀 흐리다. 성긴 눈발이라도 날리는 듯.
지나온 능선
시루봉 칠보산쪽 능선.
군자가 단연 드높고 의젓하다. 왼쪽은 남군자 능선.
가야할 대간릉.
한가운데는 막장봉, 그 오른쪽 뒤로 대야산릉,
왼쪽 펑퍼짐한 장성봉 뒤로는 둔덕산릉
러셀 안된 대간길.
다행히 여긴 적설 얕은 곳으로 비켜갈 수 있지만, 상당 구간 무릎 위아래까지 빠지는 심설이다.
연세에도 불구 체력과 걸음 출중한 저 두분이 막장봉 갈림까지 3시간여에 걸친 러셀을 다 하셨다.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해 잠시 뒤따라가다 결국 뒤로 처졌다.
785봉 직전 길옆 바위에 올라 돌아보는 악희봉에서 시루봉(좌).
이 능선은 조망처 많지 않아 예전 산행에서도 좀 답답하게 느꼈던 기억이다.
그래서 우회등로 옆 이 바위가 악희봉에서 희양산릉까지를 비교적 박진하게 돌아보는 유일 포인트인 셈.
당겨본다.
악희봉 정상 왼쪽 조금 낮은 저 암봉이 아주 인상적이었던 기억.
희양산쪽. 역시 당겨본다.
능선 숲 사이로 건너본 칠보(오른쪽)와 군자(가운데)
ㅎㅎㅎ
809봉 지난 지점, 이 능선 공식 조망처에서 돌아보다.
반대방향으로도 시야 트인다.
희양과 뇌정산이 보기 좋고 애기암봉 능선이 좀 밋밋하다. 먼 산은 작약산일듯.
다른 지점에서 건너보는 칠보와 군자
827봉 오르며 건너보는 막장봉릉
어디서 보아도 의젓한 군자
827봉 내려서며 보는 가야할 능선과 장성(좌), 막장봉
막장봉릉과 남군자산릉
막장봉 갈림 지나면 대야산이 지척으로 쇄도하고, 속리산릉도 시야에 든다. 역광이 아쉽다.
막장봉쪽.
역광 아니라면 도명 낙영쪽도 보일 텐데...
넘 힘들게 올라온 데다 하 오랫만이라서리 정상석도 한 컷...
산세를 닮은 힘찬 필체도 맘에 들고.
막장과 군자 남군자 방향.
너른 장성봉 정상은 조망 좋았던 기억인데... 나무들이 많이 웃자랐다.
희양 백화산쪽
악희봉쪽
장성봉 특유의 윤곽을 이루는, 밋밋하게 뻣은 능선에서 굽어보는 대야산쪽
힘차게 뻗는 애기암봉 능선 너머로 희양 백화 뇌정산릉
오른쪽 멀리 작약산
희양산릉 왼쪽으로 조령, 주흘산릉
버리미기재 내려서는 암릉에서
둔덕과 작약
둔덕에서 조항, 대야산릉
바위 틈을 지나..
저녁햇살 받으며 총총 하산 중
오늘의 대미는 대야 낙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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