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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대간

대간 하늘재 ~ 마역봉 ~ 조령산 ~ 이화령 141106

by 숲길로 2014. 12. 7.

 

 

코스 : 하늘재(08:00) - 탄항산(09:00) - 주흘산 갈림(09:42) - 부봉 갈림(10:07) -부봉1봉 왕복 - 마역봉(11:47) - 조령3관문(12:20 점심) - 깃대봉 갈림 - 신선암봉(15:20) - 조령산(16:40) - 이화령(17:30)

(지도제작: 산에들다님)

 

삭풍은 쉼없이 불어왔다. 바삐 지는 겨울해, 돌아보며 눈덮인 능선을 걷는다.

시시각각 무거워지는 몸을 끌고 오르내린다. 묵어 더욱 낯설고 힘든 길, 다 걸어낸다는 말의 뜻을 천천히 곱씹는다.

사라졌다 돌아온 기억은 모질도록 낯설었다. 자주 어긋나던 몸과 마음, 변통과 미봉의 균열선을 따라 의심의 잔물결은 퍼져가고

무시로 지친 몸을 벼랑으로 끌고가 무던히 부려놓기도 한다. 미혹과 매혹 사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경계.

십수년의 산길, 진화는 없었다. 완강하게 아로새겨진 도돌이표 앞에서

길은 흩어지고 부서지고, 사라졌다 돌아오기를 되풀이한다.

 

때로 서풍이 발길을 데려가곤 했으니 오늘도 여기는 바람의 이마, 눈비 더불어 흐르며 일구었다는 이 길은 바야흐로 세상의 무게중심.

희고 푸르게 빛나는 산하는 내가 걷는 산길을 향하여 휘어져드니, 외설스럽도록 선명한 대지의 저 근골과 핏줄들은 

중력장따라 휘어진다는 우주의 축도 이미지가 아닐런지.

빛은 꽃의 가장자리를 따라 흐른다. 모든 지평은 희게 빛나고, 길 우에서 스치는 시선은 저마다의 바다로 멀리 향한다.

바람이 갈라놓는 틈을 따라 말없이 비켜가지만 꿈에서 꿈으로 건너가는 길의 열망들은 뜨겁거나 따스하다.

허나 시초는 보이지도 않고 알수도 없는 먼 곳이라서, 강처럼 흐르는 적막 죽음같은 평화, 만초목 잠들게 하는 지금은 다만

만연한 시절의 빛, 빛. 사물들을 캄캄하게 덮어 응시하는 눈雪의 눈目은 차디찬 지배의 욕망을 감추려 하지 않으니

그 위로 높이 드리워진 칼날, 푸르디 푸른 창공으로 물무늬 빗금 그으며 작렬하는 헛발길질들.

 

하늘재 올라서서 포암산릉 돌아보다

 

아침햇살 쏟아지는 동쪽,

저어기 잘룩한 곳은 여우목쯤일려나...?

대미산에서 흘러내려 여우목을 건넌 산줄기는 천주 공덕 능선과 운달산 단산 능선으로 나뉜다.

 

조망바위에서 건너보는 주흘산 영봉과 누에머리봉.

주흘산 올라본 지도 참 오래된 듯.. 

 

 

조망없는 탄항산정 지나 길 살짝 벗어난 조망바위에서 돌아본 포암과 월악산릉.

당겨본다.

포암산정에서 흘러내려 왼쪽으로 빠지는 능선, 예전에 미륵리 원점으로 탄항산릉과 이어보았던 줄기렷다.

이번엔 좀 더 넓게 담아본다.

 

 

길 옆 바위에서 건너본 부봉과 마역봉. 이제 가야할 능선이다.

부봉릉 자락 뒤로는 깃대봉이 살짝 머리 내밀었다.

 

주흘산 삼거리 지나니 조령산정과 이화령으로 이어지는 줄기도 시야에 든다

 

부봉 1,2봉과 조령산

 

부봉1봉 오르며 돌아보다.

사실 6봉이 부봉인데 1봉에도 부봉 정상석이 있다.

멋진 암봉 능선을 맛만 보고 가야하는 대간꾼들을 위한 배려일까?

 

부봉 1봉에서 보는 주흘산릉

 

탄항 포암 거쳐 대미로 이어지는 대간릉과, 만수 문수 매두막 하설산 등 월악산군의 위세좋은 줄기들.

좀 넓게 담아본다. 

 

마역봉 올라서기 직전, 오늘 지나온 능선 돌아보다

 

마역봉에서 돌아본 월악산군

 

마역봉에서 보는 부봉릉과 주흘산릉.

좀 당겨본다.

좀 더 넓게...

 

 

신선봉쪽.

그 왼쪽 멀리 보이는 건 박달산.

 

가야할 조령산릉

 

 

부봉 주흘산 조령산릉을 함께 담아보다.

가운데 멀리 보이는 건 대간 남진 담구간이 될 백화산릉.

 

새재3관문 내려서며

 

새재 3관문 내려서니 어지간히 기운 빠진다.

더운 계절 아니니 하늘재에서 3관문까지 3시간반 남짓이면 되리라 여겼는데 훨씬 더 걸렸다.

해 지기 전에 이화령 닿으려면 서둘러야 할 듯하다.

바람 피해 양지바른 성벽아래 멍석깔고 퍼질러 앉아 빵으로 대충 요기한 후

깃대봉 향해 오른다. 마패봉 능선에서 잠시 소강이던 바람이 다시, 더욱 강하게 몰아친다.

식후의 무건 몸이 찬바람까지 잔뜩 마시고 물색없이 씩씩거린다. 

허나 홀로 걷는 겨울산은 불길하리만치 매혹적이다. 싱싱한 흰눈 덮인 적막 산길, 들리는 건 가쁜 숨소리와 세찬 바람소리뿐...

 

능선 첫 조망바위에서 가야할 길 가늠한다.

써레봉이라 부르면 좋을 까칠한 봉우리들 너머로 신선암봉이 우뚝하고 조령산정은 보일락말락이다.

빠듯한 시간관계상 깃대봉은 다녀오지 않았다. 예전 이 계절에 오른 적 있음을 변명삼으며...

 

조망좋은 능선, 바람 맞으며 걸음 자주 멈춘다.

역시 빼어난 부봉, 단연 돋보인다.

 

 

 

시야각만 조금씩 달라지는 그림, 예전 그 겨울 이 자리에서 실컷 보았던 그림이지만,

조망 좋은 날, 올들어 첫 설경산행이라 무척 인상 강하다.

물론 나이들며 더 왕성해진 망각활동도 한몫했을 테고.   

 

박달산쪽

 

뒤돌아보다.

이제 슬슬 고도 올리면 신선봉릉과 깃대봉 치마바위가 진면목을 드러내올 터.

 

마패와 월악쪽

 

 

 

조금 당겨보고..

 

다시 부봉과 주흘만..

 

 

 

 

 

사실 이쪽 그림, 좀 지나치다 싶으리만치 많이 담았다.

허나 능선따라 움직이며 조금씩 달라지는 밑그림이니, 카메라 내려놓지 못하는 집착은 갈곳이 없다.

그래서 이번엔 최대광각으로...

 

다시 당기고..

 

 

새재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들

 

문경읍쪽

 

 

 

 

 

신선봉(오른쪽)과 박달산(왼쪽)

 

 

 

그림은 거기서 거기,

가질수 없는 풍경이기에 탐닉의 욕심은 끝도 없고... 

 

 

 

끝없이 멀게만 느껴지던 신선암봉(오른쪽), 이제 저 봉우리만 넘으면 코앞에 와 있으려나?

 

오르며 뒤돌아보니,

교행해 간 일행들 역시 뒤돌아보고 있다.

 

 

 

또...

 

 

 

바위 불거진 지능선 굽어보며

 

끝없이 밧줄 잡으며 오르내리는 길,

기억컨데 예전엔 밧줄이 이리 많지 않았던 거 같은데...

그래서 지금이 길은 더 수월해졌을 텐데도 힘은 더 드는 느낌이다.

혹 예전엔 몇 봉우리 우회하기도 했던 걸까?

  

 

 

 

 

 

 

 

 

드디어 신선암봉이 저 앞이다.

 

 

조망좋은 바윗길 가며 조금씩 달라지는 밑그림따라 연거푸 똑딱인다.

 

 

 

툭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야할 신선암봉, 잠시 후에 겪어야 할 고난의 암반이 흰 덩어리 세개로 빛나고 있다. 

 

안부 지나 신선암봉 오름길,

기억으론 왼쪽(동쪽)으로 우회하는 길 있었고, 정면으로는 직등하는 길 있었던가.

헌데 오른쪽(서쪽)으로 리본 주렁주렁한 등로 보인다. 순간 착각한다.

이거, 새로난 신선암봉 우회로인가?

정면으로는 한두사람 지나간 발자국 보인다. 그리 오른다. 조령산릉의 백미 신선암봉을 우회할순 없잖냐고...

조금 더 올라가니, 흐미! 얼음판 이룬 짧은 슬랩, 아래로 조심스레 우회하여 올려다보니 빙벽에 낡은 밧줄 하나 얼어붙어 있다.

살살 기어올라 몸을 최대한 늘여 얼음에서 밧줄을 떼어낸다. 당겨본다. 좀 가늘고 부실해 뵈지만 썩진 않은 듯. 

잡고 오른다.

잠시 수월하게 오르다가 또 눈덮인 슬랩. 돌아갈까 말까...

고민하며 뒤돌아보니 좀 전에 지나온 봉우리가 시원스레 치솟고 있다.

 

 

다행히 바위가 겹쳐진 틈이 있어 잡을 만하고 누군가 오른 흔적도 있다. 다시 네발로 암반 기어오른다.

잠시 후 발길 흔적 사라진다. 뒤돌아간 걸까? 오른쪽 우회로 쪽으로 내려선 걸까?

잠깐 고민하며 올려다본다. 잡을 곳 전혀 없어 올라서기 힘든 층진 암반, 한숨만 폭폭 나온다.

왼쪽 벼랑쪽으로 조금 나가본다. 겨우 기어오를만한 높이다. 죽기살기로 용쓰며 올라선다.

앞에는 또다시 허옇게 눈덮인 암반. 역시 잡을 곳 없다. 걷기는 겁나므로 또 기어야 할까...?

해볼때까지 해보자 싶어 손으로 눈을 헤쳐보니 바위 틈새로 난 마른풀들이 있다. 움켜쥐고 기어오른다.

계절 관계없이 애용하는 운전용 면장갑은 이미 걸레처럼 젖었지만 두려움에 손시린 느낌도 없다. 다행히 바람은 별로 없다.   

사실 암반도 아주 급경사 아니라서 네발로 기어오를 만하다. 다른 계절엔 재미삼아라도 오르는 이 있을 게다.

잔뜩 쫄아 부들거려가며 끙야끙야~ 눈덮인 짧은 슬랩을 두세단쯤 기어오른다.

 

 

암반을 기어오르니 위험하긴 해도 조망은 좋구만... 숨 돌리는 지점에서 또다시 한 컷 담는다.

미친 짓하다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사진이나 충실히 남기자 싶어.

지금 이렇게 보니 참 별볼일 없지만, 이 사진 찍던 순간은

행여 여기서 살아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는 자못 비장하고 오버스런 기분에 젖어 있었다.  

 

암반과 암반 사이, 경사 누그러지며 꽤나 여유로운 공간이 있다. 가뿐한 마음으로 돌아본다.

많이 올라왔네, 머...

 

허지만 결국 난관에 봉착한다. 층진 암반이 너무 높아 한번에 오를 수가 없다. 잡을 곳도 없다. 혹시나 싶어 왼쪽을 내다보니, 벼랑.

팔을 1m만 늘일 수 있다면 저 위 소나무를 잡을 수 있겠는데... 절망감으로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오른쪽을 본다. 어라? 층진 암반 사이를 그럭저럭 가로지를 만하다. 

조심스레 몇 걸음 진행한다.

그런데... 이게 뭐야??

바로 앞에 주등로가 있다.

그러니까 우회로인줄 알았던 그게 신선암봉 오르는 주등로였고,

여태 난 주등로를 수십m 내지 수m쯤 옆에 두고서 암반 기어오른다고 그리 부들거리고 있었던 게다.

에라이, 븅신, 미친넘~~

자꾸만 헛웃음이 나면서도 살았다는 안도감으로 온몸이 희열에 젖어든다. 

가뿐하게 신선암봉 향해 올라선다.  

 

(아마) 주등로 만나서 돌아본 모습

 

신선암봉 지나 조령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신선암봉에서 보는 조령산정

 

 

눈덮인 슬랩에서 부들거리다 살아왔다는 안도감이 지나쳐 좀 맛이 가버린 걸까?

신선암봉에서 오른쪽(서쪽) 능선길로 접어든다. 이번에도 역시 그게 암봉 내려서는 우회로라 착각한다.

안부쯤에서 이상타 싶어 돌아보니 조령산 능선이 저만치 멀어져 있다. 우리 일행이라 여겼던 앞서가던 이들에게 물으니

헐, 이 길이 아니란다. 근데 신선암봉에서 이리 가는 능선길도 있었나...?

혼자 궁시렁대며 숨차게 되오른다. 마침 그리 내려서던 우리 일행 한분도 되돌려세운다.

신선암봉에서 직진하는 암릉길 내려서니 그제사 옛기억 돌아온다.       

사실, 알바했던 절골 방향 신선암봉 서릉길, 기록 찾아보니 예전에 연거푸 오르내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전혀 낯설고 새로운 길이었다니. 기억회로가 완전히 깨져버린 걸까...? 

 

신선암봉 내려서는 암릉,

오래 전 첫인상 무척이나 강렬했던 곳이다.

 

뒤돌아보다

 

 

 

 

 

기억 되찾으려 예전 기록 찾아보니 똑같은 사진이 있었다.

나무들이 많이 자랐다. 

 

 

 

돌아보다

 

 

 

조령산 오르며 돌아보거나, 조령산에서 내려서며 보는 저 장면 인상은 워낙 강렬한 것이라서

신선암봉 일대 암릉과 함께 여태 남아있는 단편 기억들 중 하나다.

 

 

 

 

 

 

 

오늘 산행, 햇살 사라지기 전에 저 모습을 꼭 보고 담고 싶었다.

 

 

 

 

 

 

 

조령산정 백수십m 앞둔 곳, 이 포인트 역시 조령산릉 조망처의 백미라 할 만하다.

 

겨울산하, 저녁햇살에 물들어가는 바위빛이 아름다워 한없이 바라보며 서 있고 싶지만...

곧 해가 진다. 서둘러야 한다.

 

문경 괴산 충주 일대 부지런히 드나들던 시절엔 저 능선도 함 걸어봐야지 싶었다.

오늘 다시 보니 그 감흥은 깨끗이 사라졌다.

 

 

 

조령산정에서 백화산릉 건너보다.

고요해지는 산들의 시간...

 

 

 

이화령 하산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