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고치령(08:20) - 형제봉 능선갈림(09:02) - 늦은목이(11:20) - 국망봉(12:35) - 비로봉(13:48) - 연화봉(15:20) - 희방교(17:20)
(대간 죽령으로 가지 않고 희방3거리 옆 희방교쪽으로 능선따라 하산)
소백산 가을빛, 분명 한번쯤 본적 있지 싶은데 별 기억이 없다.
쾌청하늘 기대하며 대간팀에 편승이다.
고치령에서 만난 아침 산빛은 기대했던 대로다.
울창한 참나무숲은 만연한 추색으로 무르익어가는데, 서리 제대로 맞지 않은 길가의 풀들은 초록빛 성성하다.
육중하게 출렁이는 소백산맥 줄기, 산길은 대부분 봉우리 우회하며 간다. 금빛 그늘아래 서서 잠시잠깐 황홀에 물들기도 하고,
길가 조망처 찾아 기웃거리기도 한다. 애당초 꼴찌로 처졌으니 깊고 눈부신 적막강산, 온전히 독차지해 호젓하기 그지없는 단풍산행 만끽이다.
상월봉 오르며 돌아본다. 기대와 달리 박무 가득한 하늘, 영주 단양의 첩첩 산군과 벌판들이 시야 너머 아득히 사라지고 있다, 없다.
허나 구비치는 능선따라 이어지는 시월 산빛만으로도 넉넉한 아름다움이니, 오늘따라 바람 거의 없는 소백
화려하지 않으면서 쓸쓸히 짙어가는 계절이 여기저기 서성이고 있다.
등으로 쏟아지는 햇살 느끼며 혼곤히 잠들어버리고 싶은 부드러운 저 산기슭, 세상의 모든 가장자리들...
비로소 바람 드는 국망봉 스치듯 지난다. 국망과 비로 사이 우회해 가는 암봉 중 하나 올라 둘러본다. 장년의 소백 누억만년 훗날 모습을 상상한다. 둥근 봉우리마다 덮인 흙 다 씻겨나가고, 우람한 바위들 비바람에 진 빠져 까칠해지면, 육산릉 소백도 늙고 신비로운 지리산릉 한 줄기와 비슷해보이지 않을까.
어의곡 삼거리 접어드니 산길이 문득 부산해진다. 한동안 이어지는 고무냄새 거슬리는 길, 총총 내달리듯 오른 비로봉, 한바퀴 휘둘러보고 연화봉으로 향한다. 민둥한 고산릉 소백의 대표적인 경관 펼쳐지는 구간이지만 걷는 재미는 덜하다. 부지런히 추월, 추월하며 간다.
조금 지치는 느낌으로 오른 연화봉, 숨돌리며 돌아본다. 지나온 산길이 하체에 감도는 피로마냥 가물거린다.
대간릉 버리고 깔딱고개 향한다. 죽령까지 지루하게 이어지는 포장길이 싫어서다. 고개 지나 잠시 치오르면 금계능선 삼거리, 남릉 접어들어 고도 낮추어가니 예상대로 다시금 단풍 나타난다. 동쪽 비탈이 더 고운데 아쉽게 오후햇살이 들지 않는다.
비교적 수월한 내림길, 희방교 부근 건물들 내려다보이는 지점에서 능선 버리고 계곡 향해 가파르게 내려선다.
철철 물소리가 반가운 시간, 땀씻고 나오며 또 하루를 돌아본다.
국립공원 산행을 꺼리는 이유가 되어버린 돌길이나 포장길들 가급적 피해 걸어걸어온 가을빛 소백산행, 흔쾌하게 마무리한다.
이전 대간행 고치령길은 겨울이었다. 눈빛산하 둘러보며 슬슬 걸어올랐던 기억이다.
이번엔 지역주민 소형트럭을 이용한다. 차당 6만원이라니, 좀 비싼 듯하다.
게다가 두대로 분승하지 않고 한대가 두번 오르내린다. 이장이라는 트럭주인의 속내가 좀 그렇다.
한참 걸어오르다가 되내려온 뒷차를 타고 고치령 도착하여 채비 차리는 사이
건각들, 휑하니 내달려간다.
덕분에 확실한 꼴찌, 아침 대간릉의 벅찬 적막을 호젓이 누릴 수 있으렷다.
다른 계절에 다시 만난 고치령 산신각. 기억컨데, 애사한 비운의 왕 단종이 산신령이었던가?
기분좋은 산빛, 참나무숲에 드는 아침햇살이 금빛으로 부서지고 있다.
연신 똑딱거려 본다.
서향길이라 뒤돌아보는 산빛이 더 곱지만 종주산행에서 자주 그러긴 쉽지 않고..
눈시절에 걸었던 능선, 단풍시절에 다시 본다. 계절 달라진 산은 사뭇 다른 느낌, 낯설고 새로운 산.
사실 오늘 코스, 수없이 들랑거린 소백산권보다 고치령에서 늦은맥이까지 구간 산빛이 많이 궁금했는데
딱 기대만큼이다.
숲 사이 멀리 빼꼼 보이는 산릉, 학가산쯤일까?
이때까지만 해도 오늘 시계가 그토록 나쁠 거라곤 짐작조차 못했다.
일대 산릉들에선 신비롭게 나이들어가는 저런 참나무숲이 참 인상적이었던 기억.
길 벗어나 조망 찾아 기웃거리는 중
벼랑에 서 보지만 겨우 이정도 조망, 허나 절창 물든 산빛만은 보기 좋았다.
상월봉도 빼꼼
남쪽이니.. 단산이나 순흥쪽이려나?
참나무에 피었나? 잠시 착각했던...
마당치 좀 지나서, 조망바위에서 돌아본 형제봉릉
십수년전 함 돌아본 곳인데 이상하게 기억이 거의 없다. 하산길 검우실 계곡 짙푸르던 이끼만 완강한 잔상으로 남았을 뿐.
짱 말로는, 능선 바위에 앉아 친구랑 점심도 먹었다는데...
지나온 능선, 우회했던 형제봉릉 분기봉.
참 기분좋은 산빛이다.
다시, 숲 사이로 상월봉
아름다운 나무들, 더불어 깊고 아름다운 숲...
황홀히 돌아보다.
신선봉 능선 분기봉 전, 조망바위에서 보는 상월봉. 많이 가까워졌다.
늦은맥이 지척에 두고 굽어보다. 뾰족한 곳이 상월봉.
상월봉 향해 가다.
서리를 제대로 맞지 않아 아직 초록 성성한 길가의 풀들.
상월봉 앞두고 조망바위에 올라 뒤돌아보다.
원경은 속수무책 흐려졌음을 깨닫지만, 신선봉릉은 여전히 아름답기만하고...
북소백, 조망제일 상월봉 오르며
동쪽
국망봉쪽
상월바위에서 굽어본 석천폭포골
여기서 덕현리에서 올라오셨다는 부부 일행 만나 잠시 얘기 나눈다.
산에서 나누는 산얘기는 산처럼 언제나 즐겁고 덧없으니
흘러가는 산줄기, 흘러가는 이야기들...
상월봉 내려서 국망 향해 가다.
지금에사 보니, 철쭉이 이렇게나 많았던가? 분명 낯선 광경이니 이 계절에 상월봉쪽은 온적 없었던 모양이다.
다소 칙칙한 사진과 달리, 실제 모습은 강렬한 햇살에 반짝이는 희고 눈부신 빛이었다.
뒤돌아보다
상월에서 국망까지, 지척이지만 자주 뒤돌아보게 된다.
어디서 어느 방향으로 걷든 소백은 뒤돌아보는 맛이 유난히 좋은 산이다.
굽어보는 복간터골
국망봉에서 흐린 비로를 보다.
사이에 저 암릉들, 모두 우회한다. 매번 함 올라보아야지 싶지만 여태 한둘이 고작이다.
정작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도 아직 미답인데, 이번에 지나치며 보니 잎진 계절엔 그럭저럭 붙어오를 수도 있을 듯.
봄날의 꽃기억 가득한 곳, 초암사 갈림 부근에서 뒤돌아보다
국망을 뒤돌아보다
저 뾰족봉..
산빛 고운 봄날, 저 암봉에서 전후 능선 둘러보는 눈맛이 썩 그럴듯할 터.
아직 기세등등한 초록들
마지막 바위봉에 올라서 돌아보다. 저 암봉이 가장 높아보인다.
수억만년 후, 소백산릉의 흙 다 벗겨지고 나면 이 까칠한 능선, 지리산 어느 곳과 닮아있지 않을까...?
비로봉 향해 오르며 뒤돌아보다
비로봉쪽
고무냄새나는 길따라 비로봉 오르며
어의곡 삼거리 뒤돌아보다
달밭계곡 굽어보다
비로봉에서
주목관찰 데크에서 뒤돌아보다
자주 뒤돌아보며 간다.
박무로 원경 흐리지만, 가을빛으로 눈부신 저 하얀 정수리는 소백의 또다른 이름임에 틀림없으니..
다만 산길 정체가 좀 염려스러울 따름
가야할 연화봉이 아득해 보인다
소백이 덕유나 지리, 설악 능선보다 나은 점은 저런 돌포장 구간이 많지 않다는 것.
연화능선 숲길, 겨울엔 눈꽃이 또한 아름다웠던 기억.
제1연화봉에서 돌아보다
연화봉 이후 가야할 능선도 보인다
연화봉에서
가야할 능선
깔딱고개에서 간식 먹으며 한참 쉰 후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치오른다. 오르며 숲 사이로 돌아보는 오후의 산비탈이 곱게 빛난다.
하산능선 단풍을 은근히 기대해 본다.
아니나다를까...!
산빛이 제법 볼만하다. 동쪽 비탈이 더 고운데 오후햇살 들지 않음이 아쉬울 따름.
희게 빛나는 줄은 아마 송이 채취 구역표시일까
이 능선 유일 조망처에서 돌아보다.
도솔봉쪽도 보기 좋지만 역광이라서리....
막바지, 씻을 곳으로 가기 위해 희방교까지 가지 않고 가파른 비탈 치고 내려선다.
희방모텔 조금 윗쪽, 물좋은 곳 찾아 시원하게 담근 후 모텔 뒷마당 거쳐 길로 나온다.
희방교 앞 식당에서 얼큰한 버섯찌개와 막걸리 반주로 저녁식사.
빵빵 부른 배 두드리며 산악회 버스 기다려 죽령 진행팀에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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