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안동 도산면 단사마을(10:40) - 원천리 들머리(11:00) - 갈선대 - 왕모산(12:25 점심) - 덤불언덕(14:27) - 신선대(15:05) - 청량 환주 능선 삼거리(15:28) - 축융봉(16:03) - 장인교(17:15)
(궤적이 아니므로 실제와 조금 다를수 있음)
태풍 너구리 남으로 비껴가고 있던 날, 반도의 하늘은 푸르고 사방 흰구름 뭉싯거린다.
통상 장마 끝나고 나타나는 전형적인 한여름 날씨인데,
맑은 대기로 투시하는 원근산하 조망 일품이지만 엄청 무덥기도 하다.
청량산 축융봉에서 남으로 이어진 능선, 구비 흐르는 낙동강 줄기 돌아보며 오르는 산길이 꽤나 멋스럽다.
들머리부터 왕모산까지는 적송숲 보기좋고 군데군데 바위와 조망처도 자리잡았다.
왕모산정 넘으면 부드럽게 구비치며 가는 둥글고 짙푸른 활엽수림 능선, 덤불언덕 지난 바위와 신선대 외엔 조망처 없지만
깊은 숲길 걷는 맛 워낙 좋아 다른 계절에 다시 함 걷고 싶은 산길이다.
오랫만에 다시 오른 축융봉, 녹음 짙은 여름 산하 휘둘러보는 눈맛은 시원하기 그지없는데,
그늘 한점 없는 암봉은 짱배기 벗길듯 햇살 따가우니 내내 폭염에 시달린 머리가 끝내 어질해진다.
청량교 방향 하산능선은 예전에 비해 길 무척 뚜렷해졌으나, 시설물과 이정표 빵빵하게 들이차 깊은 맛 사라졌다.
어쨌거나... 비로소 솔솔 불어주는 바람 맞으며 휘적휘적 내려서니
능선 끝자락에서 몇 군데 조망 트인다. 가파르게 떨어지는 지점이라 높이에 비해 고도감 좋고 굽어보는 물빛도 즐겁다.
실거리에 비해 무척 길게 느껴졌던 왕모산 축융봉 능선, 나무랄데 없는 기대 이상의 코스였으나
올 여름 들어 가장 더웠던 산행이라 퍽 힘들기도 했다.
건장마에 말라가는 청량골 미지근한 물에 누워 한참 딩굴며 익은 몸 식힌다.
원천교 건너며 바라보는 왕모산릉.
맨 뒷줄 좀 왼쪽 높은 곳이 왕모산, 물줄기 소실점 위 직벽 암봉이 갈선대쯤일 듯.
당겨본 모습.
사실, 제대로 왔다면 원천교를 건널 이유가 없다.
근데 산행 들머리까지 버스가 들어갈 수 없다고 기사가 착각한 모양이다.
초반부터 땡볕포장길에서 20분 정도 진빼는 대신, 뭉개구름 떠오르는 왕모산릉 건너보는 즐거움 얻었다.
산길 접어들다. 성긴 숲이라 어지간히 뜨겁다.
몇 걸음 오르니 숨 턱턱 막힌다... 자칫 서두르다 페이스 잃으면 고생께나 하겠다.
되도록 천천히 간다.
숨 돌리며 돌아보다.
남향하는 저 물굽이가 산줄기에 가려지는 곳쯤에 도산서원이 있을 것이다.
흰구름 아래 멀리 학가산도 드러나 온다.
안부 내려서기 직전, 왕모성황당.
궁금해서 불경 무릅쓰고 들여다보았다. 남녀 목신상의 서로 다른 눈꼬리가 재미있다.
이어지는 솔숲길.
왕모산까지는 대체로 솔숲능선이다. 몇 군데 가파르게 치오르기도 하며 아기자기한 바윗길도 있다.
갈선대에서 보는 북쪽 하안.
겹겹 퇴적층 드러낸 단애만으로도 멋스러운데, 물길마저 휘돌아가니 선경이라 할만하다.
물돌이동 단사마을.
저 가운데 넓은 도로 끝나는 지점에서 내려 원천교를 건너왔다.
파란지붕 건물은 안동 영화예술학교.
원천교 건너 이어온 능선
다시 솔숲길따라..
보기완 달리 바람 별로 없고 고온다습한 날씨라 엄청 덥다.
가파르게 치올라와 숨 돌리며 돌아보다
한 고비 치오르면 또 숨 돌리고 물 마시고...
조망바위에서 돌아보다. 학가산이 완연한 모습 드러낸다.
북으로 시야 트이는 지점 있다. 청량산 장인봉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산릉은 대간이나 문수산릉쯤일까?
조망바위마다 쉬면서 돌아본다. 오늘같은 날씨에 마구 내지르다간...
죽겠다.
당겨보다
왕모산 정상 직전 길옆 바위에서 건너보다.
오른쪽이 정상이고, 사진 가운데 소나무 있는 곳이 벤치 전망대.
소백산쪽. 잘룩한 죽령이 흐릿하니...
학가에서 소백까지
낙수 물길은 W자를 이루며 사행蛇行한다. 왼쪽 물길이 산줄기에 가려지는 지점에 도산서원이 있다.
저기 이후부터 강줄기는 안동호로 바뀐다.
조망없는 공터 왕모산정.
다들 정상표지 보고나서 그 뒷쪽 리본 주렁주렁한 길로 무심코 들어선다. 알바길이다.
우리 역시 앞사람따라 저 길로 들어섰다가 점심 먹으려고 큰 소나무 아래 벤치로 내려선다.
잘 생긴 솔 두그루 아래 조망쉼터가 있다.
벤치에 앉아 좀 이른 점심 먹는 사이, 등 뒤로 난 길따라 다들 총총 진행한다.
결국 맨 후미가 된다.
점심 먹는 동안 머리 위로 먹구름 한덩이 몰려오더니 빗방울도 몇 점 부슬거린다.
그러나 곧 지나가는 비다.
먹구름 지나가고 시야 더 깨끗해진 듯.
서쪽
점심식사후 한참 뒤처진 후미가 되어 다들 진행한 길로 뒤따라간다.
가파르게 내려선다. 일이백미터쯤 갔을까...?
무심코 오른쪽으로 고개 돌리는데 육중하게 뻗어가는 능선이 보인다. 오잉!?
불길한 느낌이 번개처럼 스친다. 퍼뜩 지도와 나침반 꺼낸다.
헐~~~
몇 걸음 안 온 거 같은데... 식후의 오름길이라 잠시나마 헥~헥 숨차다.
잠시후 가이드와 통화하니, 알바한 일행들 역시 되돌아와 제 길로 진행 중이라고.
결과적으로, 맨 후미였던 우리가 맨선두가 되어버렸다.
당초 예정보다 늦어질 듯한 산행, 폭염에 몸조심하며 여유롭게 간다.
왕모산정에서 축융봉 향해 이어지는 숲길은 아주 울창하다.
왕모산까지의 오름길처럼 날선 능선이 아니라 펑퍼짐하니 듬직한 육산릉이다. 썩 맘에 든다.
깊고 그윽한 맛 좋아 자주 똑딱이며 간다.
하늘나리도 담아보고..
전반적으로 참나무숲이 주종이지만 잘생긴 적송들도 더러 박혀 있어 더욱 눈길끌며 이채롭다.
한동안 큰 기복도 없다. 최고의 울창 숲길이다.
다만... 바람이 아쉽다. 넘 더운 날씨다.
748.6봉엔 '덤불언덕'이란 표지 있는데, 고증된 지명일까?
덤불언덕에서 내려서면 그윽한 느낌의 펑퍼짐한 안부.
능선상에 큰 바위가 있어 길은 오른쪽으로 에두르지만, 생김이 궁금하여 바위 틈새로 들어가 본다.
두 바위 사이로 오르니 다시 길 만나고 정자골 방향 이정표 있다.
이정표 지나면 곧 능선 삼거리지만,
틈새로 지나왔던 바위를 먼저 올라본다.
왼쪽 학가산과 바로앞 산중턱의 골가사리. 집은 잘 보이지 않고 비탈밭만...
소백산맥쪽.
흐릿하게 뻗는 줄기가 대간릉일 듯.
가야할 능선이 한눈에 든다.
암벽 성성한 저곳이 신선대렷다.
다시 울창숲길 이어간다.
신선대 암벽 옆으로 오른다.
길 슬쩍 벗어난 저곳이 신선대
신선대 부근에서 조망 기웃거리다 만난 연자주빛 나리.
신선대
신선대에서 건너본 골가사리
이어지는 울창한 참나무숲길
신선대에서 숨차게 치올라선 능선엔 잡초 우거진 산소 하나.
가운데 패랭이꽃빛이 유난스러워 한 컷.
산소에서 몇 걸음 내려서면 만나는 청량산 환주 능선 삼거리.
오마도 터널을 건너면 청량산 육육봉으로 향하고,
터널 가기 전 오른쪽 줄기를 따르면 재산면 경계능선을 거쳐 덕산지맥으로 이어진다.
덕산지맥은 낙동정맥 칠보산 아래 새신고개와 깃재 사이에서 분기하여, 낙강 본류(안동호)와 반변천(임하호)을 나누는 분수령이다.
지맥 본류는 아니지만 영양의 일월산과 장군봉, 흥림 작약산, 오늘 걷는 왕모 축융과 청량산 등이 모두 이 줄기에 속한다.
육육암봉이 숲 사이로 들기 시작하고..
축융봉 능선도 참 멋스럽다. 워낙 발길 많아 뺀질해진 청량쪽보다 한결 깊은 맛이다.
가을 청량은 이미 보았으니, 활엽숲 새순 돋는 연두봄날쯤 축융 청량 환주코스를 함 돌아보아야겠다.
사실, 예전 축융봉 올랐을 때도 저 맘먹은 적 있는데 아직 실행치 못했다.
844.2m 삼각점봉 내려와 산성길 만나는 곳에서 건너본 청량산
축융봉에서 지나온 능선 돌아보다.
오른쪽 산중턱 골가사리 너머 뾰족봉이 왕모산일 듯.
일월산 방향
청량산 육육봉
하산릉쪽
북으로 멀리 보이는 산줄기는 문수산과 대간릉일 듯하고, 서쪽 소백산릉은 늦은 오후햇살 땜에 보이지 않는다.
오늘 날씨라면 청량산정에선 태백산까지도 시야에 들겠다.
서남쪽
옆 암봉에서 돌아본 축융과 청량산릉
물돌이동 가송리
길좋은 하산능선에서
예전에 큰 바위땜에 우회했던 능선엔 계단길 생겨 진행 수월해졌다.
게다가 특별한 볼거리도 없으니 휘리리 내쳐간다.
전망데크에서
늦봄부터 이어진 가뭄에 청량골에도 물이 별로다.
아쉬운대로 적당한 곳 찾아 담그니 조금이나마 몸 식는다.
하산 예정시각을 1시간이나 넘겨 주차장으로 가니 일행 대부분이 하산해 있다.
왕모산에서 알바한 이들 일부는 그냥 하산해버렸고, 왕모산으로 되돌아온 이들도 패가 나뉘어 이리저리 중도 탈출했다고.
제대로 진행한 이는 우리 둘 포함 세 사람뿐이라니...
다른 계절이라면 가뿐하게 만회되었을 어이없는 알바가, 폭염이란 악조건 속에서 참으로 기이한 결과를 낳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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