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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상권

울진 백암산 선시골 140625

by 숲길로 2014. 6. 26.

 

 

코스 : 백암온천지구(10:15) - 백암폭포(11:00) - 흰바위(12:15) - 백암산 정상(점심) - 선시골 계곡 합수점(13:55) - 계곡 따라 - 계곡 벗어남(15:50) - 내선미 주차장(07:00) 

 (경로는 붉은 실선. 궤적이 아니므로 실제와 다를수 있음)

 

백암 선시골, 어지간히 오래 벼르던 곳이다.

산악회 통해 갈 기회 수차례 있었으나, 갠적으로 접근하여 풀코스 골치기 모드로 진행해 보려고 줄곧 미루어 왔었다. 

그러던 차, 년전 뺀질한 우회로 생겨 다들 수월하게 다녀오는 듯하여

우리 또한 비경 골산행의 기대 접고 시원한 납량산행으로 적당히 다녀오려 산악회 편승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전구간 골치기로 진행하겠다는 산악회 안내. 얼씨구나, 하며

합수점부터 계곡 접어들었으나 의외로 진행 만만치 않다. 이틀 연거푸 내린 소나기로 수량 상당한 데다, 소폭포 급류와 소를 우회하는 협곡 벼랑이 꽤 조심스럽다. 게다가 합수점에서 계곡 진입로 찾는 사이 다른 일행은 가 버리고 뒤따르는 이도 없는 듯하다. 결국 절반도 진행 못하고 시간에 쫒겨 탈출하여 고속도로마냥 닦아놓은 데크길따라 총총 하산이다.   

우회길로 질주하듯 가며 굽어보는 계곡, 하류로 갈수록 깊은 맛 덜한 대신 눈부신 암반과 소는 화려함 더한다.

한편, 절경 계곡물에 손 한번 적셔보기 힘든 해괴함의 극치, 저 긴긴 데크길을 대체 어떤 불가사의한 두뇌가 고안해낸 걸까...

풀리지않는 의문과 함께 맹렬히 치밀어오르는 혐오감.

허나 먼 빛으로 굽어보는 암반 계곡에 대한 선망만은 끝내 성성했으니, 선시골 향한 묵은 기대가 워낙 컸더란 것일까.

 

백암산 역시 정맥 종주하며 겨울 풍경만 보았을 뿐 이 계절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바람없는 오름길이 좀 덥긴 했으나 태백산맥 짙푸른 수림과 싱그러운 풀밭, 더하여 수량 풍부한 백암폭포 장관까지 만끽했으니

선시골 반타작에도 불구, 애초의 기대치에 비하면 큰 아쉬움 없는 산행이었던 셈.  

 

 

 들머리에서 산행안내도 보며

 

 완만히 이어지는 너른 임도, 바람이 없어 좀 덥게 느껴진다.

 

계절빛 다르니 낯익은 듯 낯선, 또다른 길  

 

 

 

쭉쭉빵빵 솔숲길. 워낙 널럴하여 오솔함 없지만, 푸르고 아름다워 기분좋은 길 

 

 다들 엄청 빨리 간다. 초반부터 종주산행 속도 이상이다.

 

우린 슬쩍 뒤처진다.

더운 날씨에 무리하믄 클난다, 싶어 소금도 삼키고 물도 자주 마시며 간다.  

  

 능선과 폭포길 나뉘면 줄곧 사면따라 에두른다.

 

 

 드디어 백암폭포 바로 아래서 계곡 만나다.

 

 저만치 폭포 보인다. 수량 상당한 듯.

대박 예감!

 

 사진 포인트 찾는 사이 짱은 휘리릭 올라간다.

 

 수량이 기대 이상이다. 전날 많은 비가 온 듯하다.

 

 

 

 

 

 

 

 폭포 지나면 길은 가파르게 능선을 치오른다

 

 길가엔 수국도 예쁘게 피어있고..

 

 산소 조망처에서 물소리 요란한 모시골 건너 능선 바라보다.

 

 뒤돌아보다. 아마 남하실 마을쪽?

 

 꽤 가파른 길, 꾸준히 오른다.

  

 

 

능선 합류지점, 무너진 성축 흔적..    

 

아직 형태를 유지하는 곳도 있고.. 

 

고모산성 직전, 솔들이 예뻐 길 벗어나 잠시 기웃거리며 만난 애기.

인기척에도 자는 듯 꼼짝 않는다.

"내가 좀 어려보여도 독사거등요? 그냥 가던 길이나 가셔~~"  

 

 

 

고모산성터.  

안내판 글씨는 거의 지워졌다.

울진군, 선시골 황당한 데크길 따위에 돈지랄 말고 저런 거나 좀 제대로 관리하지 그러나?

 

 

 백암의 솔들

 

철쭉 군락 

 

사초 무성한, 싱그러운 풀밭길.

겨울에 보던 것과는 딴판이다. 수량 풍부한 백암폭포와 이 푸른 초원 숲길만으로도 오늘 산행의 보람은 있다. 

 

 

 

 

 

 

 

한달쯤 더 지나면 저 초원, 꽃밭이 되지 않을려나..?  

 

7월말쯤, 흰꽃 노란꽃 혹은 자주나 연붉은 꽃... 여름꽃들 만발한 초원을 상상해 본다. 

 

 

 

싱그러운 계절빛에 취해 오르막길도 힘든 줄 모르고 간다.  

 

뒤돌아보다 

 

 

 

흰바위에서 

 

 멀리 흐리게 걸리는 칠보산릉.

 

 

 

 영양과 울진 나누며 남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당찬 태백산맥 줄기.

 

 

 흰바위 일대의 꽃밭

 

 

저거이 백암폭포에서 올라서 거쳐온, 고모산성 능선 

 

 

 

정상 오르며 건너보는 검마산릉(오른쪽)과 죽파 방향. 정맥산행때 일대 지형에 꽤 깊은 인상을 받았던.

멀리 일월산릉도 흐릿하다. 

 

백암산정 너른 공터에서 점심 먹으며 쳐다본 하늘.  

 

 동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예전 정맥 산행때는 어둠살 더불어 걸었던 능선이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참나무 숲길, 조망 없어도 걷는맛 그만이다. 

 

 

 

 

 

 

 

선시골 향해 뻗은 지능선 가며 

 

 

 

합수부에 내려서다. 이 물길은 선시골 상류 백암산향 지계곡.

 

 독실쪽 지계곡.

이 골을 조금 더 거슬러 오르면 독실이란 마을터가 나온다고.

불과 수십년전까지만도 수십호 화전민 마을이 있었다는데..

 

 가야할 선시골 방향.

바로 진입이 불가능하다. 저렇듯 물길 뚝 끊어지는 폭포같다.

 

 다가가 굽어보니...

기이한 모습의 용소

 

합수점에서 주등로는 물을 건너 선시골 북사면을 한동안 따라간다.

그런데 산악회에서 진작 안내하기를,

저 용소 아래로 바로 내려서는 곳 있다고 한다.

 

물 건너기 전에 얼핏 기웃거려 보니 마땅치 않다.

물을 건너서 찾아본다. 역시 아니다. 깍아지른 벼랑이다.

반대쪽을 다시금 유심히 살펴본다. 그쪽이 내려서기엔 나을 듯하다. 

혼자 우왕좌왕 하고 있으니 일행들이 

내려서는 길이 있느냐, 어디로 가면 되느냐고 묻는다.

바로 내려서는 길은 찾지 못했다고, 좋은 길로 가시라 이르고

다시 물을 건너와 사면을 기웃거린다. 흐린 발길 흔적 있다.

나뭇가지 헤치고 잠시 들어가니 내려설 만하다.

물 건너는 곳에서 기다리는 두 분을 소리쳐 불러본다.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물소리 땜에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 둘만 그냥 진행한다.      

 

 골로 내려서기 직전 나뭇가지 사이로 돌아본 용소

몇 걸음 내려선 벼랑에 막힘없이 용소를 건너볼 수 있는 곳 있으나

조심스러워 가지 않는다. 나이들수록 겁만 는다.

  

물 밟아 첨벙이며 본격 골산행 모드로 간다. 무지 시~원~하다.

역쉬, 여름산행은 물밟고 댕기는 게 최고라니깐?

 

 

 

 

 

 

 

 

 

 

 

 

 

 

 

 

 

 

 

 

어쩌면 골산행의 진정한 묘미는...

기이한 형태의 용소나 폭포, 미끈한 암반에서 첨벙이거나 즐거워하는 것보담  

검푸른 그림자 짙게 드리우며 장하면서도 위협적인 자연미를 발산하는

협곡 분위기에 흥건히 젖어드는 느낌이 젤 아닐까 싶다. 

 

   

 

 

 

 

 

 석문 통과하는 듯...

 

 

계곡산행, 특히 협곡을 만나면

광각렌즈가 절실히 아쉬워진다.

예전에 한동안 광각렌즈 들고 이골저골 기웃거렸던 기억,

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런 곳도 마찬가지다.

실제 보이는 시야만큼 충분히 넓게 담아내야 소폭포로 이어지는 협곡의 분위기가 느껴질텐데, 이건 뭐..

어쨌건 우회다.    

 

 벼랑으로 우회하며 굽어보다.

거리와 깊이감은 그렇다 쳐도, 역시 시야폭이 좁아 영 밋밋하다.

 

 비비추 꽃봉오리는 올해 첨 보는 듯..

 

 또다시 우회하며 굽어보다.

 

 오른쪽 벼랑 위로 우회해 와서 돌아보다.

 

 

 

 

 

전방에 또 우회해야 할 지점 

 

 

 

우회하며 굽어보다 

 

 지나와 돌아보고..

 

 

 

 어라, 저 위에?

 

데크 우회로의 조망처인 듯.

사실, 좀 전에 일행들이 소리를 질렀는데, 

우회구간 통과하느라 사진을 담지 못했다.

그 새 다들 가 버렸다. 

 

 

 

 썩 기분좋은 구간.

선시골 물은 퍽 맑게 느껴진다. 철분이 침착한 듯한 물바닥 색깔 땜에 싯누렇게 보이는 용소골과 다르다.  

 

 

 

이런 곳에선 24mm 화각이 결정적으로 답답하다.  

 

물러서면 물길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다가서면 실제 보이고 느끼는 만큼의 광경이 들지 않는다.

그리하여,

미완의 선시골 산행 도처에서 지름신이 강림하시고, 출몰하시니...  

 

답답.. 

 

 애개개...

계곡 접어든지 1시간만에 겨우 1.5km진행.

총 6km면 4시간이 걸린단 건데, 현재 남은 시간으론 1시간 부족.  

 

어쨌거나... 

 

가는 데까지 가 보자고..

 

 

 

역시 기분좋은 곳. 

 

 마른 이끼 잔뜩 묻은 거친 암벽, 계곡산행의 진미 쏠쏠 풍기는..

 

 

 에궁, 또 우회해야것네~

 

재밌게 생겼다. 좀 으시시하면서도..

 

 

 

 오른쪽 지계곡의 실폭.

선시골엔 어디 하나 만만하게 들이댈 지계곡이 없는 듯.

다들 저리 가파른 물길로 합류한다.

 

수량 많고 물살 센 곳도 많아 꽤 조심스런 편.  

 

 

 

여긴 시원하게 담그며 간다.

 

난 오른쪽으로 왔는데 센 물살 건너기 싫어 왼쪽 사면따라 오네? 

 

 

 

 화면에 파리 비슷한 벌레, 종일 눈꺼풀에 씹히며 괴롭히던 것들.

 

 

 

수심 제법이다. 가장 깊은 곳은 허리께까지.. 

 

 

잠시 후 또 물깊은 곳 나타난다. 가슴 이상까지 잠길 듯하다.

배낭 벗어 치켜들고 돌파해 보자 하니, 짱은 우회하자 한다.

무쟈게 시원할 낀데? 나보다 헤엄도 더 잘 치면서리.. 

허나 다시 보니 키를 넘을 것도 같다. 저기만 통과하믄 너른 암반이 어어질 거 같은데... 쩝.

 

가파른 왼사면을 기어올라 우회한다. 근데 내려설 곳이 마땅치 않다. 예전에 내려선 발길 흔적 있는 곳은 사태로 직벽이 되어버렸다. 

좀 더 올라본다. 디따 가파르다. 계곡이 저만치 멀어진다. 

사면따라 진행한 또다른 발길 흔적이 있다. 곧 내려설 만한 곳도 있을 것이다.

 

문득 시계를 본다. 하산완료까지 한시간 남짓 남았다. 6km중 절반도 채 못 왔으니 갈길은 아직 멀다.

굳이 다시 내려가야 할까... 잠시 망설인다.

에라~~ 이왕 이만큼 올라섰으니 그냥 올라서기로 한다.

급사면 기어오른다. 어쩌다 보니 하필, 거의 직벽수준으로 가파른 데서 계곡 벗어나려는 꼴이다.

잠시 고역이지만 곧 데크길 나타난다. 

 

데크길 올라서서.

 

내쳐 걷는다. 곧 다리 하나 건너고... 3km 이정 있다.

길은 줄곧 사면을 따른다. 계단 오르내림도 만만치 않다. 아주 가끔 흙 밟기도 하지만, 정말 재미없는 길이다.

욕지기가 난다. 이 길을 끝까지 한 번 걸어본 이라면 누구도 다시 오고 싶지 않을 길이다.

 

대체 어느 미친 x이 이딴 길 만들자 했을까? 이런 말도 안되는 발상이 실현될 수 있다니! 산천 아름다운 울진군,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겁난다.

좌우로 이런저런 명소라는 데 나타나지만 흥미 동하지 않는다. 목에 걸었던 카메라도 배낭에 집어넣는다.

우왕좌왕 오르락내리락... 그럭저럭 임도 만나고 한숨 돌린다.

 

옷 입은 채 물에 풍덩 뛰어들어 땀 식힌다. 데크길은 지랄이었을망정 물은 맑기 그지없다.

서늘하게 식은 몸, 총총 내질러 주차장 다다르니 하산예정시간 정확히 1분전. 

기다리고 있던 단촐한 일행들 역시, 지루하고 재미없는 계곡길(?)에서 저으기 실망했다는 표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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