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늦재(10:20) - 청옥산(11:47) - 하산 안부 네거리(13:46) - 백천계곡 - 현불사 앞(16:00)
(궤적이 아니므로 실제와 좀 다를수 있음)
다시금 피서산행이다. 울창한 참나무숲이 좋은 청옥산릉 따라 걷는다.
당초엔, 오래전 맘먹었다가 잊고 있었던 진대봉이나 함 가볼까 싶어 편승했는데,
조망도 신통찮은 날, 시원한 청옥산릉 벗어나 햇살 따가운 암봉으로 가야할 이유가 없다. 산악회 예정대로 진행한다.
가도가도 끝없이 이어질듯 짙푸른 수림 헤치며 태백산 대간 줄기 향해 가다가 백천계곡으로 내려선다.
수년 전 같은 코스로 부쇠봉까지 갔다가 내려온 적 있는데, 그 사이 느낌 많이 달라졌다.
산천도 변하고 사람도 변했다.
언제나 친숙한 건 이름 뿐, 몸 지나 길따라 흘러가는 풍경이 자주 낯설다 여기지만
어느 한순간 몸 한켠 잠겨있던 낯익은 장면이나 느낌이 떠오르기도 한다.
오래토록 풍경이 나를 낳아 왔으니 이제 내가 풍경을 낳는 걸까.
허나 기억도 아니고 풍경도 아닌 그것은
나로부터 가장 먼 어느 곳에서 왔거나, 내 안 가장 깊은 곳에서 태어난 누군가의 몸.
오랜 산길 위에 무시간의 경계로 겹쳐지니 푸른 숲의 이야기는 종내 지도 밖으로 나간다.
그러므로 청옥, 저 푸른 이름 머금고 궁글리며 녹음 숲길 걷는 일이란, 문득
흰구름 너머 우주 저편 아득한 시공 한토막 길어다가, 홀로 혹은 더불어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노릇과 비슷하다 할까.
메아리마저 삼키는 지척 천리, 장대한 숲의 미시경. 찰나로 생멸하며 회오리치는 황홀한 미망 세계.
푸르고 푸른 숲바다를 오늘도 가없이 헤엄치고 있다.
첨부터 짙게 우거진 산길 들어서며
여름꽃들 여기저기 띈다. 까치수염이 특히 많이 보이는데,
원래 그런 건지 고라니가 뜯어먹었는지 꽃끝이 뭉툭한 게 많다.
붓꽃?
철쭉군락도 지난다.
여전히 우거지긴 해도 예전에 비해 길이 많이 좋아졌다.
넛재에서 청옥 오르기란 썩 수월하다.
지능선 올라서는 초반부 살짝 가파르지만 머잖아 부드럽고 육중한 산길 이어진다.
빨리 걷기 싫은 숲길이다.
도회인에게 산이란 아마 영원한 외계.
깊고 너른 청옥숲
기복조차 별로 없는 산길, 숲속 대기는 푸르고 흐뭇하다.
비비추 피어나고..
꽃모양으로 보아선 싸리의 일종일까?
잠시 하늘 트인다.
수평 시야는 쉽사리 열리지 않는다.
예전에 이 능선 걸을 땐, 깊고 울창한 숲에 감탄하면서도 끝내 조망 열리지 않음을 불평했었다.
사실 부쇠봉 이르기 전까지 능선길 조망처는 전혀 없다. 당시엔 부쇠봉에서조차 소나기 만나 조망을 보지 못했다.
조망 기대 전혀 없이 오른 오늘, 오직 그때 그 숲이 궁금할 따름이다.
싱그럽게 우거지는 사초.
예전에 비해 능선길은 한결 뚜렷해졌는데, 곳곳 울창하던 산죽이 많이 사라진 반면 사초는 더욱 눈에 띈다.
청옥산 아래 임도에서 내다본 북동쪽.
조록바위봉과 진대봉(오른쪽 아래)이 빼꼼하고, 멀리 낙동정맥(가운데 백병산릉)이 흘러간다.
맨 왼쪽 뒤로 우뚝한 건 태백 연화산일 듯.
아담한 벤치 놓여있던 자리는 공사판으로 변하고, 잡초 푸르던 임도는 누런 흙빛 드러내며 넓어졌다.
그냥 두면 더 자연스러운데 산림청조차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자꾸만 삽질하고 인공적으로 치장하려 한다.
위 공사판의 예전 모습(2007.7)
두메고들빼기?
둥글고 푸른 보석, 청옥산정 향해 오른다.
오름길 곳곳에 꽃들 많이 보인다
숙은노루오줌?
동자꽃 봉오리
숲 함 뒤돌아보고..
활짝 핀 동자
요건... 이름 잊었다.
둥근이질풀? 쥐손이?
터리풀?
짚신나물?
얘도 이름 알았었는데... 잊어버렸다.
정상부 헬기장
동남쪽? 그럼 뒷쪽 봉우리가 비룡산인가?
각화산릉 분기하는 대간릉 차돌배기봉쯤?
다시, 꽃밭 너머 비룡산쪽 돌아보며.
넛재에서 청옥산 반대방향 줄기도 함 밟아보아야는데 아직 기회 만들지 못했다.
달바위봉으로 가거나 비룡산으로 가거나..
당귀?
무리무리 꽃밭이다
요즘은 휴대폰 땜에 어딜가나 저넘의 통신탑이 다 올라앉았다.
자연, 자연, 하지만 정작 그 자연의 꼭지엔 문명의 첨단이 정복의 표지처럼 꽂혀 있다.
게다가 기존의 참한 정상석 외에 새로이 설치된 정상 표지도 두세 개쯤 되는 듯하다.
요란스런 정상석이나 표지가 달갑지 않는 것은,
정상석 없는 산정이 더 자연스러운 산의 모습이라 여기기에, 굳이 거기에 문명의 낙인을 박아야 할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산정의 잇점을 노려 설치된 시설물들과 달리, 정상임을 확고히 주장하는 것 외엔 달리 쓸모를 찾을 수 없는 유별나게 거창한 정상석에선
스스로 존재하는 자연에 대해 굳이 인증권을 행사하겠다는 인간의 오만과 권력의지마저 읽힌다.
예전(2007.7) 정상부 모습.
제단같은 석축이 인상적이었다.
슬쩍 건너보이는 달바우봉
정상부 넘어서니 올라왔던 길 이상으로 숲 울창하다
걸음 더욱 느리다.
하기사 오늘 코스에 비해 시간은 여유로운 편이다. 부지런한 이들은 조록바위봉까지 다녀올 터.
근래 자주 보이는데 이름 모르겠다.
?
성긴 숲 너머로...
태백산릉에서 동으로 뻗는 줄기.
꿩의 다리?
숲 사이로 달바위. 초가을이면 바위틈마다 들국화 만발한 꽃밭이 되는...
언젠가 넛재에서 함 가보고 싶다.
조록바위봉
진대봉.
당초에 가려 했다가 맘바꿔먹은..
훗날 조망좋은 시절에나 함 가보아야겠다.
시원하게 트이는 조망 한군데 없어도 지루함 모르고 걷는 길...
각화 왕두산릉 쪽?
청옥산정 뒤돌아보다.
여기가 오늘 코스에서 산길 벗어나 유일하게 조망 트이는 지점이다.
서남족, 맨 뒤로 각화 왕두 능선?
각화 왕두 능선도 가본지 오래다. 겨우살이 수북히 달린 참나무숲 인상적이었던 기억이다.
고선계곡과 이어서 함 걸어보면 좋을 듯.
순하고 덩치 큰 짐승털같은 사초숲, 언제나 기분좋은 길이지만
많이 가물어서 그런지 더러 윤기없이 메마르는 느낌.
달바위와 진대봉
코스 좀 길게 잡는다면 넛재 가운데 두고 두 봉우리 이어 준원점회귀해도 되겠다.
진대봉 갈림길. 당초 가기로 맘먹었던 코스니만치
예의상 잠시 뭉기적거리다 간다.
여름 육산릉 숲길의 매력에 점점 빠져든다.
예전에 조망없다 하여 이 계절에 밀쳐두었던 산들 다시 돌아보아야겠다, 맘먹으니
문득 부자된 듯 갈 곳 풍성해진다.
큰 바위벽 지난다.
지나오기 전에 올라보았으나 시야는 나무에 가리는데, 크고 둥근 태백산릉 마루금만 겨우 보인다.
역시 서남쪽 기웃..
고선계곡 갈림길 있는 봉우리 우회하면 하산할 안부 네거리 향해 내려선다.
그런데 예전 산행때 아주 싱싱하고 울창하던 산죽이 올해는 영 시원찮다.
백천계곡 쪽으로 내려선다
제멋대로 우거진 숲 사이, 휘리리 내려선다.
별 경관은 없지만 야성적인 느낌이 좋은 숲이다.
꽃무리 보며 물 한모금..
시간 여유로우니 길 벗어나 계곡 따라 기웃거린다. 별 볼품은 없다.
소박한 물길이다
남쪽 지계곡 합수지점
개중 볼만한...
대간쪽 주계곡 만나면 이후 한동안 너른 임도
이끼가 그럴듯해 보여 기웃..
다리 건너며
일부러 기웃거려본 곳
상골은 우리 지나온 백천계곡 본류 방향, 부쇠봉 남쪽 줄기로 이어지고
칠반맥이골은 문수봉 방향이다.
조록바위봉
개망초와 달맞이꽃밭
현불사앞 공터에서 보는 진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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