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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상권

경주 토함산 무장봉

by 숲길로 2014. 4. 28.

 

 

코스 : 경주 암곡동 왕산마을 맨끝집(09:05) - 무장사지(09:50) - 무장봉(11:00) - 동대봉산 갈림(11:35) - 611봉(12:12) - 습지 - 함월산 우회 - 수랫재(14:00) - 추령(15:30) - 토함산(16:35) - 마동 코오롱호텔 뒷편 주차장(17:40)

 

 

억새 관광지쯤으로 여겼던 무장봉 일대 산릉들, 의외로 깊은 맛이다. 

강원도 고산준령의 축소판같은 싱싱하게 젊은 지형이 인상적인데, 수억만년 비바람에 시달려 까칠하고 앙상한 골격 드러내는 노년기 지형과 달리, 꽤 육중한 고원 형태를 간직한 채 활발히 침식되어가고 있는 모습이 여기 또한 태백산맥 끝자락임을 실감케 한다.

남으로 함월과 토함 동대봉산릉, 북으로 시루 운제로 이어지는 산줄기... 높진 않으나 문어발처럼 펼쳐지는 빽빽한 지능선들 사이사이로 미로마냥 얽히며 파고드는 골들이 어지럽다. 한참 보고만 있어도 즐거운 눈맛, 속시원히 터지지 못하는 희뿌연 사월 하늘이 아쉬울 따름.

산 너르고 골깊으니 바람 또한 차가운 걸까, 가는 봄빛 또한 많이 남아있는 있는 편이다.

 

등로상태는 아주 좋다. 워낙 유명한 무장봉 억새산행지와 일급 답사지인 무장사지 산책로는 말할 바 없고,

이어지는 능선도 한동안 봉우리마다 우회하며 예쁜 오솔길따라 간다. 의외로 수월하다. 모처럼 힘 좀 써볼까 싶던 611봉도 부드럽게 오른다.

(다녀오거나 우회하는) 함월산 이후 구간부터 봉우리 오르내리며 땀 좀 뽑는데, 추령 지나 토함산 오르는 구간이 가장 힘들다.

무장봉과 토함산릉 산길이 너무 대로같아 재미 덜한 점도 있지만,

코스 전구간 내내 조망바위 곳곳에 숨어 있어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울창 육산릉의 단점을 잘 보완한다.  

 

토함산정 이르기까지 등산객 한사람 만나지 못할만큼 호젓한 산행, 붐비는 억새철엔 상상조차 못할 일이겠지만

기대 이상 좋았던 코스라 하늘 높아지는 계절을 위하여 또다른 산길 미리 찜해 본다.

단풍시절, 유리방 마을에서 덕동호 돌아보며 동대봉산 올라 무장봉으로 이어도 좋겠고, 무장봉과 도투락 목장 잇는 억새 풀코스도 좋겠다.

혹은 그 모두를 한번에 잇는 좀 긴 코스도 괜찮을 듯하고.

 

왕산 마을 드는 길가, 흐드러진 왕벚이 보여 잠시 꽃구경.

 

왕산마을 대형주차장에 주차하려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차를 세운다.

저 안쪽 펜션까지 간다며 같이 좀 타고 가자고...

지금 여기 주차할 건데요? 대꾸하다가, 혹시 거기 주차할 데 있냐고 물으니 벙긋 웃으며 냉큼 올라타신다.

햇살 따가운 포장길 덜 걸어도 되니 피차 좋은 노릇 아니리.

 

잠시 포장길 걸어가며

 

형산강 지류 북천 최상류, 완만하고 깊은 무장골 물소리 들으며 거슬러 오른다.

골짜기 봄빛도 아직은 볼만하다.

 

 

 

쫒기듯 내질러갈 일 없으니 저게 먼고~? 살피기도 하면서..

 

 

 

 요즘 한창 꽃피우고 있는 애기똥풀

 

 

 

이태쯤 전인가, 큰물에 박살났던 골, 손많이 대어 복구한 흔적 역력하다.

 

 

 

유적지 기웃거리던 때부터 무장사지 가는 산책길 좋단 얘기 익히 들었다. 이제사 걸어보는 길,

그시절 그 길이 지금 이 길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지 못하나  

신록 흥건히 젖어드는 활엽숲길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단풍철에 느리게 걸어올라도 참 좋을 길...

 

 

 

 

 

 

 

무장사지에서

 

무장은 피로 이루어진 통일과업을 되돌아보는 무열왕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정복자의 허세가 엿보이는 제스처랄 수도 있겠지만, 전쟁에 일생을 바쳐야 했던 한 사내의 피로와 갈망이 느껴지기도 한다.

 

 

 

 

 

균형잡힌 맵시나 화려함 자랑하기보다 안정감이 일품인 탑이다.

너무 크지도 않다.

병장기를 묻고, 다시는 파낼 일 없기를 빌며

그 위에 꾹꾹 눌러 앉은 듯한 자태로 잘 어울린다.

 

 

폐사지 뒤돌아보며

 

 다시 계곡길 이어간다

 

 

 

 

 

땡볕 쏟아지는 초원지대 접어들며 옆산릉 건너보다

 

늦은 사월, 높지 않은 산인데 여태도 봄빛 많이 남아있다. 

 

뒤돌아보이는 무장봉(624m)

 

운제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북쪽).

 

이런 봄빛까진 기대 않았다. 황송하게시리..

어쨌든, 커단 왕릉처럼 무던하게 솟은 무장봉이지만 무장골쪽으로 뻗어내린 지능선들은 의외로 복잡하고 묵직하다. 자못 고원 분위기 풍긴다.

무장골이 그토록 깊은 이유이기도 하고, 침식 덜된 표층이 많이 남아있는 젊은 지형이란 것이겠다.

 

산빛 고와 연신 담아보지만..

사진으론 좀 그렇다. 연두와 분홍의 은은하면서도 다채롭고 눈부신 화사함이 별로 살아나지 않는다...ㅠㅠ 

 

 

 

다른 계절 모습도 궁금해진다. 가을이나 겨울.. 

 

 병꽃도 한창 피고있고..

 

철쭉은 제철이다.

 

임도에서 굽어보는 오리온 목장 폐축사.

오천 항사리 오미골 최상류인 저곳, 지금도 목장이라면 오어지를 엄청나게 오염시킬 터.

 

가장 높은 봉우리는 잠시 후 가야할 611봉.

 

북동쪽, 성황재와 만리성재 너머 삼봉산으로 이어지는 호미지맥 줄기일 듯.

대기 흐려 바다는 잘 분간되지 않는다.

 

 가운데 맨 뒷줄, 남으로 쭉 뻗다가 툭 떨어지는 산이 궁금하다. 뇌성산쯤?

 

좀더 오른쪽(동쪽).

바로 앞 오미골 건너 저 줄기, 611봉 동쪽 591.4봉 좀 지나 호미지맥과 나뉘는데 오천 문충리까지 길게 이어진다.

 

 억새관광지다운 모습. 정상석이 으리으리하다.

 

무장봉에서 보는 가야할 방향.

가운데 봉긋한 봉우리 지나서 동대봉산(오른쪽)과 함월산(왼쪽) 줄기 나뉜다.

 

 동쪽, 장기읍쪽.

 

서쪽. 가운데가 구미 용림산릉, 그 오른쪽 금곡 무릉산릉 쯤일듯.

그럼 맨 왼쪽은 단석산릉일까?

야튼 넘 흐리다.

 

무장산 주등로 벗어나 이어지는 능선길, 안부 지나니 봉우리 오르지 않고 우회할 듯.

조망도 궁금하고 아직 초반이라 기력도 좋은데... 못마땅해진다.

혹시나 싶어 첫 봉우리 그냥 치올라본다. 조망바위 있다.

 

 

멀리 희끗한 포항 쪽일까?

그 너머는 바다고 오른쪽은 호미곶 방향.

예서 이렇게 보니 호미지맥 포항권 산릉이 쪼까 궁금해진다. 조망좋은 곳 골라 한두구간쯤 둘러볼까나..? 

 

좀 더 오른쪽(동쪽)

 

진행방향, 가운데 611봉, 맨 오른쪽 함월산.

 

수월하게 우회해 와서, 611봉 오르며 굽어보는 오미골(북쪽)

 

 

 

뒤돌아보는 무장봉 초원지대(북서쪽)

 

지나온 능선(대부분 우회)과 동대봉산쪽 줄기(서쪽)

 

동대봉산으로 이어지는 두 봉우리는 조망처.

점시 다녀올까 하다가 포기했던.

  

왼쪽 둥두렷한 동대봉산(서남쪽)

 

토함과 동대(남쪽)

 

오미골 동능선

 

 왼쪽 멀리 보이는 건 운제와 시루 같기도 하고...

 

611봉. 

서남쪽으로 바위 보여 살짝 내려서보니..

 

조망바위 뒤에 추모동판이 있다.

 

궁금하여 검색해보니, 원래 (경주 한뫼산악회에서) 경주 남산의 바위에 설치했던 동판인데

남산에 웬 동판이냐,는 누군가들의 매몰찬 지적으로 그만 철거하여 이리 옮겨온 모양이다. 좀 기구한 내력이다. 

허나 산 다니다 보면, 이봉저봉 수없이 놓이는 정상석(표지)처럼 이산저산 하나둘 생겨나는 추모동판들 앞에서 마냥 숙연해지기만은 어렵다.

떠난 이 저마다의 가슴에 묻을 일이지 왜 명산의 바위에 광고하듯 전시하느냐, 는 일견 야박해 보이는 비판도 일리는 있다.

그래서 지금 다시 사진으로 보는 저 동판,

한번 철거했으면 그만이지 굳이 다시 옮겨박을 필요까지 있었을까, 싶어 조금은 씁쓸해진다.

 

보이지 않으면 잊혀진다는 게 가혹한 진실이긴 하지만, 가시적인 사물 없이도 기억하고 상상할 수 있는 게 인간의 능력 아닐까?

아니, 그리해야만 인간이 여타 짐승들과 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추모나 기념이란 명목으로 모든 것을 물질의 형태로 구현해 놓으려는 태도,

어쩌면 그건 물신의 시대가 낳은 보편적 삶의 태도인 '소유'의 또다른 양식이 아닐런지...

한편으로는, 덧없는 시절 풍경조차 기어이 기록으로 남겨보려는 내 이 집착조차 그런 태도에서 그리 멀지 않을 터.

   

가야할 함월산.

 

함월과 토함

 

토함과 동대봉산.

그리고 이 계곡은 절골? 옛날에 황룡사란 절이 있었다던.

 

동대봉산에서 무장으로 이어지는 줄기. 하늘 좋은 시절에 꼭 밟아보고 싶은 길..

 

 

산줄기 마루금은 611봉에서 북동으로 이어졌다가 호미지맥 분기점에서 남으로 꺽어지지만

습지를 거쳐 함월산 향하는 지름길도 있다. 우리야 마루금 잇는 게 아니니 당근 지름길이다.

습지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

 

습지 건너며

 

 

 

우회하여 가지않는 봉우리(사진)와 호미지맥 줄기 사이로 형성된 습지, 별로 너르진 않다.

 

동쪽으로 살짝 빠져있는 함월산, 역시 우회한다. 조망 없겠다 싶어 그랬지만 사실 함월산인 줄도 몰랐다.

지녔던 지도엔 494.2봉이 함월산이라 되어 있었기 때문.  

수월하게 우회하여 다다른 550봉엔 멋진 조망바위 있다. 

 

늦은 봄빛 그윽한 수해 굽어보며

 

잠시후 (550봉 다음 봉우리에서) 분기하여 함월산릉과 동대봉산릉 사이에 복잡다단한 골짜기 이루어놓는 산줄기들.

 

박력넘치는 기복과 굴곡으로 심상찮은 젊음 과시하며, 토함산 북쪽 일대를 꽤나 화려하게 누빈다.

 

한티버덩(?)과 동대봉산

 

가운데 둥근 봉우리가 동대봉산과 함월 능선 분기 쯤이겠고, 맨 오른쪽이 611봉인 듯. 

 

611봉 이후 거쳐온 줄기

 

조망 좋고 너른 골짜기 굽어보는 맛 좋아 한참 머무른다.

 

 

 

 

한티버덩

 

 

550봉 동쪽에도 바위 불거져 북으로 시야 트인다. 함월산 뒤돌아본다.

저기도 정상부 아래에 조망처 될만한 바위 보인다. 나중에 혹 가게 된다면 꼭 들러보아야 할 듯.

 

 

 

함월산에서 기림사쪽으로 뻗는 능선.

기림사는 대각으로 뻗어나가는 줄기 저너머 있다.

 

근래 '왕의 길'이라 하여 유명해진, 모차골에서 기림사 쪽으로 넘어가는 수랫재에서.

당시 토함산 서쪽 경주에서 양북이나 감포쪽으로 가려면 모차골 거쳐 수랫재 넘는 게 개중 수월했던 듯한데,

'모차'는 '마차'의 방언이니(경주쪽 사람들은 '아'를 '오'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과연 신라 때엔 왕과 귀족들 마차 다닐만큼 썩 너른 길이었겠다. 그럼 '수랫재' 역시 수레가 다니던 길이란 뜻일까? 

 

추령 앞둔 조망바위에서 건너보는 토함산

 

굽어보는 모차골

 

겹겹 산줄기 너머 멀어진 동대봉산

 

 

 

멀리 조항산 풍차도 보이고..

 

추령이 지척

 

 

 

백년다원에서

 

 

 

토함산 오르는 도중 조망바위에서 돌아보다.

가운데 잘룩한 안부 왼쪽 봉우리가 동대봉산과 함월산릉 분기이고, 안부 오른쪽 뾰족봉이 611봉. 

그 오른쪽 거무스레 큰 봉우리가 함월산, 이후 산줄기는 맨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이어져온다.

희긋하니 너른 골이 모차골, 통신철탑 서 있는 곳이 추령 지나 올라서는 지점.

썩 깨끗한 조망 아니지만, 지나온 줄기 더듬는 이 맛이 종주산행의 가장 큰 즐거움 아닐런지.. 

 

 

 

토함산정에서 지나온 산줄기와 동대봉산릉 돌아보다.

 

건너보는 조항산릉 풍차들.

전후 이어지는 산세 심상찮은데 언제 함 가봐야 할까나...?

 

가운데 멀리, 치술령쪽일 듯한데... 워낙 흐리다.

통상  오후 늦어질수록 더 깨끗해지는데 오늘은 더 흐려진다.

 

 

 

마석산 남산쪽이지만, 역광에다 흐려서리...

 

 

 

대로같은 토함산 능선길, 잼없다..

 

탑골 내려서며 돌아본 산빛.

 

 

 

사태지역.

 

 

길게 뻗은 동서 능선에 비해 꽤 가파르리라 지레 짐작했던 토함산 남쪽 줄기,

그러나 탑골 내려서는 능선이 의외로 부드럽고 완만하다.

하산길로 그만이다.  

 

 

 

 

마동3층탑.

갠적 취향이겠으나 무장사지탑이 훨 멋스럽다.

이건 보존상태 훨 좋으나(베일듯 선명한 지붕돌 층급받침) 오히려 생경하고 기계적인 느낌이다.

또 지붕돌의 강한 반전이 괜히 거슬리면서 좀 딱딱해 보인다.

안정감이 없다거나 비례가 어설픈 것도 아닌데, 왠지 편안함이나 친근감이 부족한 듯한...

 

 

토함산 배경으로 멀찌감치 보니까 좋다.

절집 사라졌어도 어색하지 않고, 짙푸른 밭 가운데 저 자리가 당연히 제자리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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