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방아재(08:40) - 만덕산 할미봉(09:15) - 호남정맥 중간점 표지(10:22) - 선돌고개(10:52) - 국수봉(11:27) - 조망바위(12:08 점심) - 노가리재(13:15) - 최고봉(14:00) - 유둔봉(15:22) - 유둔재(16:05)
가을빛 무르익어 가는 호남의 적막강산.
아침안개 무거웠던 날씨 탓일까, 원경 흐리다. 최고봉 만덕산이 575m, 고만고만 오르내리며 가는 야산릉 숲길.
장안산부터 이어져온 호남정맥 중간점을 지나는 의미있는 구간이지만, 전반적으로 별 특징없이 단조로워 좀 지루한 느낌이다.
대신 진도 잘 난다. 길 벗어나 기웃거리거나 전후 살필 곳 거의 없으니 내쳐 걷기엔 그만이다.
뿌연 안개속 보이지 않는 먼산 헤아리며, 절창으로 물들어갈 남의 산 잠시나마 궁금하기도 했던 호남길 하루.
하늘 높고 산빛 고운 나들이 시절, 오는 길 88고속도가 엄청 정체다.
볼품없는 산길이었지만 인파에 치이지 않고 진종일 걸을수 있었음이 그나마 좋았던 걸까...
아침햇살에 빛나는 듬성한 억새, 사이로 가파르게 오른다.
싸릿대 우거진 숲 너머 돌아본다.
추색 깊어가는 시절...
동남쪽, 조망 좋지 않다.
백아산인 듯 머잖은 산줄기가 뿌연 안개에 파묻혀 거의 사라지고 있다.
아침안개 가시면 차츰 나아지려니 했는데 진종일 이 모양.
첫 봉우리 왼쪽, 뚝 떨어졌다 다시 치오르는 만덕산릉
건너보는 수양산릉.
저번 구간 방아재 내려서며 본, 꽤 장하게 뻗어나가던 그 줄기가 여전히 눈길 끈다.
북서쪽, 산허리 흉측하게 파먹힌 금산릉
고개 임도 건너며.
가파르게 오르내린 첫봉우리와 다시 치올리는 만덕산, 초반부터 땀께나 뽑으며 몸 풀린다.
만덕산 오른다
화려하진 않아도 산빛은 어김없이 물들어가고..
정상부는 잠시 다녀와야 한다.
만덕할미봉 정상에서 남으로 조망 트인다. 무등산까지 가야할 능선이 한눈에 든다.
정면으로 이어지는 만덕산릉과 왼쪽 451봉, 그 뒤로 수양산, 오른쪽 국수봉과 너머 무등산.
북산은 무등에 겹쳐져 윤곽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무등 왼쪽 아래 흐릿하나마 북산 윤곽이 잡힌다.
만덕산릉 서사면은 가파른 벼랑이다. 시야 툭 트이는 바위에서 건너본다.
일행들 있는 저 지점이 물통구리 전망바위, 멀리 흐릿한 무등산.
아래로 국수봉과 이어지는 정맥 산길.
왼쪽 월봉산과 창평 방면
오른쪽.
운암제 저수지 옆으로 호남고속도 지나간다. 당겨본다.
대부분 논들이 추수 끝나고 좀 휑하니 볼맛 덜하다.
저수지 바로 옆이 호남고속도에서 장성-담양 고속도 나뉘는 대덕분기점이다.
물통구리 전망바위에서
잠시나마 솔숲길 이어진다.
다시 무등산쪽 시야 트인다.
왼쪽 수양산 전후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오른쪽 뚝 떨어지는 지점이 선돌고개일 듯.
백아산쪽
고도 낮은 산릉, 싸리가 가장 곱게 물들었다.
천리가 넘는 호남정맥 중간점.
지난 삼월이던가, 바람찬 봄날 장안산에서 시작한 걸음이 어언 231km.
산부추꽃 많이 보인다.
선돌고개 내려서며 건너보는 입석리와 무등
줄지어 선 노목들 인상적인데 수종이 궁금하다.
350년 되었다는 느티.
옆에 상석 비슷한 게 놓인 걸로 보아 한때는 당산 대접 받았을 듯.
국수봉 오르며 만난 단풍.
물들면 참 예쁠듯.
수양산 뒤돌아보다.
통신시설 있는 국수봉 정상부,
수많은 이들의 땀방울로 빚은 표지들이 현란하다.
국수봉 내려서며 보는 만덕산(오른쪽), 왼쪽 아래 뾰족봉은 월봉산,
멀리 산자락 뻐꿈한 금산릉 오른쪽 너머로는 저번에 지나온 서암산인 듯.
한동안 능선 임도 따라간다.
초소있는 463.8봉에서 보는 가야할 방향.
미흡하나마, 390봉과 이후 최고봉으로 이어지는 줄기가 시야에 든다.
창평 벌판과 면소재지.
가운데 멀리 아주 흐릿한 윤곽은 병풍 불태산릉. 오른쪽으로는 추월산릉 윤곽도 보였는데 오늘 조망이 워낙 좋지 않다.
추수 끝난 벌판이 썰렁~
외동 방향,
목장이었을까? 울타리 쳐논 초지 옆을 지나간다.
멀리 봉긋한 저 봉우리도 오늘 가야할 곳 아닌가 모르겠다.
390봉 가기 전 멋진 조망바위에서
반그늘 드는 바위에 앉아 점심상 편다.
박무에 잠겨버린 병풍 불태산릉이 못내 아쉽다. 오른쪽 아~주 흐릿하게 추월산릉 윤곽도...
사당인 듯한 건물 보여 당겨본 모습
국화도 제철이다. 길가에 많이 보인다.
또다른 조망바위에서 돌아본 월봉산과 만덕산
다시 함 굽어본다. 가운데 멀리 흐릿~한 추월산릉 윤곽. 그럼 그 오른쪽은 강천산릉이겠다.
390봉 지나 길 옆 서쪽으로 조망 트이는 곳 더러 있다.
나가본다.
유천제 저수지 옆 한옥 단지. 자료 찾아보니,
담양군에서 조성한 전원마을인데, 저 아랫동네(유천리) 주민들 반대가 심했다고.
현대식 한옥인 듯. 태양열 집열판 많이 보인다.
또다른 조망바위에서 보는 진행방향.
왼쪽 419봉과 활공장, 철탑 부근 노가리재와 459봉, 가장 높이 보이는 최고봉
오래된 향촌 마을 윗쪽에 외지인이 살게 될 새로운 마을이 들어선다는 게 달가울 수 없음은 분명하다.
2007년 2월 14일자 [담양신문] 기사에 저 전원마을 조성과 관련한 기사 보인다.
좀 길지만 그대로 옮겨본다.
주민들의 반대로 진통을 겪어온 창평 유천리 전원마을 조성사업이 주민 찬반투표 결과 찬성표가 더 많아 전원마을이 예정대로 들어서게 됐다.
담양군에 따르면 지난 달 31일 유천마을 주민 50명을 대상으로 전원마을 조성 찬반을 묻는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20표, 반대 17표, 기권 13표로 전원마을 조성을 위한 마을 주민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날 주민들은 전원마을 조성 동의 조건으로 건의사항을 제시, 마을 안길 확·포장과 마을상수도 설치, 군도1호선 확포장 등을 요구했다.
이에 담양군은 마을 안길 확포장 요구는 2007년 창평면 정주권사업으로 선정 추진될 수 있도록 하고 마을 상수도 설치 또한 대형관정, 관로매설, 물탱크 등의 간이상수도를 시설해주기로 했다. 길이 좁아 교통사고 발생을 우려한 군도1호선 확장은 2008년도에 추진키로 했다.
창평 유천지구 전원마을 조성사업은 앞으로 오는 5월까지 용도지역 변경과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한 후 6월경에 주택과 도로, 상·하수도, 오·폐수처리시설 설치 등의 공사에 착수한다.
사업비는 국비 12억과 군비 3억 등 15억이 투입된다. 사업 규모는 9천평 규모에 31가구가 사는 한옥마을이 조성된다.
한편, 유천리 청년회를 중심으로 한 마을 주민들은 전원마을이 마을 위편에 자리함에 따라 환경오염과 위화감 조성, 친환경농산물 인증 차질이 우려되고 특히 전원마을 조성사업 대상지 선정에 있어서 ‘주민 반대 민원이 없어야 한다’는 농림부 규정을 무시했다며 사업 백지화를 주장했었다.
큰 기복없이 이어지는 솔숲 능선, 전반적으로 심드렁한 오늘 구간 중 비교적 걷는 맛 좋다.
활공장에서 지나온 능선 돌아보고..
발 아래 굽어보고..
창평 유천리와 외동리 잇는 담양군도 1호선 지나가는 노가리재.
유천리 전원마을 관련 주민 요구조건에 군도1호선 확포장이 들어있었으니, 이 고갯길도 그 때 포장된 듯하다.
그나저나...
생태통로 생긴 줄도 모르고 기존 고갯길로 내려왔으니, 도로 건너 다시 낑낑 기어오른다.
다시 일행 만나고..
노가리재 건너부터는 가사문학관 관련 이정표 보인다.
장원봉이나 소쇄원, 식영정(가사문학관 인근)쪽으로 길 뚜렷하다.
운율을 품은 노래와 특정 시공간을 통해 전개되는 풍류 서사를 결합한 가사는 조선조 선비들 취향에 썩 걸맞는 문학장르였던 듯하다.
사적 일상의 관념과 공적 정치의식의 미분(未分)을 특징으로 하는 유가 사대부의 윤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드러나곤 했다.
풍류 현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풍경엔 서사가 없지만 풍류나 기행은 서사가 되었으니, 풍광을 노래하는 구비구비 절창들을 통해 그들은 유교 이념과 정치의식을 은미하면서도 함축적으로 담아냈다.
그러한 관점과 태도는 사대부 지성들의 사교장이자 풍류터인 정자를 짓는 데에도 반영되었다.
여기 담양은 면앙정 송순과 송강 정철 등 가사문학 대가들이 일구어놓은 정자 문화가 가장 활짝 꽃핀 곳이다.
그 정자들 자리한 뒷산 줄기따라 등로 이어진다. 일종의 문학기행 코스라 할만하다. 멋드러진 숲길 아니지만 쉼없이 오르내리며 가는 육산릉,
가 본지 무척이나 오래되었지만 여태도 기억 선명한 장면들 몇몇 길위에 겹쳐진다.
들머리 대숲길과 정자 앞을 흐르던 계곡 그윽한 소쇄원이나 연못가 백일홍 붉게 피던 식영정...
소쇄원 갈림길엔 시 한수 적어놓았다.
최고봉 오르기 전 잠시 숨이나 고르고 가시란 뜻이겠다.
높이에 관계없이 최고봉, 여태 산 다니며 이런 이름은 첨 본다.
대구 앞산처럼 일반명을 고유명화해버렸다.
허나 그 이름에 걸맞는 볼품 아니다. 조망도 없고 별 특징도 없다.
고만고만 높낮이로 쉼없이 오르내리며 간다.
사계절 모습 헤아리지 못한 첫눈에 단정하긴 뭣하지만, 별로 인상적이지 못한 평범한 야산릉 숲길이다. 조망포인트도 없다.
문학기행 코스로 인기 있으려면 산길 또한 멋스러워야 할 텐데...
조망없는 삼각점봉, 유둔봉 지나면
이제 한 봉우리 남았다.
초소있는 마지막 봉우리에서 무등산 건너보다
유둔재 향해 내려서며 건너보는 옹성산과 모후산
산소에서 건너보는 담구간 산릉.
447봉과 북산으로 이어지는 줄기 연봉들이 뚜렷하다. 무등 왼쪽으로는 안양산까지.
유둔재 내려서는 대숲 임도
유둔재의 가사문학 등산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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