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도토리묵밥집 휴게소(09:50) - 448봉(악어봉 10:25) - 559봉(삼각점봉 10:52) - 이후 봉우리 7,8개 오르내림 - 대미산(13:28) - 몽선암향 안부(14:18) - 433봉 - 북능선(길없고 간벌목과 덤불) - 묘목 조림지 - 내사2리 우리슈퍼(15:05)
퍽 흥미로운 코스다.
악어봉의 충주호 조망은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문제는 나머지 구간이다. 취향 따라 좋고싫음 크게 엇갈리겠다.
전부 열댓개쯤 되는 봉우리 쉼없이 오르내린다. 악어봉 제외하곤 조망 전혀 트이지 않는다. 숲 사이로 여기저기 조금씩 빼꼼하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능선은 호젓하고 깨끗하고 향기롭다. 고목 소나무들과 이끼낀 바위, 생뚱맞게 지나간 눈발까지 보태어, 그닥 높지 않는 오륙백고도 산릉이 기묘한 환각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극심한 조망갈증에도 불구, 썩 재미난 산행이 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능선숲의 아름다움 덕분이었다.
허나 또다른 의견도 있겠다. 젖고 미끄럽고 가파른 길은 곳곳 삐죽삐죽 바위들까지 까칠하다. 자주 흐린데다 이정표나 리본조차 없으니 어디로 가야할지 헷깔리기 십상이다. 둘러봐도 사방 빽빽한 숲, 거기가 거기같은 풍경은 단조롭고 지루하니 금세 몸이 지친다.
근래, 길 있거나 말거나 무잡이로 혼자산행 버릇든 나야 오늘같은 코스 좋기만 하다. 조망 없는 대신 적막 능선 걷는 맛 일품이다.
고도에 비해 바짝 날선 줄기, 하나같이 뾰족뾰족 치올리는 품이나 좌우 가파르게 쓸어내리며 각 세우는 날등이, 맺힌 구석없이 무던하기만 한 경상도 근교산에 비해 여간 대견스럽지 않다. 깊고 울창한 숲 이루는 나무들 또한 멋스럽고 잘 생겼다. 간밤 눈비에 젖어 한결 그윽하고 신비롭다. 다만 봉우리 치올릴 때마다 지도 꺼내 현위치 확인하고 간다. 고만고만 수많은 봉우리들, 여차하면 봉봉 갈림길에서 옆길 새기 십상이겠기에.
대미산정 즈음에서 허기처럼 엄습하는 아쉬움, 전후 몇 봉우리에서 조망만 트인다면 정말 환상적인 코스 되고도 남을 텐데...
몽선암 하산 안부, 염불소리 들리고 숲 사이 빼꼼 보이는 절이 별 흥미 동하지 않는다. 절집 드는 길따라 쉬 가느니 갈수있는 데까지 산길 따르려 한 봉우리 더 오른다. 정상부에서 하산방향 잡으니, 아뿔사! 선답흔적 뚜렷하지만 간벌목과 덤불 울창하다. 멀지 않은 거리 돌아서기 싫어 내질러 간다. 첨엔 회초리같던 덤불이 나중엔 가시덤불로 변한다. 저만치 빤히 절집 가는 길 보이지만 잠시나마 개고생...
휴게소에서 건너보는 등곡산릉
그 끝자락, 장자봉과 황학산이 겹쳐 보이는 건가?
오름길이 운치롭다. 간밤 비에 젖어 더욱...
숲 분위기 예사롭지 않아, 악어봉 이후 조망 없다해도 나쁘지 않을 듯한 예감..
악어봉(직전)에서 굽어보다
악어봉 지나 솔숲 사이로 보이는 산릉들이 뾰족뾰족 날을 세우고 있다. 역쉬~~
당겨본다.
요즘은 어딜 가나 생강생강. 어떤 분은 향기롭다는 그 꽃잎 따서 내내 오물오물...
어쩌다 길옆으로 건너보는 등곡산릉
간밤에 지나간 눈발 흔적
삼각점봉(559봉) 직전봉은 우회.
이후 이런 곳은 없다. 열 몇개 봉우리 고스란히 오르내린다.
매섭게 날세운 바위조각들.
하기사 뾰죽하기로 치면 최강 매부리코 월악이 모산 아니던가?
바윗조각 하나조차 월악을 닮다니...ㅎㅎㅎ
559봉(삼각점봉)에서.
이 봉우리는 악어봉으로 불릴 자격이 없다. 악어봉이 그 이름인 이유는 순전히 악어떼 조망 때문인데, 여기선 악어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 남산 방향?
봄비 갠후 텁텁한 날씨라 워낙 뿌옇다.
내내 숲만 똑딱인다. 원경 조망은 완벽차단이다.
까칠하게 오른 다음엔 가파르게 내려서고..
흐미, 까칠한 것들... 경사도 장난 아닌데...
비교적 양반길
숲 사이로 보는, 가야할 봉우리와 588.1봉(왼쪽)
숲 사이로 지나온 봉우리 돌아보다
가야할 봉우리들
재밌는 길이다. 심심치 않다.
다시, 숲 사이로 충주호
건너보이는 대미산 자락의 맥반석 광산
월악 메부리코 엿보다. 상중하봉이다.
어느 방향일까? 찍어놓고도 모르겠네...
현호색
젤 높은 봉우리가 대미산. 문경 대미산과 이름 같다는데,
검푸른 눈썹이란 의미는 새겨지지 않는다. 어디서 보아야 그 이름에 걸맞는 모습일까?
계명지맥 대미산과 갑둥이재 사이에 있는 봉우리.
그렇다면 그 오른쪽 뒤에 있는 봉우리는 첩푸산과 박달산이겠다.
주흘일까? 했는데 아니다.
신선봉이다. 왼쪽 멀리 부봉릉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조령산과 흐릿한 희양산까지.
부봉과 조령산, 희양은 생김 때문에 대뜸 알겠는데 수차례나 오른 신선봉은 뜻밖이라 더욱 미안하고 반갑다.
맨 앞줄 대각으로 가로지르는 능선은 계명지맥 석문봉에서 대미산으로 이어지는 줄기겠다.
지나온 능선
대미산 정상 역시 조망은 없다.
오늘 걷는 능선, 몇 군데 봉우리에서 사방 조망만 확보된다면 충주호 최근경과 일대 명산릉 하늘금을 함께 누리는 정말 멋진 코스가 될 듯한데...
아쉽다.
계명지맥 갑둥이재 방향, 솔이 멋스럽다.
칼날이나 책장같이 부스러지고 있는 바위.
까막눈이나 이 지역 암질은 확실히 다르다.
가야할 산릉 산봉들. 맨 왼쪽 봉우리가 433봉.
지나쳐 보는 맥반석 광산. 맥반석이라면 계란 굽는 그 맥반석?
글구 보니, 월악산 일대 바우가 희끄무레 부서지는 게 그 좀 비슷하긴 한데, 맥반석은 아닐테고 그 기반암의 일종이려나?
감질나는 숲 사이...
뒤돌아보는 대미산. 왼쪽에서 두번째. 오른쪽 줄기는 계명지맥 방향.
하산 가까우니 길도 좋아진다. 지역민들 많이 드나든 걸까?
지나치는 봉우리들마다 호수쪽으로 알처럼 품어내리는 봉우리들 하나씩 있다.
간벌도 해 놓고서리...
몽선암 내려서기 전 맨 마지막 봉우리에서 첨으로 일방 시야 트인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대미산이다.
안부에서 보는 몽선암. 여기서 그냥 내려갔어야 했다...
허나 시간 남겠다, 절집 그리 흥미로워 보이지 않겠다, 그만 욕심이 나서리...
433봉 오르며 엿보는 내사2리 하산마을이다. 당겨본다.
좌우 가로지르는 도로 옆, 산자락 맨 왼쪽집이 하산후 버스 기다린 우리슈퍼.
여기서 굽어볼 때조차도 저 옆산 자락까지 능선따라 내쳐야지~ 싶었다. 내려서기만 하면 이후부턴 별 어려운 게 아니므로.
근데...
내려갈 길이 이 지경이다. 간벌목은 걸리적거리고 덤불은 옷을 잡아당기고...
잠시 가파른 구간에서도 우회하지 않고 바로 내려서려니 신발엔 흙마저 가득.
다 와서 사서 개고생이다.
길은 엉망이지만 흐미야, 그래도 꽃은 반갑다.
오른쪽 봉우리. 오늘 코스는 아니다.
일대 산릉들, 단순하지만 산이 산답다. 암팡지게 뾰족하다.
묘목 조림지.
퇴비 시비중이었는데, 왼쪽으로 붙어 저 앞 줄기로 이을까 하다가... 덤불이 싫어 길로 내려선다.
흐미, 이렇게 걷기 좋은 길 두고 와 그 미틴 짓이었겠노?
돌아보다.
잘룩이가 몽선암향 안부, 멀쩡하니 둥근 게 괜히 올라갔다 욕만 본 433봉.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줄기들. 하나같이 봉긋봉긋하다.
봄빛 물들어가는 산자락 돌아보며 총총 하산...
내사2리 우리슈퍼(농촌 가게에 막걸리가 없다!)에서 맥주로 갈증 식히며 산악회 버스 기다린다.
일행 몇 둘러앉아 빈 속에 들이킨 맥주로 아랫배는 빵빵, 지친 몸은 헤롱해롱.
돌아오는 버스에서, 기다리던 우리 일행들 행여 하산주 굶었을까? 총무님이 대빵 막걸리 또 한통 하사하시니...
오랫만에 산행 후 해 덜 빠져 집으로 돌아오는데
흐미, 여전히 음주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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