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삼계리 천문사(08:40) - 배넘이재- 학심이골 건넘(09:30) - 북릉 - 북봉(12:30 점심) - 가지산 정상(14:05) - 서릉 - 아랫재(16:10) - 심심이골 - 학심이골 건넘(17:20) - 배넘이재 - 천문사(18:20)
(원본 : daum 지도)
언제 어디를 올라도 실망 않는 곳이 영남 알프스다.
안개 잔뜩 머금은 하늘 아래 희뿌연 원경이지만 그 또한 나름 볼맛이다.
가지 북릉 겨울은 첨이다. 활엽 주종인 영알 능선이기에 날망에 선 아름드리 고목 솔들이 유난히 두드러진다. 스산한 겨울숲 배경으로 퍽 아름답다.
오랫만에 오른 북릉 밧줄들이 사라졌다. 낡고 삭아 없어진 듯하다. 덕분에 가파른 북봉 전후 오르내림이 많이 까칠하다. 북봉 전봉우리는 빙판 바위에 쫄아 바로 내려서지 못하고 되돌아 한참 우회했다. 수월하게 다니던 기억만으로 별다른 준비 없었던 탓이지만, 우회해 와서 올려다보니 너무 겁먹었나 싶기도 하다.
허나 무릎도 자꾸 부실해져 가는데 우쨌든동 안전제일...
별다른 이유도 없이 무겁게만 느껴지던 몸, 낑낑대며 북봉 올라 잠시 휘둘러보고 내려선다. 양지바른 바위마루에서 떡국 끓여먹으며 느긋하게 쉰다.
가지산 정상부도 꽤나 포근하다. 앞서가는 이들 몇 보이는 서릉으로 향한다. 수북한 눈 쓸어가며 암릉구간 총총 다 올라 둘러본다. 원경 별로 들지 않으니, 잿빛 구렁이 한마리 길게 누운 듯한 중봉 진달래 능선이 더욱 인상적이다. 잿빛 안개 시간의 물결로 무늬져 흐르는 사계의 산길, 더불어 흔들리며 가는 몸도 느리게 느리게 간다.
조망 암릉 끝나면 흐르듯 내쳐 걷기 좋은 길, 오늘도 하산 늦어질 듯해 서릉 지능선 하나 잡아채고 내려서려다 아랫재까지 간다. 빛바랜 억새와 푸른 솔 점점 박힌 서정 능선, 천천히 돌아오는 하늘빛 조금이라도 더 음미하려 함이다.
아랫재 샘터에서 달콤한 옥수로 목 축이고 부지런히 간다. 오랫만에 보는 심심이골 겨울 풍경이 정겹고도 새롭다.
서릉에서도 그랬는데 여기서도 보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있다. 시퍼렇게 뺑기칠해 놓은 방향 표시들이다. 리본 하나 걸어놓으면 될 노릇을 저리 낯뜨건 호작질이라니...! 산꾼들 소행이라기엔 넘 무작스럽다.
오늘도 날저무는 배넘이고개 넘는다. 그래도 해 많이 길어졌다. 마빡에 불달지 않고 하산이다.
고목 뱃속에 머 볼 거 있수?
학심이골 건너며 보는 상류쪽
하류쪽. 저 운문 북릉도 올 겨울에 다시 함 올라보고 싶다
가지 북릉에서 보는 운문 북릉. 곰탱이 한마리 누운 듯...
운문 북릉을 어떻게 올라야 좋을까... 곰곰 궁리해 본다. 삼계리에서 오르면 반토막이 되고 마니, 문수선원 쪽을 들날머리 삼아야 한다.
예전엔 등심바위쪽으로 올라 길게 한바퀴 돌았으나 지금은 그리 엄두나지 않는다. 범봉 북릉이나 딱밭재로 올라서 운문북릉으로 내려서면 여유로울 듯한데, 문제는 운문사 뒤 초소 통과하기. 안 가본지 오랜 그 길, 요즘 생태길인가 먼가 생겼다는데 잠입에 도움이 될런지..?
운문북릉 끝자락
가지 북봉
북봉 전 봉우리 기어 오르며. 여기도 밧줄 하나 있었던 듯한데... 없다.
상운산쪽
대기 흐리다 해도 산은 역시 겨울산.
과잉의 열기와 푸르름 버리고 추상된 선과 면의 대비만 남겨 놓았다. 산이란 본시, 대지의 수평이 지겨워져 약동하기 시작한 빗금들의 시간임을.
겹겹 빗금들의 향연, 그 절정의 시간이 바로 겨울산임을.
북봉 오르며 돌아보다. 저 하얀 암봉을 바로 내려서지 못해 뒤돌아 우회.
북릉 지능선들
심심이골 좌우 지능선들이 눈여겨 보인다. 예쁜 솔과 전망바위 탐나는 저 두 능선도 그렇고...
저 능선들도 마찬가지다. 맨 앞 북봉 서릉은 가 보았지만, 그 뒤로 두 능선은 미답이다.
두번째 능선은 서릉 전망바위에서 굽어보는 모습이 멋스러웠고, 세번째 능선은 서릉쪽 들머리 시퍼런 뺑끼칠 땜에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둘 다 미답. 모르긴 해도 좀 우거졌을 텐데, 가게 된다면 지금 계절이되 적설 깊지 않을 때.
골짜기 굽어보며
북봉에서 건너보다.
운문북릉 독수리바위 부근쯤으로 이어질 듯한 가파른 지능선도 눈여겨 보인다.
가지산정 올려다보다
돌아보는 북봉
자꾸 돌아본다
오심골이라던가?
또다른 포인트에서
학심이 우골
상운산향 가지산 주릉
또 돌아보다
주릉. 이제 쌀바위도 보인다.
다시, 학심 우골
정상에서 돌아본 북봉
주릉
서릉
중봉쪽
어슬렁 간다
다시... 구렁이.
글구 보니 저 능선 길 벗어난 조망바위에서 엄청 굵은, 거의 도통한 듯한 몸놀림 구사하던 뱀 만난 적 있었다.
정상부 돌아보다.
잔설 희끗하니 해동철 같다. 그리 춥지 않은 날씨도 비슷하긴 하다.
역시 단연 볼만한...
조망바위 가며
북봉 돌아보다
용수골
돌아보다
가지 서릉은 영축산에서 시살등 능선과 더불어 퍽 애착가는 영알 능선의 하나다.
좀 깔끄막진 벼랑으로 이루어진 그쪽 남사면에 비해, 여기 굽어보는 남사면은 한결 부드럽고 유려한 맛이 있다. 또 그쪽 어느 가파른 단편은 설악 한 자락 잘라놓은 듯 강렬하고 기이한 느낌이지만, 여기는 비단결 안개에 감싸이면 더 신비로울 듯한 대목이 있다. 조망 흐린 날엔 여기가 더 나을 성 싶은 건 그 때문.
북봉과 정상
조오기서 조망암릉 구간 끝.
진행방향
운문. 조만간 오르게 될지 말지...
다시, 용수골
잠시 성긴 눈발 휘날리는 듯...
암릉구간 끝나고... 철지난 억새길
돌아보다
자살바위에서.
어디나 흔한 자살바위란 지명, 실제 저기서 자살한 사람이 있었을 거 같지도 않은데 왜 그 이름일까?
아마 자살이라는 죽음의 방식이 환기하는 극단적이고도 극적인 이미지 때문이겠지만, 산행 도중에 마주치는 그런 난데없는 상상은 솔직히 좀 생뚱맞은 데가 있다. 그냥 '신선대' 정도가 더 나을 성 싶다.
자살바위가 자살바위란 통속적인 이름으로 불리게 된 순간, 그 곳은 이미 죽음조차 그 이름의 통속에 사로잡아버리는 장소가 된다. 죽음의 타락이다.
하지만 죽음은 통속도 타락도 아니다. 그것은 삶의 모든 통속으로부터 가차없는 초월이며 부정이거나, 타락에 연루되는 모든 사회적 맥락을 일거에 배반하기 때문이다. 통속적이거나 타락한 자살,이란 말은 그러므로 일종의 형용모순처럼 들린다.
자살바위란 이름 또한 어쩐지 불경스럽거나 외설스럽게, 혹은 모욕적으로 들린다.
백운산릉
넘어야 할 배넘이재가 까마득...
마지막 암봉에서 보는 운문산. 괴이쩍은 날씨 탓인지 산릉의 윤곽이 좀 비현실적이다.
남명리쪽
긴긴 심심이
다시 운문.
아랫재에서
심심이골에서
학심이골 건너 되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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