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지산골프장 - 용지봉 - 진밭골 네거리 - 대덕산 - 천주교 공동묘지 - 복명초등
새해 첫날 친구부부와 함께 동네산 한 바퀴.
용지봉은 얼마 전에도 올랐지만 대덕산은 참 오랫만이다. 범물동 떠난 후 첨이니 조금은 낯설다.
아침부터 게으르던 하늘, 눈이라도 좀 뿌려주고 싶지만 귀찮아서 그만두고 말까나... 곰곰하던 하늘, 감태봉 오름길 쯤에서 반짝 생색을 낸다.
잠시나마 함박눈 펄펄 날린다. 단조로운 산길에 오히려 이채 더한다.
야산릉에서 굽어보는 대구란 도시의 풍경.
무슨 수용소 건물이나 군부대 막사들마냥 개성 없이 대충대충 비슷비슷, 참 재미없어 보인다는데 일행이 한 목소리다. 잠시 보고 있어도 금새 지루해진다.
바로 저게 우리 사는 모습의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외양일 터이니, 어저께 앞산에서 본 안개 삼킨 도회경이 그래서 더 인상적으로 와 닿았던 걸까.
한 해 가고 또다시 한 해, 계사년 뱀띠해.
신화에서 뱀은 불멸하는 짐승이다. 허물을 벗고 제 꼬리를 삼키며 거듭 난다. 하지만 그 불멸은 출구없는 윤회의 원환 속에 머문다. 불완전한 지혜의 사과로 이브를 유혹하고 스스로 구원을 등진 짐승의 운명이다.
삭막한 윤곽 드러내며 박무에 잠긴 도회를 다시금 굽어본다. 가차없는 시간 속에서 속절없이 낡고 허물어져 가는 저 우리의 현세, 못나고 비루한 모든 것들...
허나 명멸하는 안개 헤치며 비로소 최초의 아침인 양 다시 깨어나고, 누군가의 열망과 꿈으로 빛나기도 하는 세상의 운명. 영락없이 불멸의 뱀을 닮았다. 불길이 아니라 안개 속에서 뱀은 다시 태어난다. 팍팍한 현실 껴안는 안개와 더불어 도회의 꿈과 환상은 꽃피고 삶은 계속된다. 아무도 믿지 않아도 신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더 이상 분지도시의 안개를 싫어하지 않기로 한다.
앞산릉을 돌아보다
용지봉 가는 길, 너무 익숙하지만 눈이 덮여 새롭다.
그러므로 눈 또한 빛과 안개와 한 족속이다. 세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
가창 일대
용지봉
돌아보다
용지봉에서 굽어본 가창 분지
다시 돌아보다. 새해 첫날이라 사람들이 제법 많다.
대덕산 방향
감태봉 오르는 민둥 능선에서 눈발 날린다.
시지향 능선
대덕산정 지난 조망처에서 굽어보는 대구시. 범물쪽 능선에서 보는 모습보단 한결 덜 삭막하다.
오랫만에 보는 대덕산 조망이라 이리저리 몇 컷 담아본다.
대덕산
진밭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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