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묵상하는 누군가 있다. 다소곳이 윤곽 예쁘다. 애기부처같다.
노적봉에서 군서면 소재지 쪽으로 가파르게 흘러내리는 능선.
그리고 저 영암벌판, 아마도 시원스런 지평 이루며 서해 수평과 맞닿을 것인데 비닐하우스 없이 텅 비어 보기에 좋다.
돌아보다
주지봉 너머 뾰족한 문필봉. 그 왼쪽은?
우회해온 바위들 돌아보다. 멀리서 돌출한 모습 인상적이던 그 바위들이다.
노적봉과... 주지 문필, 멀리 흑석?
역광에 망가지는 건 사진일뿐 실제는 아니다.
사라지는 찰나를 응고시킴으로써 사진은 덧없는 아름다움을 사로잡거나, 의미있는 역사의 한 순간을 부각하고 오래 기억케 한다. 흩어지고 사라져가던 탄성과 비명이 메아리로 돌아오고 웅변으로 되살아나 영원할 듯 울린다.
그러나 저런 못난 사진은 끝내 기억을 왜곡한다. 실제 보았던 기억 흐려져가는 그 자리에 못난 사진 다소곳이 들어앉으면, 한정된 프레임과 흐린 윤곽만이 오래오래 머문다. 마침내 그 사진만 기억의 전부가 되어, 아~ 그랬었던가, 싶어진다. 변질되고 변색됨으로써 불멸은 남루한 영생을 얻는다.
귀여운 것들이다. 일련의 기암 중 맨끝인데 이 바위 지나면 사리봉 능선 만난다.
사리봉릉 합류하여 노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너머 보이는 구정봉, 향로봉, 그 맨 오른쪽 발봉
능선 분기점에서 건너보는 사리봉 능선.
이름 좀 특이한 몽영夢靈암지 마애불이 저 암봉 오른쪽일 듯. 물론 꼴찌 주제에 다녀올 생각은 없다.
몽영암이 바라보는 건 구정봉 아래 삼층석탑과 마애불 있던 용암사였다 한다. 남북으로 비스듬히 마주보는 두 암자, 상상컨데 꽤 그럴듯한 풍경이다.
몽영암이 바라보는 게 비단 용암사 뿐이었겠는가. 몽영이 바라보는 건 영암이라 불린 저것, 장대한 월출산이었다.
이제 알겠다. 늘 보고 있으면서도 그리는 영암산 월출, 자나깨나 월출을 꿈꾸는 절, 그래서 몽영이었던 게다.
담에 기회되면 꼭 가보고 싶다. 잠시나마 몽영 그 자리에서 저 월출을 망연히 건너보고 싶다.
그러면 그곳의 마애불은 꿈꾸는 부처인가? 꿈꾸는 부처라면 필시 미륵불일 터. 햇빛 별빛 달빛 아래서 미륵이 바라보는 영암. 저 월출산, 혹은 그 신령한 바위산이 굽어보고 지켜주는 땅.
저 바위무리 중 어디쯤일 것이다. 몽영암 마애불 새겨진 곳은.
흔히 마애불을 새기는 것은 바위에 숨은 부처를 드러내는 노릇이라 한다. 그러나 월출산 곳곳엔 굳이 새겨 드러내지 않아도 수많은 바위부처가 있다.
불가에서 절은 하심下心이라 하니, 아득히 내려놓는 그 마음으로 월출의 바위를 돌아보면 곳곳 기암들이 부처로 화신하지 않을까...
실제로 부처 새기는 노릇을 상상해 본다. 참으로 고귀한 노동일망정, 산 쩌렁쩌렁 울리며 정소리 요란한 그 풍경이 지금에사 썩 달갑지만은 않다.
다시금 돌아본다...
언젠가 저 사리봉 능선 거쳐 노적봉릉 걸을 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 해도 아마 오늘같은 감흥은 없을 터.
최초의 인상, 모든 사건은 그 자체로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조금 당겨보는 월출산 북능선들. 앞쪽은 구정봉에서 내리는 능선, 뒷쪽은 천황봉에서 내리는 산성대 능선
전방 암봉에 사람들 보인다. 당겨본다.
암봉 오르는 잠깐 동안 안개 밀려온다
지척의 노적봉 위에도 사람들 보인다.
돌아본 암봉
노적봉에서 돌아보다
진행방향. 특이한 암릉 보여 당겨본다.
상처럼 포개진 넙적바위가 인상적이다.
노적봉에서 도갑사 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 뚜렷하다.
도갑산 월각산 별매 가학 흑석산릉. 땅끝지맥이기도 하다.
맨 오른쪽 뾰족봉은 흑석산릉 가래재 지나 치솟는 두억봉이렷다.
지나온 길 다시 돌아보다
진행방향 암릉 다시 당겨보고...
돌아본 노적봉
앞서가던 대전팀들, 그 바위에서 끝없이 서로의 사진을 찍고 있다.
이번 산행에서 본 흥미로운 점 하나. 우리 대구팀과 저 대전팀들, 산행 스타일이 참 다르다. 저들은 정말 여유롭게 산행을 한다. 우리보다 한참 앞서 있었는데, 기웃거릴만한 곳 한 군데도 빼 놓지 않고 다 살피며 간다. 안내자인 듯한 분이 제발 좀 서두르라 보채는데도 여기저기 다 오르고 살피고 찍고 놀며 간다. 해찰 전문에 꼴찌인 우리와 보조 비슷하다가 저 부근에서 기어코 우리 뒤로 처진다.
반면 우리 팀은 대전팀과 걷는 속도 비슷하지만,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조망봉들 우회하며 건너뛰고 길 옆 조망처도 지나쳐 간다. 멀 보며 가는진 모르지만, 가긴 자~알 간다.
농담삼아 경상도와 충청도, 지역에 따른 스타일 차이를 보았다 할만한데, 내 취향은 경상도 베이스에 충청팀 모드로 살짝 기울어진다.
저기서 어지간히 오래들 노신다. 여태 구간에 비해 조망이나 경관 특별히 좋다 싶은 곳 아니라서 좀 납득 안 되긴 했다.
위 사진 바위에서 보는 월출산릉. 부챗살처럼 흘러내리는 구정봉 지능선 갈래들도 참 대단하다.
우회하여 지나와 돌아보다
견성암 하산 삼거리에서 아쉽게 바라보다.
진행방향으로, 안부까지 두어 봉우리 더 남았다. 저기까지는 가야하는 긴데... 넉넉 한시간이믄 될 텐데...
워낙 짧은 코스 선호하는 경로산악회 동행이다 보니... 쩝~~
하산릉 접어들어 돌아보는 구정봉
돌아보는 노적봉. 가장 높은 암봉이다.
잘 생긴 암봉.
보는 맛 좋지만 막상 올라도 특별한 조망 없을 듯하고, 사람들 워낙 많아 기운 빼지 않기로 한다.
포즈들이 재미있다.
견성암見性庵.
견성은 깨달음을 얻는 것이고 부처를 보는 것이다. 자신에게서 부처를 보고 세상에서 부처를 보는 것이다.
이름답게 견성암 앞에도 부처요 뒤에도 부처다(아래 당겨본 사진).
오늘 코스 산행 기록 찾다보니, 저 견성암 주변 바위들에 벼락 자주 친단 스님 말씀 보인다. 부처바위에 벼락 치면 그 바위는 무엇일까?
사물의 모든 이름들, 어떻게 보이느냐에 달렸다면 벼락을 본 그 바위는 이제 무엇이라 해야 할까?
벼락치는 밤, 고절한 암자의 외로움. 혹은 그 외로움과의 외로운 싸움을 생각해 본다...
남도답게 동백숲도 지나고...
잘 자란 왕대나무숲도 지나서...
물 맑은 계곡에서 세수하고 발 담그고...
어영부영 내려오니 해가 아직 중천이다. 헐~
늘 해빠질 때까지 산행하던 근래에 드물게 이른 하산이다. 천황봉 팀 오래 기다려야 할 듯하여, 하산주 간단히 한잔 하려는데...
일대 상가들이 모두 철거되어 버렸다. 유일한 먹을 곳이라곤 산장호텔 식당.
독점이라 그런지 음식이 엉망이다. 파전 하나 주문했더니 설익은 데다 밀가루가 파보다 많은 파떡이다.
파전보다 덜 나쁜 김치 안주삼아 소주 한잔 털어넣고 예상보다 일찍 출발하는 차에 올라 내내 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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