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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전라 충청권

월출산 노적봉릉 121202

by 숲길로 2012. 12. 3.

코스 : 호동마을(10:35) - 사리봉 갈림길(12:40) - 노적봉(13:15) - 점심 - 견성암향 갈림길(13:55) - 도갑사 주차장(15:10)

 

 

 들머리 참고 : 호동마을에서 기찬묏길 접어들어 남쪽으로 잠시 가면 정자 보인다. 그 직전에 들머리 있다.

 

딱히 궁금했던 건 아니었다. 근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던 터다.

남도 영암 먼 길, 도중 지리산 휴게소에선 펄펄 눈발 날렸다. 암릉산행 걱정이 나선다. 여의치 않으면 도갑산 한바퀴 돌까 싶기도 했다. 눈은 비가 되더니 광주 쯤에서 잦아들고 어렴풋 햇살 비친다.

눈비 겪은 마음은 전화위복이었다. 새벽도 아닌 백주에 월출산 오르며 운해를 본다. 월출 사계를 보았지만 운해는 첨이다.

 

호동에서 오르는 노적봉릉, 사리봉 쪽보다 좀 더 까칠하다는데 과연 그런갑다. 바위 표면 이끼는 물기 먹어 미끄럽고, 몇 군데 바윗길 꽤 조심스런 곳도 있다. 산악회에서 준비한 밧줄 의지해 간다. 요즘 들어 부쩍 바윗길이 겁난다. 무릎뼈도 닳았는지 팍팍 디디며 오르내리기도 버겁다. 예전 같으면 저런 코스 일찌감치 예약해두고 조바심쳤을 텐데 전날까지도 시큰둥했다.

허나 이태쯤 거른 월출산, 시설물 전혀 없는 바윗길 오르내리는 재미 쏠쏠하고, 구름까지 가세하여 연출하는 전후사방 기암릉 눈맛이 대단하다. 사리봉릉 분기점 지나서부터 동으로 시야 활짝 열리며 펼쳐지는 북사면 모습, 절세 미모 월출의 뒷태라 할 만한 정경도 장관이다. 영암읍 향해 줄줄 흘러내리는 능선들, 다 밟아보고 싶을만치 탐스럽고 장하다.

노적봉 지나면 위험한 곳 없고, 초악산 칼날릉 닮은 암릉도 우회하며 기웃거린다. 식후 부른 배 가라앉으려면 두어 봉우리는 더 오르내려야 할 듯한데 금새 하산길이다. 암릉 코스 꽤 잼났지만 너무 짧은 게 흠이다. 맘 같아선 조금 더 내쳐가다 발봉 치오르기 전 안부에서 도갑사 쪽으로 내려섰으면 싶다. 그래봤자 넉넉 한시간도 더 걸리지 않을 듯.

하산길에 지나치는 (상)견성암. 청화스님 수도처로 알려진 곳이라 일별하고 싶었지만, 심심산중 적막암자 한점 망설임 없이 떼지어 몰려들어 제각기 우왕좌왕하는 산객들의 행태가 염치없고 못마땅해 보인다. 그냥 하산한다.

부드러운 하산길, 예쁜 대숲 지나면 미왕재에서 오는 도갑사길 만나고 물소리 들린다.

 

월출산 둘레길이라는 기찬 묏길. 다산 유배길이기도 했다는데, 정자 보이는 이 지점이 들머리다.

 

잠시 오르면 나타나는 첫 전망바위에서 호동마을 돌아보다

 

 노적봉 암릉도 암릉이지만 오늘의 진경은 저것.

 

 

 위로 솟는 산들, 대개 구름 아래 놓이지만 지금은 구름의 윗쪽. 고요히 금 그으며 하늘에 닿는다.

 발치에 잠든 물을 깨우지 않으려는 듯.

 

저것은 자주 하늘과 어울리는 흰 대기입자 구름이지만 그 본성은 물이다.

그 오랜 본성에 다다라 깊이 가라앉으며 마을을 감싸고 벌판을 덮는다. 서해 먼 수평을 들과 산으로 끌고 와 가로놓는다.   

 

 주발을 엎어놓은 듯한 바위, 사리봉이라 부르지만 월출산 어느 봉우리도 불교식 이름 아니니, 행여 시리봉(시루봉)을 잘못 적은 탓이 아닐까 싶다.

 혹은 끝없는 두드림을 부르는 북인 바위. 거대한 북, 월출산. 두드리고 또 두드리면 월출은 떠오를까, 둥글고 흰 달로 떠오를까...?

 

 저만치 앞에 발빠른 선두그룹일까 했는데, 다른 일행이다. 당겨본다.

 

 밧줄 치고 바위 오르고 있다.

 

빛에 홀리는 안개, 빛없는 밤에야 제 본성대로 고요했지만 비 그친 대낮엔 바야흐로 범람이다.

무등이 기다리는 북으로 흘러간다.

 

빛에 홀리기는 우리도 매한가지.

이제 안개는 물이 아니라 범람하는 빛이다. 갇히거나 사로잡힌 걸음들...

  

 은적산쪽으로 안개 밀려간다. 벌판 휩쓸며 간다. 

 당겨본다.

 

 다시, 주지봉쪽

 

 시리봉인지 사리봉인지... 휘감아 오른다.

 

 

 

한 봉우리 내려서면 또다른 봉우리 기다린다

 

 지나온 봉 돌아본다. 어지간히 뾰족하다.

 정상 왼쪽 바위사면으로 조심스레 내려서 왔다.

 

 

 자꾸 눈길 가는 쪽

 

 곳곳 대포같은 바위들 포신 치켜들고 있다. 넘 호전적이고 유치한 상상력인가...

 일행 중 어떤이는 밤능선에 선 늑대 같다 했다. 그래서 월출은 또 달을 부르는 겐가.

 

노익장!

일흔 지난 지 오래, 팔순 바라보는 연세에도 저리 열정이시다. 아름답다. 

 

안개도 바위북을 두드리는 걸까? 안개가 두드려 열고 싶은 것은 무엇이려나?

아마도 빛과 바람만이 다다를 수 있는 어떤 경지, 우리가 풍경이라 이르는...  

 

저기 모델을 세워 놓아야 하는데... 바위 두개 서로 기대어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허전한 자리다.

 

나만 자꾸 처진다. 짱이 여유로운 자세로 서 있다. 당겨본다.

 

 나도 그 자리에서 돌아본다

 

 

 

 

 하늘빛 돌아오고...

 

조금 가다 돌아보고 또 돌아보니...

문득 모든 것 아득해진다. 캄캄하다고 해야 하나, 환하다고 해야 하나. 안개의 원근법이다.

 

 저 능선도 함 올라보고 싶다. 내내 월출산 북쪽 전경 보며 가겠고, 이쪽을 건너보는 맛도 좋겠다.

 

 영원히 기다리듯 선 바위들, 가는 산객들...

 

 

 진행방향. 손가락같은 바위가 잼있다.

 날카롭게 솟은 바위들이 눈길 끌고, 멀리 노적봉도 보인다. 맨 뒷줄 둥근 봉우리.

 

또 한 봉우리 올라 지나온 능선 돌아보다. 봉봉 암봉들.. 

 

바로 앞  저 암릉은 우회다.

 

 건너 사리봉 능선. 그 너머는?

 

 

 삐죽한 바위들 왼쪽이 사리봉릉과 만나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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