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완주 구이면 모악주차장(11:30) - 전주김씨 시조묘(11:50) - 남봉(13:00) - 매봉(14:05) - 헬기장(14:15) - 점심 - 김제 금산사 주차장(16:05)
수년전 겨울에 다녀왔지만 뜻모를 미진함 남아 제대로 된 설경 궁금하던 산, 조망까지 더하여 두 마리 토끼를 노렸다.
거창 지나 함양, 진안에 이르는 동안 차창 너머 명멸하는 가없이 비현실적인 산빛, 젊은 시절 읽었던 소설 귀절마저 떠오른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 펼쳐졌다...'
눈 그치고 천천히 개이는 하늘. 최고의 설경 산행 기대가 부푼다. 마냥 흰 빛의 벽같은 노령산맥 넘는다.
문득 하늘 캄캄해진다. 전주 벌판엔 아득히 눈발 날린다.
들머리부터 눈맞고 간다. 과욕 접는다. 어서 눈이나 그쳐 주었으면....
모악母岳인가 무악毋岳인가,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산은 사라지고 겹겹 환각만 남았다. 쫓겨 달리듯 둥둥 떠간다. 시린 안개 피워놓고 떠도는 눈발의 지척 천리...
참 오랜만에 눈 맞으며 산길 걷는다. 이름만큼 큰 산 아님에도 남으로 뻗은 먼 길, 따스한 햇살 한 줌 진종일 그리운데 바람피해 점심먹을 곳조차 찾지 못해 끝까지 종종걸음이다. 정상에서 매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별 기복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며 곳곳 조망 참 좋겠는데 매몰찬 눈보라가 아쉽다.
아마 다시 오긴 어려운 길일 듯...
들머리, 눈날리는 날씨임에도 사람들 많다. 대도시 근교산 주말답다.
발길 뚜렷한 전주 김씨 시조묘 방향으로 접어든다.
죽은 솔가지가 다시 꽃을 피웠다. 이래서 겨울이 좋은 게다.
눈발 날리는 전주 김씨 시조묘.
김일성 선조 거라는 이 묘가 보고 싶어 들머리부터 능선산행 유혹 뿌리치고 붐비는 길 따라 잠시 걸었다.
부부 합장이며, 고려조 최고벼슬 등의 기록이 보인다.
심심풀이 삼아 자료 찾아보았다(조금 교정)
시조 김태서(台瑞, ?~1257). 신라 경순왕(敬順王) 넷째 아들 김은열(殷說)의 8세손이다. 김태서는 1254년(고려 고종 41) 몽고 침입 때 경주에서 분관하여 전주를 본관으로 했다. 그 후 여러 벼슬을 역임하였으며 완산군(현 전주)에 봉해졌기 때문에 후손들이 본관을 전주로 하였다… 운운
그런데 세종실록지리지 전주부 조에 나오는 토성(土姓-토박이성)에 전주 김씨가 보이지 않는다. 이때(조선 초) 고향 전주에는 그 세가 미미해졌던 게 아닐까?
통계청 자료 보니 전주 김씨는 2000년 현재 57,979명으로 전국 122위다. 참고로 1위는 김해 김씨(金海)4,124,934명, 2위 밀양 박씨(密陽)-3,031,478명, 3위 전주 이씨(全州) 2,609,890명, 4위 경주 김씨(慶州金氏)1,736,798명, 5위 경주 이씨(慶州) 1,424,866명이다.
전주 김씨의 집성촌-세거지는 함북 명천군 아간면, 평북 후창군 후창면, 평남 평양시 일원, 함남 흥남시 일원, 평북 초산군 일원으로 나와 있으니 김일성이 전주 김씨일 개연성은 충분하다 하겠다. 2000년 언론사 사장단 방북 시(時) 김정일이 자기 시조묘 즉 전주 김씨 시조묘를 방문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하여 한동안 화제가 된 일이 있다. 또 유명한 풍수였던 고(故) 손석우 씨가 6.25 때 김일성이 자기 시조묘가 있는 전주를 폭격하지 말라 하여 실제 전주에 폭격이 없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전주 김씨 시조묘는 오래 동안 실기(失基) 했다가 최근, 그러니까 70년대 초반에야 찾아냈던 모양이다. 시조묘를 찾기 위해 족보를 해독하던 중 '귀이(龜耳)의 안앙(安昻)에 있다' 는 구절이 있는데, 귀이는 구이(九耳)의 옛이름이고, 안앙은 모악산 입구 일대라 그 부근을 뒤지다 찾았다고 한다. 시조 김태서는 1257년 사망했으므로 700 여 년 뒤에 찾은 셈이다. 따라서 그 진위여부에 대한 뒷말이 없을 수가 없는데, 어쨌든 전주 김씨 문중에서는 시조묘로 확신하는 듯하다.
김일성은 생전에 자신의 본관이 전주고, 회고록에도 ‘우리 가문은 김계상 할아버지 대에 살 길을 찾아 전라북도 전주에서 북으로 들어왔다. 만경대에 뿌리를 내린 것은 증조할아버지(김응우) 대부터였다’ 라고 적었다. 따라서 김일성이 자기 혈통을 전주 김씨로 인식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김일성 집안은 전주 김씨 족보에 나오지 않는데, 현재 전주 김씨 대동보가 없는데다 파별로 만든 족보에도 김일성과 선대가 살았던 평남 대동군 일대가 누락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주 김씨 종친회 쪽에서는 '1915년 한 차례 대동보가 만들어진 적이 있으나 6·25전쟁을 치르면서 모두 없어졌다'면서 '본인(김정일)이 전주 김씨라는 것을 증명할 만한 확고한 근거, 이를 테면 제적등본이나 족보 등을 제시하면 종친으로 예우할 수 있다'고 했다 한다.
[글/구룡초부]
근데...
이 묘 이후부턴 눈길에 족적이 없다. 적설은 발목까지 빠지는 정도다. 그냥 치올라간다.
좀 가파르다. 숨 고르며 돌아보니...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 산길, 원근 사라진 숲엔 소리없이 눈발만 날린다.
잠시 후 주차장에서부터 이어지는 능선 만나니 발길 뚜렷하다.
명멸하는 눈발에 따라 한치 앞 산빛도 사라졌다 나타났다 한다.
조망 좋을만한 곳이지만...
조망 좋은 헬기장, 남봉.
예전에 여기서 점심 먹었던 거 같은데...
이제부턴 바람 찬 꽃길이다.
서북향 능선이라 맞바람 맞고 간다.
정상부 시설물 때문에 길은 철조망에 갇혀 있다. 조망 볼 일 없으니 정상은 미련없이 우회.
바람 피해 한겨울 눈산행 채비 다시 차리고...
정상 북쪽 조망처에 잠시 가 보지만 완전 깜깜 안개 속. 되돌아와 매봉 쪽으로 내친다.
거침없이 몰아치는 눈보라에 볼따구니도 얼얼하고 정신마저 혼미해질 지경. 산악회 하산 예정인 북봉 갈림길 아래, 바람 피하여 일행들 몇몇 넋나간 표정으로 재무장하고 있다. 조망없는 매봉 능선이겠지만 일찍 하산한들 달리 뭐하랴, 망설임 없이 맞바람 치고 올라선다.
매봉 가는 길, 싱싱하게 피어나는 눈꽃이 장관이다.
스스로 쌓아놓은 눈처마 에이는 칼바람이 차고 모질다...
얇은 바람막이 대신 오버자켓 갈아입는다. 젖은 손수건 깡깡 얼어붙었지만, 그리 높은 산 아니니 극단적인 추위는 아니다.
카메라 조작을 위해 얇은 장갑은 그냥 끼고 간다. 길 좋으니 호주머니 양 손 찌르고서리...
시절 좋을 땐 여유로운 산책로일 텐데, 눈바람 몰아치는 지금은 은근히 그로테스크하기도 하다.
조망 시원한 곳이겠는데...
매봉은 조망 없다. 너머에 잠시면 다녀올만한 암릉 있지만 오늘은 아니다.
금산사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 접어들자 하늘쪽이 좀 환해지나 싶더니...
워매, 햇살이 다 난다.
헬기장에서 돌아보다
내쳐 가는 하산길. 눈보라와 바람 잦아드니 배도 슬슬 고파지고...
'금산사 3k' 자락길 나뉘는 지점. 시간 여유로워 절 구경 좀 하려고 금산사 향으로 접어든다. 근데 길은 반대방향으로 게속 간다.
절구경 포기하고 적당한 곳에서 점심 먹고 되돌아온다.
솔숲길, 길은 녹아 질척인다.
정상쪽으로 조망도 트이고...
이어지는 솔숲 산책로
장근재와 배재 쪽 능선
당겨본 금산사
주차장이 머잖은 듯..
하산하니 바로 금산사 주차장.
포장도로 전혀 걷지 않았으니, 대도시 근교산 하산로로는 아주 멋진 코스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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