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노량공원(10:45) - 구두산(11:30) - 이른 점심 - 용강고개(12:30) - 금음산(13:30) - 전망대 왕복 - 대국산성(14:25) - 안부로 돌아와서 - 포장길 따라 - 남치 저수지(15:15)
높이 올라 굽어보는 남해섬 봄빛이 눈물겹도록 곱다. 연두의 풍문 퍼뜨리며 낮은 하늘로 떠도는 빛의 미립들.
시절을 아는 나무들 저마다 분주하고 소란하다. 한 몸에 돋은 서로 다른 가지들도 시시각각 맛맛의 봄바람 삼켰다 뱉으니, 연두의 물길 품은 실핏줄들 돌이킬 수 없는 홍조로 번진다. 낡은 가지와 묵은 줄기 감추고 뿌리 더 깊이 묻고, 오로지 새롭고 여린 것들만 골라 높이 치켜드는 힘은 오랜 집 한 채 거뜬히 띄워 올린다. 하염없이 가배얍다. 동네방네 집집마다 내거는 은은한 빛의 만장. 붉은 듯 누른 듯 형언할 수 없는 빛깔이 온 산 허공을 흥건하게 물들이니, 사철 분별없이 늘푸른 솔은 짐짓 허세로 고고하다.
굽어보는 저수지 물빛 먼 하늘 한쪽 잘라온 듯 깊고 고요한데, 푸른 그늘 속으로 들었다 나며 올망졸망 산길 가는 몸들. 꽃잎과 꽃잎 사이 아직은 저만치 멀다하니, 오는 계절 길목마다 찾아다니며 지키려는 탕진의 무량세월.
봄은 꿈꾼다. 신기루처럼 홀연 떠올라 거대한 분류奔流로 휘몰아치는 연두의 강...
맘먹고 있던 코스 갑자기 증발해버려 별 기대 없이 남해 봄빛이나 보려 따라나섰는데, 시절 때문일까 예상보다 썩 좋은 코스다. 하늘 깊고 그윽한 구두산 편백숲, 꽃비린내 물씬하던 대국산 오리목 숲, 곳곳 눈시리고 속시원한 일품 조망대들.
다만 포장임도 구간 너무 많아 내처 걷는 맛 적잖이 해치는 게 흠이다. 생각 같아선, 노량공원보담 녹두산 어느 한 자락 들머리 삼아 덕산재 넘어 금음산릉 잇고 대국산에서 능선따라 직진하여 고현면 소재지로 하산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성 싶다.
노량공원에서 건너본 하동 금오산과 연대봉
여기 남해대교 부근은 아직 조용하다. 벚꽃 피면 비로소 제철인데 올해는 좀 늦을 성 싶다. 빨라도 열흘.
예전에 이름 알았던 녀석이지 싶은데... 쨌거나 반갑다야~
노량공원에서 포장길 한참 가야 산길 접어드니, 좀 마땅찮은 들머리인 셈.
오늘은 가급적 여유롭게 간다. 너, 개불알풀이지?
자세 낮추고 똑딱이 모드 바꿔가며 이쁜이들과 눈맞춰 본다.
돌아보다
산길 접어들어 잠시만 가면 편백숲.
숲향에 취해 은근히 기분 좋아진다. 남도 꽃놀이 미어터지는 휴일, 여긴 조용하기까지 하니....
길지 않은 구두산 편백숲 구간 지나면 용강고개 향해 가파르게 내리꽂힌다.
많지 않은 일행이나 메마른 산길에 먼지 폭폭하다. 뒤처져 조용히 가려 일찌감치 점심상 편다. 덤불숲 사이 바다 건너보이는 양지바른 산소 옆.
둘러보니 동백도 두 그루 있다.
밥 먹으며 심심풀이 똑딱
배 아직 별로 고프지 않은 터라 딴청이 많다. 인기척에 돌아보니...
연두 눈부신 너머로 후미 일행 지나간다.
용강에서.
마늘, 시금치 보리의 푸르름... 저 초록이 남해의 힘이렷다.
오늘 가장 많이보는 광대나물.
똑딱이 들고 평소 경험 없는 접사해 볼려니 숨찬 몸에 어지간히 손떨리네~~ 끙!
용강고개 지난 보리밭에서
돌아보다
광양제철 연기 무럭무럭...
가파르게 치올라 422봉 직전 전망대에서
남양리 쪽. 사천만 건너 와룡산이 흐릿하다.
광양만과 하동 금오산릉
한동안 전망 좋고 봄빛 좋다
산빛 고와 자꾸 돌아본다
예전에 금오산은 산악회 동행으로 짧게 돌고 말았지만, 연대봉 거쳐 남해대교 굽어보며 능선 끝까지 내친다면 훨 좋은 코스가 될 성 싶다.
하산할 남치 저수지 둘레로 대국산, 호구 송등산릉, 망운산릉...
당겨본 모습. 우리 기다리는 버스도 보인다.
조망 좋은 능선이라 자주 길 벗어나 기웃...
진달래철이면 더 좋을까...?
이후 금음산 지나서까지 문항리(동쪽)쪽 조망 시원한 곳은 없다.
여유롭게 가며 해묵은 찔레 열매도 똑딱.
능선에서 당겨본 대국산성. 뒤로 호구 송등산릉
다시, 남치리 당겨보고...
생강나무꽃 만발이다
모드 바꿔, 부들부들 끙~
전망대에서 굽어보는 문항리 쪽
답답한 금음산에서 동쪽 조망 애석했는데... 주등로에서 200m 거리에 전구간 최고 조망 포인트가 있다.
건너 와룡산, 오른쪽은 창선 대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인데 율도고개 잘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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