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옥련사 주차장(11:55) - 능선에서 점심 - 만덕산 정상(13:50) - 다산초당과 백련사 삼거리(14:30) - 다산 유물 전시관 주차장(15:20)
또다시 남도로 문향(聞香) 간다.
길은 멀고 아득한데 마음은 편칠 않다. 이웃나라 일본 엄습한 재앙 수준의 지진과 쓰나미 소식.
초여름 방불케 하는 더운 날씨, 가파른 초입 치올리며 올들어 첨으로 팔다리 둥둥 걷고 걷는다. 첫 꼭지에서 돌아본다. 여느 봄과 다름없는 강진만 물빛, 영화의 한 장면같던 그 모습이 오버랩한다. 삶과 문명의 이름으로 피땀흘려 지어올린 모든 것들을 일거에 휩쓸며 내달리던 거대한 죽음의 물결... 아름답도록 섬뜩한, 자연이란 이름의 순수한 폭력. 우리 그토록 완강히 믿고 기대어 온 허망한 실제 혹은 견고한 헛것들.
제법 붐비는 능선길, 밧줄 잡고 오르는 구간 정체가 싫어 일찌감치 점심 먹으며 뒤로 처진다.
빵쪼가리 우적이며 둘러본다. 주작 덕룡과 같은 과지만 그보다 한결 단조롭고 삭막한 산세다. 굽어보는 들판의 초록 아니었다면, 진달래조차 없는 지금 봄 소식 더듬어 오를 산은 아니라 하겠다. 내처 걷는 맛 역시 몇 년전 올랐던(060326 참고) 석문 방향 능선보다 못한 느낌.
하지만 정상부 전후는 원근산릉 돌아보는 눈맛이 제법이다. 덕룡 주작 거쳐 두륜산까지 일렬로 뻗는 능선과 유난히 눈부신 들머리 돋보이는 별매산릉과 월각 월출산릉 등... 강진만 건너 의젓하고 둥근 천관 또한 인상적이다.
지나온 능선 비껴 돌아보는 모습이 좋을듯한 포인트 있지만 곳곳 자리잡고 눌러 앉았으니 사진 한장 찍을 틈도 마땅치 않다. 남도의 휴일 봄날답다.
백련사 뒤로 뻗은 지능선 따르는 길, 호젓하고 운치있는데 특히 대숲 구간이 일품이다. 백련사에서 다산 초당 넘어가는 고개 만나니 백련사 200m 표지. 포기하고 있었던 백련사였으나 멀지 않으니 동백숲만 다녀온다. 꽃은 아직 이르다. 더러 피긴 했어도 캄캄한 숲바닥 피빛으로 물들이는 정경은 3월말께라야 가능하겠다.
다산초당으로 이어지는 길은 많이 변했다. 오가는 사람 바뀌어도 길은 옛길 그대로 두면 좋으련만, 보호를 빙자한 시설물 늘어나고 실없이 눈길 뺏는 표지들 잡다해졌다. 길은 사라지고 학습장만 늘어나는 꼴이니, 느끼게 하기보담 가르치고 싶어 안달난 발상들... 머릿속에 우겨넣는 공부를 최고로 치는 이 나라 교육의 폐해가, 그냥 아름다운 것으로 족할 길과 산천마저 망치고 있는 게 아닐까?
일행 기다리며 마신 병영막걸리와 소주 몇 잔, 땀께나 흘린 빈 속부터 나른해진다. 갈 땐 그토록 멀게 느껴지던 남도 수백리, 올 때는 비몽사몽... 문득 눈뜨니 한순배 봄잠 끝에 걸린 꿈인양 묘연하다.
성질 급한 진달래, 올 첫 대면이니 어쨌거나 반갑다야~
여느 봄과 다름없는 물빛의 강진만 건너.
가운데 부용산과 오른쪽 희끗한 천관산.
돌아보는 첫 봉우리
채석 위해 암릉 잘라낸 단면.
채석장 절개지가 칠팔부 능선 위까지 올라온 경우는 본 적 없는데, 이건 능선을 꼭지부터 그냥 잘라버렸다. 좀 심하다. 저리 날카롭게 산릉 베어내는 인심 또한 그만큼 가파를 터이니 시선에 와닿는 저 예각은 안쓰러움을 넘어 통증에 가깝다. 보는 이 걸음 더욱 무겁게 한다.
전방 능선. 단조롭지만 몇 봉우리 겹쳐진 모습이다.
오른쪽 멀리 두륜산릉 보인다.
조망바위에 선 일행들. 잠시 후 저기 한 구석 차지하고 앉아 점심.
점심 먹으며 돌아본 모습
강진읍 뒤로 보은산. 오른쪽으로 오봉, 비파, 화방산 등등.
하늘금 워낙 아름다워 기대했던 수인산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나온 봉우리 왼쪽 멀리 월출 월각 별매 등등.
가파르게 내려서는 구간에도 사람들 보이고
진행방향. 암릉 옆으로 길인데 밧줄 매여 정체되는 곳이다.
또 돌아보다
정상부
정상 부근에서
바람재향 능선. 산 너머 산, 멀리 두륜까지.
바람재에서 저 봉우리 올려보는 모습이 썩 괜찮았던 기억.
왼쪽이 정상인데 엄청 붐빈다
그래서 여기서 충분히 조망 즐기고 진행
정상 내려서며
능선에서 굽어본 백련사. 슬쩍 당겨보다.
초당 방향 갈림길 지나, 지능선 분기봉에서 돌아본 만덕산릉
다시 되돌아와 다산초당 가는 길로 접어든다. 잠시 가파르지만 금새 부드러워진다. 호젓하기도 하다.
운치있는 대숲에서
백련사 들며 건너보는 천관산
동백숲에서.
내 기억 속의 저 숲은 늘 바닥이 피빛으로 붉게 물들어 있다.
비록 때이르지만 동백숲엔 출사 나온 찍사 무리들 더러 보인다.
똑딱이나마 꽃핀 동백 하나 찍어볼까 싶어 기웃거리는데, 저만치서 어떤 분 삼각대 놓고 디따 큰 카메라 들이대고 있다. 그가 간 후 다가가보니 과연 꽃 상태가 썩 깨끗하고 좋다. 근데 머 좀 이상하다?? 이 쨍쨍 메마른 봄날, 꽃이 비라도 맞은 듯 이슬 담뿍 머금고 있다. 이런 지길, 별 미틴 X ~~
역겨운 기분 들어 그만 돌아선다. 소위 전문 찍사란 자들은 그럴듯한 사진 한장 건지려 저런 낯간지런 연출도 서슴치 않는 모양이다.
백련사 돌아나오며 다시 차밭 건너 천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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