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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전라 충청권

써레봉 2

by 숲길로 2011. 3. 5.

 

선녀남봉에서 보는 써레봉

 

가야할 능선, 그리운 너머... 

조망제일이라는 태평봉수대는 단연 두드러진다. 독립봉처럼 고고한데 자세히 보면 봉수대 석축이 젖꼭지처럼 뾰죽하게 드러난다.

 

 

선녀봉 향 옆 봉우리에서 건너본 써레봉

  

천등 대둔산

 

남으로 가며 돌아본 써레봉릉. 당겨본다. 

 

써레봉에서 칠백이고지까지, 막바지 가파른 오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걷기 수월하다. 인적 지워진 엷게 눈 덮인 능선, 짐승 발길 따라 흐르듯 간다.

중반 정도까진 서남향으로 전망 트이는 곳 몇 군데 있으나 후반부는 좀 답답하다. 선녀봉의 돌아보는 모습 시원히 트이는 곳 있을까 기대했으나 없다.

신흥계곡으로는 지능선과 큰 골마다 길 뚜렷하고, 대활골 쪽으로도 두어군데 길 보인다.  

 

저 암릉, 칠백이 고지 직전에서 뻗어나와 대활골을 나누는 능선 끝부분이다.

 

걷고 있는 능선의 동쪽 저 계곡은 천등산 남쪽 깊이 파고드는 장선천 상류인데, 대궁이니 대활골이니 하는 이름들 유래가 궁금하다. 실제의 활과 관련된 유래인지, 저 능선을 감싸며 둥글게 휘어지는 계곡 지형에 착안한 이름인지...? 여하튼 퍽 인상적인 암릉이며 지형이다. 좋은 철 골라 꼭 답사해보고 싶은 곳.

    

저 지능선 따라 내려가며 좌우 조망하는 것도 좋겠다.

써레봉만 알차게 즐기려면, 용궁산장 바로 앞으로 끝자락 닿는 저 능선을 잇는 원점 코스가 괜찮겠다.

 

위 지형도에 바위 표시된 능선. 

  

 

선녀봉 능선. 뒤로 천등?

 

다시 돌아보다

 

봉수대산 쪽

 

 

봉수대산 갈림길 지나 칠백이고지 가며, 길 벗어나 오른 바위에서 돌아보다.

써레, 선녀, 대둔...

 

고산면 소향리 운문 계곡. 좌 운암산 우 봉수대산.

 

잔설에 미끄러지며 가파르게 치오르면 오늘의 반환점 칠백이고지, 실고도는 700.8m. 헬기장 공터지만 울창숲에 둘러싸여 답답하다. 조망 기막힐만한 곳인데...

뼈아픈 내력의 이름처럼 그 때 그 시절엔 사방 지능선 거느린 탐나는 요로였겠지만, 지금은 고작 운문3k 피묵3.3k 이정표 하나 달랑하다. 주변숲 활짝 걷어내어 조망 확보하고 이름 얻게된 내력을 객관적이고 소상히 기록한 표지 하나 세워 두면 참 좋을 성 싶다. 

6.25 전쟁 9.28 수복후, 고립된 북한군들이 남로당 빨치산 부대에 합류하여 이 일대 깊은 산세에 의지하여 수년동안 게릴라 활동 펼치며 국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한다. 지역 주민들 피해 또한 막심했다 하니 그 삶의 풍경이란 피아 할 것없이 황폐하고 살벌했을 것이다. 버릴 수도 뿌리칠 수도 없는 어떤 극단 체험의 기억, 분단체제 속에서 그것은 당대 현실을 과잉 규정하는 간계로 작용해 왔다. 옳고 그름, 싫고 좋고를 떠나 저 역사는 6.25 전쟁의 일부인 동시에 우리 근현대사에 깊은 흔적과 상처 남겼던 사회변혁 운동의 파국에 해당한다.

정략과 집단이해에 굴절되며 망각에 물드는 개인의 삶은 비루해진다. 공공연한 드러냄을 통한 역사적 거리두기와 객관화는 그래서 아직도 절실해 보인다.

 

칠백이고지는 금강기맥이라 하여 산줄기 밟는 이들 숱하게 거쳐가는 곳이다. 그 당시 일대에서 있었던 피어린 일들을 생생한 기록으로 현장에 남겨 지나는 이마다 보게 한다면, 땅줄기 따라 형성되는 서로 다른 삶의 표정과 이력을 읽어간다는 인문지리적 행위의 내실 또한 한결 충실해지지 않을까.

 

혹시나 싶어 몇 걸음 더 나가보니....

숲 사이로 태평봉수대 보이기에 당겨본다. 뒤로는 명도봉이 빼꼼~

 

봉수대산 갈림길로 되돌아와 능선으로 접어선다.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첫 하산길 나오는대로 내려서야지. 혹시 한참 가도 길 없다면 첫 봉우리 치올리기 전 안부에서 적당히 따고 내려설 요량.

그런데 이 능선, 좌우로 엄청 날이 서 있다. 일대 산릉들 특징이다. 암데나 따고 내려서려면 그냥 굴러내리는 꼴이 되겠다.  

  

돌아보는 칠백이고지

 

오늘 걸어온 코스가 한 눈에 든다.

 

봉수대산 능선, 써레봉쪽 조망이 괜찮은 코스다. 

 조금씩 당겨본다

 

다시 돌아보는 칠백이고지(가운데)

 

다시, 써레. 

 

널찍한 바위에서 운문 계곡 굽어보다.

날선 능선 바닥을 치면 계곡들은 하나같이 부드럽고 너르다. 물길 또한 사납지 않을 터이니 골깊은 유역까지 밭을 일구었다. 깊게 품는 산이다.

 

첫 봉우리 전 안부가 멀지 않은데 좌우 사면은 곰탱이라도 굴러 떨어질 듯 여전히 가파르다. 봉우리 넘어 신흥마을로 이어지는 능선이라도 따라야 하는 건가, 은근 걱정하는데...

다행, 하산길 뚜렷한 지능선 나타난다. 가파르게 휘리릭 내려선다.  

 

계곡 만나...

 

완만한 계곡길 따라 내려온다. 특별히 계곡미랄 건 없지만, 여름엔 물 좋고 가을엔 단풍 곱겠다.

개 짖는 소리만 요란한 삭막 암자 구룡암을 지나...   

 

멀리 저녁 햇살 내리는 계곡길 총총...  

 

 

 

물도 몇 번 건너고... 

 

제법 가구수 많아 보이는 신흥 마을도 지나...

 

출발지점 용궁산장 앞.

아침에 접어들었던 골과 써레봉 암릉을 다시 보며 산행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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