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골 들머리(10:50) - 환산성 1보루 - 산불초소(11:20) - 2보루 - 3보루, 봉수대(12:00) - 4보루(12:20) - 5보루, 정상(점심) - 동봉 - 황룡사(세심원) 입구(14:35) - 부소무니 다녀옴(15:50)
연일 내륙지방 낮안개 이어지는, 봄도 겨울도 아닌 계절 탓이었을까? 해묵은 기대에 비해 저으기 실망스런 산이다.
대청호 조망 기막히더라는 풍문은 허허실실 뜬구름 잡기였다. 한 두군데 빼고는 속시원한 조망처 없고 울창하게 이어지는 숲길 또한 별 특징 없이 고만고만이다. 즉 다양한 각도에서 대청호를 굽어볼 수 없고, 전후 기복 능선의 역동감과 전반적 산세를 감상할만한 포인트도 없다. 애써 등로 정비한 흔적 역력하지만 역시 몇 군데 더 눈을 열어주어야 만족스런 코스가 될 성 싶다.
조망 아쉬움을 옛 성터 흔적 찾는 재미로 대신할까 싶어 일부러 발품팔아 환산성 1,2보루까지 가 보았으나, 그 곳 또한 마찬가지다. 보루라는 곳조차 울창 숲에 갇혔으니 삼국 각축하던 옛 시절 그림 상상해 내기란 역부족이다.
답답하고 짧은 산행 코스에 비해 부소무니 병풍바위는 제법 볼만하다. 왕복 1시간여 끝까지 다녀왔는데, 물 많이 차는 계절엔 중간이 잠겨 끝까지 가기엔 무리겠다.
덧붙여 :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산악회 시산제.
부소무니 다녀 온 사이 벌써 제사 끝내고 음복 중이다. 돼지대가리 지폐 한장 꽂지 않은 넘에게도 푸짐한 주안 차려주는 넉넉한 인심, 오는 길엔 시루떡 한 덩이까지...
산행 아쉬웠어도 입은 즐겁던 하루.
1보루 가는 도중에 본 식장산릉
1보루 가는 길
1보루.
유적은 본래의 기능을 잃음으로써 때로 더 풍성한 의미 공간을 만들어 낸다. 환산성 곳곳 요충의 망루 겸 진지 노릇 했을 보루들, 지금은 저처럼 나무들 우거져 덧없는 세월 전하며 폐허의 분위기를 더한다.
허나 등산객 관점에서 보면, 고리산은 대청호와 주변 명산들 조망이 아주 탐나는 산이다. 저 보루 앞 나무들 조금만 정리하여 그 때 그시절 조망 회복한다면 유적으로서의 면모가 망가질까? 호수 조망만이 아닌 주변 산릉과 원근 지세를 살필 수 있게 한다면, 일대를 두고 각축하던 시절의 풍경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역사적 상상력을 제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현장은 현장이로되 박진함 잃고 엉뚱한 분위기에 갇힌 저런 유적은 박물관 유물과 다를 게 뭐냐는 게, 답답하던 고리산 산행 내내 떠나지 않던 내 시큰둥한 생각.
산불초소에서 보는 서대산이 많이 흐리다.
능선. 솔과 참나무 섞였는데 그리 인상적인 숲길은 아니다.
봉수대터 또한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깜깜 봉우리에 이 표지 하나.
봉수대 거창하게 복원하지 않아도 터만이라도 그 옛날처럼 시원하게 틔여주면 좀 좋을까?
능선 조망 트이는 곳에서
저기가 아마 정상?
유일한 대청호 조망 포인트. 4보루 였던가?
정상 지나 동봉에서 정상을 돌아보다
동봉에서 보는 북동쪽 대청호. 당겨본다.
하산길에
내려서며 숲 사이로 보는 부소무니
가장 조망 잘 트이는 지점에서. 조금씩 당겨본다.
부소무니 가며
팔각정 위에서 굽어보다
물이 차면 이 지점을 건너기 어려울 듯.
아름다웠지만 쓰레기가 너무 많다. 호수에 밀려든 것들, 구경 온 이들이 버리고 간 것들...
끝에서
부소무니 맨 끝에 최근에 쓴 듯한 산소 1기 있다.
아마 배를 이용했을 듯한데 섬이나 마찬가지인 여기 굳이 산소를 쓴 집요함이 단연 돋보인다. 무슨 대단한 발복을 꿈꾸었을까?
하나 고약한 건 산소 쓰려 주변 나무를 베어내고 정리하지 않아 썩 지저분해 보인다는 점.
멀리서 보기엔 한없이 아름다운 부소무니 병풍바위. 만사 그러하듯 그 속은 꽤나 지저분하고 인간들의 이해관계 안쓰럽다.
되돌아 오는 길에
부소무니의 바윗구녕들. 구녕들이 서로 통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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