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장안사 아래 주차장(11:20) - 회룡대 - 2전망대(용포대) - 원산성(12:15) - 사림봉(14:20) - 용포 뿅뽕다리 앞(14:45) - 강변길 따라 - 능선 - 장안사 - 주차장(16:00)
물빛 들빛 다른 계절에 또 함 가고 싶은 예쁜 코스다. 네댓시간 산행길에 알찬 눈요기거리까지 갖추었다.
높지 않고 부드러운 능선길은 내내 솔숲이고, 뚝 떨어졌다 치오르는 가파른 구간은 나무계단도 있다. 다만 원산성, 삼강 앞봉, 의자봉, 적석봉 등에서 조망 툭 트이지 못함이 조금 아쉽고, 회룡마을 남쪽 능선에서 푸른 물굽이 가파르게 굽어보는 멋진 포인트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또 삼강 앞봉 전후 능선길에선, 퍽 고왔을 낙동강 백사장 준설 현장이 보이는데 관점에 따라 심사 편치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 회룡포 물돌이의 아름다운 풍광을 여러 각도에서 누리기엔 조금도 부족함 없는 코스라 할 만하다. 걷는 능력에 따라 다양하게 구간 조절할 수 있으니 동행의 부담도 없다.
용틀임하는 물줄기 하늘에서 굽어보듯 지도 놓고 들여다 보노라면, 물에 뜬 땅인지 땅 위로 뜬 물인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죄없는 짐승 노리는 역병 창궐하니 지금은 스스로 유폐하며 섬처럼 갇힌 땅....
회룡마을은 주민들이 입구를 막아 길을 끊었다. 학살과 공포, 축산업자와 소들에겐 가히 재앙이 아니고 무엇이랴만, 산 다니는 이들에겐 또다른 의미의 불편함이다. 할 수 없이 장안사 주차장을 기점으로 원점회귀.
자랑거리 많은 여느 고찰 못지않은 안내문. 간결 명료하게 취지를 전달하면서도 개성이 잘 살아있는 문장이다. 절 구경은 하산하며 하기로 하고 총총 산으로 든다.
회룡대에서.
박무로 원경 흐리다.
오늘 코스, 거의 전구간 이런 솔숲길이다. 유별난 고목 없어도 아주 쾌적한 산책로다.
제2전망대(용포대)에서.
갈림길에서 왕복 십여분 거리.
조금 더 당겨본 모습
또다시 솔숲길
삼강이 고래의 요충임을 설명하는 안내문과 항공사진.
조망 좋다는 말과 달리 지금은 너무 우거졌다. 한 군데쯤 조망 포인트 만들어 두었으면 저 설명이 더욱 설득력 있을 텐데...
예쁜 성축 따라 길 이어진다.
길 옆 산소에서 살짝 조망 트여 건너보니....
내성천으로 드는 금천 줄기가 보인다. 금천은 문경 대미산릉 아래 물줄기들을 모아 담아 온다.
콧노래 나오는 산책길
낙동강 본류와 내성천이 만나는 삼강 나루가 숲 사이 굽어보인다. 당겨본다.
이 지점 역시 조망대가 필요한 곳이다.
삼강교 아래 백사장에는 4대강 사업 일환으로 열씨미 삽질이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저 공사 끝나고 나면 강모습도 한결 볼품 없어져 조망대 따위야 아쉽지도 않을 테지만....
또다른 지점에서
낙동강, 즉 안동호에서 흘러오는 물줄기.
장한 삽질의 현장. 유속 느려지는 합수점이라 상당히 너른 백사장이 있던 곳이다(지도 참고).
(갈대님 지도 일부)
운하 만들어 낙동강에 배 띄우면 삼강나루도 예전의 지위와 영화를 회복할까?
개인적인 생각에, 낙동강 칠백리 중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모습은 구비 흐르는 사행천 곳곳 자리잡은 다양한 백사장과 습지들이다. 허나 그것들은 운하 수심 확보에 최대 장애물이기에, 모래 퍼내는 중장비 소음은 지금도 쉼없이 들려온다.
물길 곧게 펴고 수심 깊게 하는 토목의 관점으로 충만한 4대강 사업. 만약 강신江神이 계시다면 저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실까?
곳곳 준설 모래 쌓여 있다. 칼로 벤 듯 날카롭고 획일적인 경계선.
자연적으로 형성된 백사장 특유의 물과 땅이 서로를 간질이고 토닥이듯 아름다운 경계는 이미 사라졌다. 토목주의자들은 물도 땅도 아닌 모호함을 용납하지 못한다. 바다도 뭍도 아닌 뻘만 보면 매립해서 땅 만들고 싶던 그 때 그 시절 열망은 뒤집어진 형태로 되살아났다.
대체 어찌해야 할까, 저 도저한 흑백논리...
강은 그저 빨리 많이 소통시켜야 하는 도로가 아니다. 우리가 아직 다 알지 못하는 수없이 많은 것들이 더불어 흐르는 곳이다. 지금 저기 강을 버리고 물의 길, 물의 도로를 만들고 있다. 무한한 자연 자체로서 강의 능력은 부정되고 인간에 의해 관리되는 물길로만 거듭 나는 중이다.
삼강앞봉 내려와 사림골 건너며.
물길 정비되면 이 원시시런 모습도 사라지고 말지 모르겠다.
한철 우거질대로 우거지며 기승했겠지만 지금은 빛 잃고 제 무게마저 버거운....
사림봉 가는 솔숲길
사림봉은 오늘 코스 최고의 조망처인 듯.
오로지 툭 트인 전망을 위해 왼편 저 소나무를 베어 버리지 않은 안목이 놀랍고 고맙다.
물 한잔 마시며 숨 돌리고 잠시 굽어본다.
당겨본 모습.
일행 중 어떤 분이, 풍수적으로 산태극 수태극 지형은 의사義士를 많이 낳는다며 일제하 얘기까지 덧붙인다.
물과 땅이 서로 맞물리며 여닫는 기묘한 형세 굽어보며, 태어나서 자라며 느끼고 공감하는 지형 지세의 의미를 잠시 곱씹어 본다.
어릴 적 들은 예천에 대한 인상과 그가 말하는 지난날 일화까지 겹쳐 놓으며, 의사義士가 뜻하는 그 꼿꼿함과 더불어 현실적으로 저 지형이 지닌 나름의 폐쇄성과 개방성을 함께 음미해 본다.
상극하지 않고 어울리는 땅, 열린 듯 단혀 있고 닫힌 듯 열려 있는 역동의 형세, 살아있는 땅의 기운.... 주역이 태어난 땅 유리가 저러했을까?
스스로 태어나 만물을 일으키는 우주적 역동과 기운의 상형이 태극일진대, 땅과 물로 그려진 저 회오리 무늬가 거기 사는 인간의 몸과 정신에 새겨넣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돌아갈 길 아직 멀다. 기분좋은 숲길 산책로 걸어...
용포로 이어지는 예쁜 산자락길 따라...
용포마을로 내려서며
용포 뿅뽕다리 앞에서
다리 건너는 이들 보인다. 당겨본다.
짱도 보무당당 건넌다
저만치서 돌아온다
강변길 가며 돌아보다
강변길 끝나고 능선에 올라 회룡마을 쪽으로 잠시 진행,
길 옆 가파른 벼랑 바위에 매달려 아슬하게 굽어보다. 동강이나 홍천강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모습인데, 좀 안전한 조망 포인트 하나 있었으면 싶다.
장안사 향해 가며 돌아보다
당겨본 모습.
물과 모래가 더불어 그려낸 무늬들. 또다른 물이 휩쓸고 가면 저기 태어날 또다른 물과 모래의 그림들....
누군가는 말한다. 저건 강의 동맥경화일 따름이라고, 혈관을 막는 기름끼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리고 과감히 장비 투입하여 쓸어낸다. 모래톱 파고들며 마냥 게으르던 강물은 곧은 길따라 쫒기듯 바빠진다.
강바닥 뒤집어지면 깊이 잠들어 있던 알수 없는 묵은 퇴적물들 깨어나 하류로 흘러간다. 누군가 그 물을 먹는다.
회룡포가 낙동강 본류 아님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예천 영주 봉화로 뿌리를 대는 내성천은 예전부터 맑은 물과 아름다운 백사장을 뽐내왔다.
듣자하니, 상주 경천대 백사장은 사라질 게 분명하고, 안동 하회마을 백사장 역시 높아진 수위 아래 잠길지 모른다 한다. 그것들을 없애도 좋을만치 가치있는 사업이 대체 무얼까?
즐거운 산행이었지만, 조만간 사라질지 모른다는 조바심에 보는 내내 애틋하던 모래톱들.
용포 앞 모래톱 다시 함 당겨본다. 솔숲 틈새로 감질나는 저런 그림 하나 남아있지 않을 낙동강은 대체 누구의, 무엇을 위한 강일까...?
넘 점잖은 장안사 바둑이. 차우?
장안사 돌아보며 내려선다.
날씨 차가워진다. 내일부터 전국이 꽁꽁 얼 거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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