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제암산 자연휴양림(10:05) - 능선 삼거리(10:55) - 조망바위 왕복(40분) - 제암산(12:00) - 점심 - 곰재(13:30) - 철쭉제단(14:00) - 사자산(14:45) - 사자두봉(16:00) - 사자산(17:20) - 자연휴양림(18:20)
철쭉 명소라 산악회 행사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개인적으로 여유롭게 다녀오리라 벼르기만 하다가 이제야 초행이다. 5월초 붐비는 연휴마저 피하고 보니 철쭉은 끝물.
30도 웃도는 날씨, 작렬하는 땡볕에 흐물흐물 꽃빛은 녹아내리고 신록은 무성하다. 늦을수록 수채 봄빛과 어울리는 맛이 좋은 진달래와 달리, 철쭉은 좀 이른 게 좋겠다. 빛깔 진한 군락철쭉은 봉우리 꽃빛 붉고 은은한 열기만으로도 제법 볼만했기 때문.
장흥과 보성, 어느 쪽에서 오를까 고민하다가 일림산 방향 연장 가능한 보성 쪽으로 결정한다. 코스 연장 없었던 결과로 판단건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육산 비탈 보성 쪽보다 암릉 조금 더 발달한 장흥 쪽 원점회귀가 나을 거 같다. 짱배기 따가운 철쭉고원 걷기보단 기암과 벼랑에 어울리는 꽃빛 바라보는 게 더 즐거웠던 취향 탓이기도 하고, 두봉 되돌아오는 시간만큼 다른 곳 기웃거리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고.
장흥 너머 드나들 때마다 워낙 강렬한 인상으로 시선 끌던 사자두봉 능선. 산악회 이용하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는데 과연 기대만큼이었다. 이번 산행의 백미라 할 만하다.
수직 수평 절리 이루는 흑갈색 바위 무리 거칠게 흘러내리는 남사면은 영남알프스 영축산에서 죽바우등 구간을 연상시키고, 당당하게 치켜든 머리와 미끈하게 빠진 몸통은 주암 능선을 닮았다. 물론 화려한 암릉미는 영축산에 처지고, 좌우 골깊은 고도감은 주암릉에 못 미친다. 대신, 너른 장흥벌 향해 거침없이 쏟아지는 산자락은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오륙백대 고도 능선이 이만큼 장쾌하기란 쉽지 않다.
산행 내내 땡볕 투덜거리고 사라진 원경 불평했더니, 들으셨던 걸까? 두봉릉 거지반 지나서부터 먹구름 몰려들고 급기야 강풍에 비우박까지! 한바탕 난리와 함께 펼쳐진 진경이 신비롭고 기막히다. 반환점 두봉에서 먹구름 아래로 바라본 절묘한 수인산릉을 비롯, 겹겹 마루금들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매혹.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먼 하늘엔 천둥 번개 품은 먹구름인데 반대쪽엔 붉은 햇살이 쨍. 아니나 다를까, 동녘 하늘에 무지개가 걸린다. 철쭉과 뙤약볕, 날아갈 듯 강풍과 비우박, 마무리 무지개까지... 불과 8시간 남짓 동안 황홀한 파란만장, 사계절이 흘러갔던 셈.
왕복 540km 운전을 무릅쓴 보람찬 원행이었다.
전망바위에서 보는 정상부. 당겨본다.
시목치 능선 삼거리에서.
정상 향하지 않고 시목치 쪽, 저만치 보이는 전망바위들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땡볕 따갑지만 꽃빛은 그런대로 볼만하다.
돌아본 정상부. 오른쪽으로 보이는 바위들도 멋스러워 나중에 다녀오기로 맘먹는다.
정상만 당겨본다. 사람들이 보인다.
시목치 능선은 곳곳에 전망바위다.
다시 돌아와 정상쪽으로 가며
제암산은 전체적으로 육산이지만 곳곳에 바위들이 솟아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정상부 일대 암릉은 수직절리 이룬 기암들로 제법 멋스럽다. 진달래 시절이나 가을빛도 궁금하다.
정상 가기 전 큰 바위 가장자리는 정상 암봉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절묘한 포인트.
좀 전에 정상암봉 바라보던 바위.
다가가며 보는 정상부.
제왕의 위세를 지녔다는 저 암봉, 비스듬히 기울어져 장흥쪽을 굽어본다.
지나온 암봉 다시 돌아보며....
정상 오르며 돌아보다.
정상 부근 꽃들은 아직 싱싱하다.
정상에서 굽어본 민둥 주릉.
천관산도 그렇듯, 기암들 곳곳에 솟지만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육산 형세가 일대 산들의 특징.
내려와 돌아본 정상 암봉.
멀리 사자산과 두봉 능선.
굽어본 휴양림쪽
주릉 가며 돌아본 정상부
지난 달에는 저 바위, 진달래가 총총 피었을 터...
자주 돌아본다. 과연 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