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주차 공터 - 저수지 - 암릉 - 월영봉 - 해변(미니 해수욕장) - 대각산 - 122봉 - 논둑길 - 월영재 - 199봉 - 141.5봉 - 주차 공터(4시간20분)
(연두색 점선 코스로 진행)
결과적으로는 멀기만 하고 별 실속 없었던 섬산행.
그러나 새만금이란 이름의 유혹을 피할 수 없었다. 시대착오적 발상에도 불구 역대 토건 정권의 성원에 힘입어 화려한 출생신고를 한 한국 현대사의 우뚝한 괴물, 그 새만금의 서쪽 꼭지를 이루는 섬이 신시도다. 수평 가르는 기나긴 방조제를 차로 달려 섬으로 드는 기이한 체험이 손짓하는 곳.
사라지는 것들, 괴물이 삼키고 있는 것들이 궁금했다. 년전에 중국 싼샤(三峽)댐의 수몰지역을 다룬 <스틸 라이프 still life>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싼샤는 대지를 삼키는 호수며 바다였다. 저 새만금은 바다를 삼키는 대지, 아니 아직은 그 대지가 뻗어낸 욕망의 촉수다. 그것은 바다만이 아니라 최초의 땅, 갯벌마저 삼킨다. 혼란스럽다...
삼키는 바다, 솟아나는 대지라는 사물의 근원적 이미지는 새만금에서 기묘하게 뒤틀리며 다시 만난다. 제방에 갇힌 바다 아닌 바다는 꾸역꾸역 들이붓는 흙을 끝없이 삼킨다. 더 이상 삼킬 수 없으면 토해낼 것이다. 그리하여 솟아나는 대지...
이름도 찬란한 새만금은 그렇게, 사물의 근원적 질서와 상상력을 폭력적으로 교란하고 비웃으며 태어난다. 진정 괴물다운 출현 방식과 이름이다. 대체, 새new, 만million, 금gold 이라니! 그것을 낳은 시대의 욕망과 풍속을 이보다 더 노골적이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가?
최고봉 대각산 3층 전망대 조망이 아주 좋다. 올망졸망 고군산군도가 한눈에 든다.
고군산, 군산을 돌아본다는 뜻일까? 떠나온 뭍을 돌아보는 섬들? 그렇다면
섬은 뭍으로부터의 자유 혹은 그리움이 되는 셈이다. 새만금은 자유로워진 섬을 거칠게 뭍으로 돌려세운다. 섬과 뭍 사이 거리를 빼앗고 물길을 메워버림으로써 섬 자체를 부정해 버린다. 낯뜨거워진 신시도는 이제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적막에 잠긴, 햇살아래 눈부신 물빛과 푸른 섬들...
전반적인 산세는 고도가 약하고 암릉 발달도 빈약하여 그저 동네 뒷산스럽다. 남해 섬들만큼 숲이 아름답지도 못한데, 오래 전 간벌한 나무들을 방치해 두어 더 지저분해 보인다.
미니 해수욕장이 부르는 해안 역시 지저분하고 별 특징이 없지만 호젓한 맛은 그만하다. 신시도 특유의 절리된 바위 파편들이 파도에 씻겨 납작동글해진다. 버려진 어구들도 둥글게 마모되어간다. 모든 게 둥글게 풍화하는 해안, 모두를 다 둥글게 만들면서도 스스로만은 결코 둥글어지지 않을 바람만 까칠하니 맵다.
유일한 포구인 듯한 지풍금 마을. 잠시 해안까지 둘러볼까 싶었으나 산릉서 굽어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다녀오면 시간문제로 고민스러워질 듯해서다.
분명 산악회 따라 산행을 왔는데, 산에서 여유로운 시간 갖기보다 산행은 숙제하듯 후딱 해치우고 예정된 시간 잘라 먹을거리 기웃거리는 데 더 열심인 경우를 종종 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일행들 횟집 기웃거리는 사이 여유롭게 섬자락 여기저기 살피면 되겠다 여겼는데, 횟집이 문 닫았다 하니 다들 그냥 가는 분위기다. 포구에는 횟집 외엔 전혀 볼 게 없다는 듯이. 애당초 하산완료 시간조차 정하지 않았으니, 남 안 가는 곳 어슬렁거리다 늦게 가면 눈총 따가울 건 불 보듯 뻔하다. 단체와 다수의 절대 우위밖에 모르는 이들에게 타인의 취향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쯤일 터이니...
오는 길에 들린 군산 수산시장.
다들 횟집행하는 사이 고풍 남아있는 건너편 골목길 잠시 들여다본다. 일제가 곡창지역 수탈 거점으로 군산을 개항한 이래, 파란만장한 역사의 희비극에 묵묵히 몸 담았던 이력이 적힌 해망굴, 느리게 지나서 산책삼아 올라본 월명공원.
성긴 겨울나무 가지 사이로 항구 굽어본다. 월명... 달은 아직 오시지 않았다.
바람 차가우니 바다와 하늘빛만 더욱 맑다.
가는 길 진안휴게소에서 보는 마이산
이 황량한 곳에서 산행 시작.
이게 어디 섬산행 분위기인가^^. 그러나 새만금 공사판 신시도 산행에서만 가능한 것.
예정 코스는 월영봉 남쪽 지능선을 에둘러 오르는데, 저수지 뒷편 능선의 바위가 그럴듯해 보인다. 그렇잖아도 코스가 넘 밋밋한 거 같던데 까이꺼, 저리 함 가보자 싶어 붙어 오른다.
길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덤불과 바위, 그냥 치올라 조망 좋은 곳에서 돌아본다.
바다를 찢고 방조제는 거침없이 뻗어나간다. 장엄하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
괴물도, 아니 괴물이니까 진정 장엄할 수 있는 것이다. 저런 것이 토목기술자와 건설업자들을 매혹시키는 아름다움일 게다.
변산방향(위)과 군산방향 방조제(아래)
이 섬 산의 바위들이 다 이렇다. 소규모로 수직 절리를 이루며 기이한 모습을 연출한다.
월영봉 정상부는 조망이 없지만 주위 바위들에서 조망이 좋다.
굽어보는 선유도 방향. 돌아올 길 방향이기도 하다.
그 오른쪽 대각산 방향, 갈길이기도 하다.
저 섬이 백포섬이라니 저기는 백포가 되나...?
물이 빠져 갯벌이다. 뭔가를 양식하는 시설물 흔적, 당겨본다.
미니 해수욕장 전 북쪽 해안선
미니 해수욕장, 이라기보다 그냥 자갈 해변.
왼쪽 지저분한 모습은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다.
자갈이 파도에 씻겨 이런 모습이다.
돌아본 월영산릉 전경. 월영산이 왼쪽, 중간 움푹한 곳이 월영재. 당겨본다(아래)
대각산 오르며 돌아본 물빛
농장과 지풍금 마을
대각산 오르는 길. 역시, 수직 절리 이루는 바위가 인상적이다.
군산쪽 바다 돌아보다. 저 방조제가 지나온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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