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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상권

팔공산(능성재-신령재) 080625

by 숲길로 2008. 6. 29.

코스 : 능성고개 - 명마산 장군바위 - 갓바위 - 인봉 - 신령재 - 폭포골 - 동화사 - 시설지구 주차장(우회로보다 가급적 능선따라, 여유롭게 7시간 반)

 

 

안개가 삼키는 것은 먼 산과 숲이지만 산길 가는 이의 몸이기도 하다. 안개산에서 자주 몸은 사라진다.

그러나 부재는 존재의 반증, 안개보다 느려지고 안개보다 어두워지면 몸이 도리어 안개를 삼킨다. 안개는 빛을 닫는 빛이지만 본래 물이었다. 안개를 삼킨 몸은 무겁다.

구름 걷히는 동봉과 서봉, 돌아보는 그 때까지 몸은 내내 무거웠다.

 

 바윗가에 이런 꽃들이 더러 보인다

 

명마산 전설이 얽힌 장군바위 뒷모습. 둔하지만 양날검 형태다.

 

장군바위는 첨이다. 다듬어 포개놓은 듯한 바위가 인상적이다. 갓바위 쪽으로도 조망이 좋다.

그런데 바위 주위에 공사장에서 쓰는 비닐띠를 둘러놓았다. 훼손 방지 목적인 듯하나 아주 보기 흉하다.

 

장군바위는 일종의 남근석이기도 하다.

 

까치수영도 예쁘게 피었다

 

갓바위

 

서쪽

 

능성고개와 환성산

 

시 경계 능선따라 살짝 나간 곳의 조망대는 갓바위 안부(용주사 네거리)까지 중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이다. 시계 능선은 좀 헐벗은 감이 있지만 조망이 좋으니 한 번쯤 걸을 만하겠다.

 

동쪽 - 장군바위도 보인다.

 

갓바위에서 명마산으로 뻗는 줄기의 남쪽 자락은 바위가 많지만 그다지 볼품이 없다. 비슷한 크기의 바위들이 산만하게 흩어져 별 뚜렷한 형태를 이루지도, 강하게 눈길을 끄는 중심을 형성하지도 못하는 탓이다.

그래서 장군바위는 유난히 돋보인다.

  

다시 갓바위쪽

 

당겨본다

 

암릉이 제법 인상적인 지능선. 갓바위 오르는 초입에서 만나는 길이 있을 듯하다.

 

갓바위 전 안부 내려서는 도중에 안개가 말려온다. 아침에도 구름이 별로 높지 않았지만 주릉은 드러났었기에 조망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뜻밖이다.

이후로는 내내 안개 속이었다...

 

위의 그 지능선을 지나서 돌아보다.

안개가 엄습한다. 잠시 지나가는 낮은 구름이려니... 

 

갓바위 오름길 내내 구름. 자칫하면 주릉 조망은 물 건너가겠다.

 

선본사쪽 우회하는 정상등로 대신 갓바위 뒤쪽 암릉을 우회하는 능선은 예전에도 올 때마다 암릉 통과하느라 난처했던 구간이다.  

그럭저럭 갓바위 뒷모습이 저만치 보이는 전망좋은 암봉에 서니 안개 속에 명멸하는 갓바위 뒷모습이 보기 좋다.

 

갓바위 지난 암릉에서 돌아보다(석불 앞 전각 기와 지붕이 살짝 보인다. 왼쪽에 있을 선본사는 깜깜)

점심 먹으며 구름 가시길 기다렸으나 종내 무소식....

 

끊임없이 약사여래를 염하는 확성기 소리가 거슬리지만 한동안 듣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기도란 그러나 내면의 부름 아닌가, 강요하듯 밖에서 울려퍼지는 그 부름에 휘말려드는 건 어딘가 최면술적인 데가 있어 편치 못하다. 갓바위 너른 마당에서 그 소리를 반주삼아(?) 군무하듯 기도에 여념 없던 이들.

차라리 적막했으면...

그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적막 속에서, 밀려오는 잡념에 흩어지는 정신을 움켜쥐고 단 하나의 이름을 염하는 모습이었다면 더 장엄하고 감동적이었을 터...

 

다시 바위를 넘어...

 

 

 저게 노적봉인가 인봉인가?

 

조망 좋았다면 갓바위에서 노적봉 인봉으로 이어지는 암봉 암릉이 빚는 하늘금이 아름다웠을 터. 안개 속 풍경은 늘 아쉽다.

몇 번 걸었던 능선이지만 워낙 오래 전이라 새롭고 낯설다. 구름 깊이 이끼 무성한 암봉의 뒷모습은 더욱 그렇다. 그건 아마 변함없는 바위의 모습이라기보다 내 망각의 풍경에 더 가까웠다.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나의 옛 시간들...

십 수 년 혹은 그 이상 드리워진 시간의 벽의 모습이었다.

 

지나와서 다시 돌아보다

오를만했으나 조망이 없으니 굳이 그럴 필요가...

 

이게 인봉인가?

바위 아래는 무속인들 촛불 켠 흔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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