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담들...

장마의 심심파적

by 숲길로 2008. 6. 19.

 

바람과 물과 소리의 나라

모르는 곳으로 길은 새로이 나서 흐르고 빛은 물길 따라 돌아온다. 낮은 곳부터 나는 천천히 오르고 있어야 하리라.


이르게 온 유월 장마다. 종일토록 토닥인 빗방울에 모서리 더욱 닳아질 어제의 바위들, 밤비 스며들어 한결 짙푸르러질 나뭇잎들.

오래토록 내리는 비는 산을 다시 쓸 것이다. 수없이 지워 다시 그릴 것이다.

비 그치는 날,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 가시기 전에, 갓 피어난, 갓 태어난 햇산을 보러가도 좋겠다.

궁금하다, 근황도 궁금하고 햇살 이후도 미리미리 궁금하다. 수억만 년의 하루, 그 중의 다시 몇 분 몇 초만으로라도.

 

그는 멀리 있다, 안개와 숲이 서로를 분간하지 못하는 경계...

 

천천히 길을 삼킨다. 소용돌이는 중심으로 수렴하지만 그의 길은 느린 물길이거나 나직이 바람 타는 불길과 같아서, 위에서 아래로 흐르거나 좌우로 흔들린다. 많이 흐려졌구나 그 얼굴.

때로 감추지 못한 몇 줄기 뜨건 물과 불 지나간 자리. 그게 아니라면, 하 많은 다정(多情)이 자주 숨죽이며 옆걸음 쳤거나 종내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갔던 흔적.


장마 지나간다. 잠시 몸 비켜 놓아도 될 일이겠으나 그리하진 않을 것이니, 어둔 서녘 구름 저편으로 밤비마저 고요히 긋는다. 캄캄함이 운명이기라도 한 양 말 못할 어떤 극진의 자세가 그를 덮으며 간다. 낮은 산 넘고 또 넘듯.

천천히 나는 그를 닫는다. 이제 그가 불을 켜야 할 시간...

'잡담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연리에서 140301  (0) 2014.03.01
똑딱이 이야기 - 삼성 VLUU EX1  (0) 2011.05.06
지리 망상  (0) 2008.05.18
운문 한담(雲門 閑談)  (0) 2008.05.03
매화마을은 없었다  (0) 2008.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