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산이라도 오를 때마다 산빛은 새롭다.
그런데 자연의 새로움만으로 모자란다는 걸까, 산 다니다 보면 예전에 없던 혹은 몰랐던 낯선 이름의 정상석을 만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예전에 가지산 상운산도 그랬고 이번에 운문서릉에서 만난 함화산 또한 그렇다. 인터넷에 유통되는 지도에서 함화산이란 이름을 본 건 불과 1년도 안 된 듯하다.
<영남알프스 컴 http://jejed3.com.ne.kr>의 운문산 소개를 참고하여 한 딴지 걸어보자.
상운암의 옛이름이 함화암이라 하고 지금 석골사 앞 음수대에도 함화산 약수라는 글씨가 보인다. 호거산 운문사라 하듯 함화산 석골사인 게다. 함화산(含花山)은 운문산의 다른 이름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꽃을 머금었다는 어여쁜 느낌의 함화(含花)는 어디서 온 걸까? 부드러운 듯 은근히 속 깊고 화려한 운문산의 산세? 아니면 고산의 바람이 차서 꽃을 피우지 못하고 (머금기만 하는) 애처로운 형국을 연민하여...?
자취조차 없으니 맨 처음 그 이름 부른 이의 뜻이야 어찌 알랴만, 함화란 이름으로 연면할 운문의 저 봄빛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으리라 여길 따름이다.
운문 서릉의 1107.8봉에 세워진 함화산 정상석은 참 뜬금없어 보인다. 누구도 선뜻 동의하기 힘든 자리에 시커먼 돌뎅이를 척하니 앉혀 놓는 행위는 용감을 넘어 난폭하기까지 하다. 차라리 함화산의 유래나 위치를 고증하고 고민한 기록을 담은 아담한 안내판이 그 자리에 서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운문산 능선을 걸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운문산릉 북쪽의 천문지골이 많이 궁금하다. 운문산 사방 골짜기 중 가장 깊고 험해 보이는데다 운문사 쪽이 막혀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큰골과 갈라지는 운문사 뒤쪽 계곡을 못골, 그 안쪽 좌우를 천문지골과 못안골로 나누어 부르긴 하지만, 애초의 못이름에서 유래한 듯한 천문지골로 통칭해도 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아니, 그게 그냥 더 마음에 든다.
등심바위 능선을 오르면 못안골이 썩 눈길을 끈다. 협곡 막다른 곳은 절벽으로 둘러쳐져 있어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단풍 좋은 가을날 더듬어 보고 싶은 곳이다.
또 천문지골 중앙릉 일대. 운문 북릉이나 등심바위 능선, 범봉 북릉보다 짧지만 훨씬 암릉이 두드러지고 한 갈래는 운문 북릉과 협곡을 이루기도 한다. 그 바위 능선들과 좌우 계곡 역시 워낙 인상적이라 언젠가 이리저리 기웃거려 보아야 할 곳이다.
운문산 비경 감상은 아마도 천문지골 지능선들과 골짜기에서 마무리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지극한 내 운문 편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