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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상권

함안 여항산 080326

by 숲길로 2008. 3. 27.
 

코스 : 좌촌마을 주차장 - 3코스 - 가재샘 - 주릉 - 여항산 - 소무덤봉(668봉. 우회) - 마당바위 - 서북산 - 감재 - 임도따라 - 철탑 - 대부산(649.2봉) - 봉화산 - 476봉 직전 안부에서 좌회전 - 5분 후 좌회전 - 임도 - 좌촌마을 주차장(여유롭게 8시간)     

 

(지도엔 서북산에서 별천 마을로 내려가는 등로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또 676봉이 봉화산이고 봉화산이라 적힌 곳은 낙남정맥 갈림길이다). 

 

남해고속도로 함안을 지나다 보면 가야읍 남쪽으로 꽤 역동적인 산세로 눈길을 끄는 산이다.

배가 항행한다는 뜻의 여항(艅航)이란 이름도 퍽 특이한데, 남고북저(南高北低)의 풍수적 배역지세(背逆之勢)를 다스리는 치유적 명명이라 한다.

남고북저가 배역의 지세(地勢)란 주장이, 요즘 눈에는 근거 없는 편견이거나 남향하고 자리 잡은 군왕을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중세적 질서 관념에 지나지 않겠지만, 물리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지리 현실을 상상의 지형학으로 극복하고 보완하는 관점은 주목할 만하다. 가상현실의 층을 실제에 겹쳐 놓음으로써 현실인식을 한결 풍요롭게 만드는 이 유연한 태도에 비하면, 객관주의에 기대어 낮은 건 낮게 높은 건 높게만 보는 근대적 사고가 오히려 경직되어 보인다. 물론 과학적 근거보다 소박한 원망을 담은 환상에 기대는 저러한 풍수지리적 처방은 객관적 현실인식을 가로막는 자기최면이기도 하지만 - 그래서 전형적인 중세적 세계관 - 상상의 힘을 활용하지 못하는 태도 역시 근대성이 가진 빈곤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대도시 근교산답지 않게 제법 깊은 맛이 나고 힘이 느껴지는 산세다. 산릉에서 굽어보니 그 흔한 비닐하우스조차 거의 보이지 않고, 산자락 골골을 파고들며 이어지는 작은 마을들이 의외로 오지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쯤 되면, 배가 다닐 정도로 낮은 산세란 옛사람들의 바램을 짓궂게 뒤집고 싶어진다.

내려서며 돌아보는 여항산 정상부 암릉이 드높은 돛대로 치솟는다. 멀리 진동 앞바다가 보인다. 춘삼월 호시절임에도 북풍이 차다. 서북산 뱃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남해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장대한 배의 기운이 느껴진다. 먼 산릉이 한순간 뿌옇게 흐려지더니 난데없이 눈발이 휘몰아친다. 잠시 황홀과 황당 사이...!


여항산 정상의 통쾌한 조망은 말할 것도 없지만 서북산 가는 능선 숲길에도 곳곳에 조망대가 숨어 있다. 굽어보는 산빛과 근교답지 않은 시골마을들... 고성 통영쪽 먼 산릉들의 그림도 매우 아름답다. 적석산이 꽤 가깝게 보이고 맨 뒤쪽으로 삼각으로 뾰족한 미륵산이 가물거린다. 질매재에서 푹 꺼지며 대칭 이루는 두 봉우리가 특징인 진주 월아산도 뚜렷하다.

인접 능선 곳곳에 불거지는 암릉들도 멋스럽다. 여항산을 가운데 놓고, 미산 북서쪽 암릉(왕복)과 소무덤봉 서쪽 암릉을 잇는 코스를 그려본다. 진전면 여양리를 기점으로 원점회귀 코스가 가능할 듯하다. 진달래 필 때쯤 한 번 시도해 볼까나~


6.25 격전지라는 서북산. 남쪽 조망이 좋다. 솔숲길 따라 별천마을로 내려서는 능선으로 리본이 우거졌다. 당초 계획은 그 방향이지만, 봉황산까지 가자는 일행들의 의견이다.

감재에서 잠시 임도를 우회하고 능선에 들어 철탑까지 숨차게 치오른다. 정상까지 두어 번 완만한 오름이 있지만 내내 기분 좋은 산책 숲길이 이어진다. 조망은 거의 없다. 그러나 봉수대가 있는 정상부와 그 직전에서 트이는 조망은 자못 시원스럽다. 광려산과 무학산이 바로 건너 보이고 지나온 서북 - 여항의 능선이 한일자로 단순명료하다.


하산길 참고 :

봉화산에서 표지는 <청암 2.4km>라 되어 있다. 도중에 좌촌 쪽으로 길이 나뉘리라 짐작하고 내려서니 476봉 전 안부에서 직진보다 더 뚜렷한 우회로가 왼쪽으로 나 있다. 잠시 가니 다시 왼쪽 지능선 따라 길이 나뉜다. 직진길을 확인해보고 싶지만 해 떨어질 무렵이라 임도로 이어질 게 분명한 왼쪽 길로 들어선다. 지그재그 임도를 두어 번 가로지르면 마을이 바라보이는 길에 도착한다. 개울을 건너야 하는데 가까운 다리가 없어 마땅찮다. 정면의 전원주택 마당을 가로질러 보를 건너거나, 우회전하여 봉성저수지 쪽으로 가 주서교를 건너 도로를 따르면 된다. 만약  왼쪽에 보이는 계성교를 건너면 더 멀다.

 

좌촌마을부터 매화랑 진달래 봄꽃이 고왔다.

오르며 만난 예쁜 꽃인데 이름이 뭘까? 잎은 제비꽃 종류같은데...

아래,  이끼도 꽃을 피웠다. 세상 만물이 두근대며 무언가를 품는 계절. 

 

주릉에서 미산령 방향으로 두어 걸음만 가면 전망이 나온다. 반드시 한 번 가보고 싶은 능선이다.

아래는 당겨본 모습. 

 

정상부

 

굽어본 주서리 일대. 왼쪽 빨간 지붕 아랫쪽이 좌촌마을이다. 

멀리 광려산쪽

 

여양리(아래는 당긴 모습). 저 곳을 기점으로 정맥길에 올라서 왼쪽에 보이는 능선으로 내려오는 원점 코스가 그려진다.

 

서북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돌아본 여항산(위)과 당겨본 정상부(아래)

 

소무덤봉 지난 헬기장은 막 피어나고 있는 할미꽃 천지다.

예쁜 할미 대신 그로테스크 할미 모드로 찍어본다.

 

안개비님을 통해 드디어 이름을 알았다. 산거울!  넘 현대적인 이름이다.

 

소무덤봉에서 이어지는 저 암릉이 궁금하다. 여양리 원점 코스는 저기를 가 보기 위함이다.

  

고성 진주 쪽 산릉들  

 

미산릉과 여항산. 멀리 보이는 저 수직 암봉이 궁금하다는 게 여양리 원점 코스의 두번째 이유.

  

인성산(왼쪽)과 적석산(가운데)

 

당겨본 평암리 양지 음지 마을

 

서북산

 

지나온 길 돌아보다. 여항은 자꾸 뾰족해지며 월악 영봉 메부리코를 닮아간다. 아래는 당겨본 여항산

 

 

서북산 가는 길은 곳곳에 전망대가 불거지거나 숨어 있다. 멀리서 보기엔 육산릉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서북산 직전에서 돌아보다

 

진동 앞바다 - 서북산에서

 

반달같은 평암 저수지가 예뻐서리...

 

적석산 쪽을 당겨보다. 철다리가 보일락말락... 

 

노랑제비도 곳곳에 피었고...

 

봉화산 오르며 산빛이 고와서리 기냥 똑딱...

 

봉화산정의 파산 봉수대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다

 

광려산 무학산 저녁빛에 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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