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 :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2007)
감독 : 팀 버튼
창밖으로 보이는 굴뚝들이 시커먼 연기를 뿜어 올리고 있다. 시체 굽는 굴뚝도 악취와 연기를 뿜는다. 러빗(Lovett) 부인의 굴뚝에서 오르는 연기와 공장 굴뚝에서 오르는 연기는 다르지 않다. 모두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으며 피우는 연기다.
시대설정이 흥미롭다. 산업혁명기쯤일까? 어쨌든 근대라고 부르는 시대가 형성되어가는 시기가 배경인 듯하다. ‘자본주의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피를 뒤집어쓴 채 태어났다’ 고 한 이가 누구였던가? 그 역시 한 시대의 출생을 그로테스크한 풍경으로 표상하는 저 굴뚝들의 시커먼 연기를 바라보며 그렇게 썼을 것이다.
인간 세상을 증오하기. 그건 단순한 염세를 넘어선다. <스위니 토드>의 저 지독한 증오는 팀 버튼 감독의 잔혹우화의 극점이라 할만하다. 모든 사랑을 치정이다. 어리석음 아니면 광기다...
그러나 그의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걸까? 특유의 그로테스크가 상투어구마냥 심드렁하다. 단조롭고 뻔해 보인다. 기발하던 상상력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보고 나서야 뮤지컬이 원작인 줄 알았지만) 뮤지컬이 못마땅했던 걸까? 진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음악이 그닥 맘에 들지 않아서일 것이다.
노래에 실려 날아오는 대사는 버튼표 까칠함을 상투화시키고 있었다. 삼켜지지 않는 커다란 사탕처럼 이물감이었다. 음악도 대사도 아니라는 느낌... 이는, 명작 오페라는 유치한 가사를 모르고 듣는 게 차라리 낫더라는 느낌과 정반대 경우다. 들끓는 언어가 음악의 주술을 빌어 발화하고 때로 폭발할 수도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 영화의 경우는 아닌 거 같다.
영화명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7)
감독 : 임순례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러더스>에 대한 기억이 너무 강했던 걸까? 보고 나온 첫 마디는 ‘임순례가 신파도 잘 만드네~?’ 였다.
취향 문제일 뿐이지만, 역시 나는 신파 코드는 비호감이다.
그러나 감독의 올바르고 생생한 현실감각만은 높이 사고 싶다. 정곡을 찌른다. 유머감각도 좋았다.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잘 만든 영화임에도 별로 즐기지 못했음은 역시 취향 탓일 뿐...
제 목 | 30 Days of Night |
데이비드 슬레이드 | |
조시 하트넷, 멜리사 조지 |
영상이 뛰어나다는 광고에 속아 보게 된, 폴라(polar) 좀비의 코믹 그로테스크 한 판.
몇몇 장면은 절망적으로 아름답다. 부감으로 훑어가는 대규모 혈투 장면, 눈보라치는 날의 도피 장면 등등. 빛이 없는데 휘날리는 눈은 지독히도 반짝였다. 그런 걸 속수무책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몇 장면을 보기위해 볼만한 영화는 아니다. 연출이 너무 단조롭다. 차라리 영상미를 더 밀고 나갔어야 하지 않았을까? 시나리오도 어정쩡하여 기복과 매듭이 빈약해 보인다. 좀비의 외형적 캐릭터는 나쁘지 않은데 세부묘사가 허약하고, 주인공도 너무 무덤덤하다.
원작이 만화(그래픽 노블)라니 더 유치찬란 - <씬시티>나 <300>처럼 -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모든 면에서 만화적 과장이 부족했지 않았나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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