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삼계리 에델바이스 펜션 - 주말농원 - 수리덤계곡 - 능선 - 송전철탑 철거지(국가시설물터) - 드린바위(왕복) - 문복산 - 계살피계곡 - 삼계리(총 7시간 30분)
제법 쌀쌀해진 날씨, 한결 맑아질 십일월의 하늘빛 기대하며 산으로 든다.
수리덤 계곡 길은 주로 임도로 이어진다. 초입부터 임도를 버리고 너른 계곡을 기웃거린다. 맑은 물에 수북하게 떠 있는 낙엽들... 늦가을 정취가 물씬하다. 염소를 방목하는 주말농원 부근에서 다시 길로 든다. 휴일 나들이객들이 제법 보인다.
농원 끝나자 낙엽깔린 너른 숲길로 접어든다. 성긴 잎을 매단 나무들이 짧은 가을 햇살을 오래오래 누리려는 듯 낙엽을 아끼고 있다. 다른 계절이라면 별 재미없을 길이지만 지금은 숲길 걷기에 가장 좋은 시절...
삼계리재 갈림길부터는 임도 벗어나 계곡으로 내려선다. 줄곧 물이 별로 없는 짙은 갈색의 바위들을 오르내리며 계곡길을 이어간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제법 볼만하다. 너럭바위와 크고 작은 폭포와 협곡이라 부르긴 뭣한 바위 틈새들... 여름이면 장관일 법한 곳도 꽤 보인다. 져버린 단풍이 아쉬울 따름이다.
임도 다시 만나는 지점부터는 계곡의 풍치가 별로다. 길을 따른다. 멀지 않은 높이로 주릉이 올려다 보이는 지점에서 국제신문 리본을 따라 지능선을 따른다. 아마 서담골봉 바로 오르는 줄기가 아닐까 싶은데 지도상의 신선 갈림길이라 하기엔 좀 멀어 보인다. 아무렴 어떠랴, 서담골봉이야 조망도 없다고 하니 굳이 오를 이유가 없고, 재미없는 계곡 구간은 다 거쳤으니 이제 능선의 낙엽이나 실컷 밟아보자. 운 좋으면 조망대도 있을지 모르지...
중간에 조망대도 한 군데 있는 지릉은 기대보다 긴 구간이다. 주릉에 올라보니 역시 송전철탑 철거지 바로 오른쪽 안부다(지도의 '국가시설물' 아래 화살표). 조망을 위해 왼쪽 철거지를 다녀온다.
문복산은 지척이다. 도중의 암봉에 올라(우회해서 오름) 사방을 조망한다.
바람이 차다. 그러나 기온에 비해 먼산빛이 흐리다. 마치 봄날의 황사 같다. 발아래 양쪽으로 펼쳐지는 산자락은 가을과 겨울이 함께한다. 가을은 낙엽만 두텁게 흩뿌려 놓고 산은 내려가고 있다. 털만 성성해지는 겨울숲의 윤곽이 새롭고 낯설다.
문복산 정상부 가까워지고 중말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지나자 갑자기 발 아래가 조용해진다. 여태 쉼없이 부스럭대는 소리를 들으며 수북한 낙엽을 밟으며 왔는데 문복산 주등로부터는 짓이겨진 낙엽들이 침묵해버린다. 재미가 좀 덜하다...
마침 점심시간 끝무렵이라 제법 시끌벅적한 소리도 들린다. 정상쪽 대신 드린바위 가는 길로 접어든다. 문복산을 두 번이나 왔어도 드린 바위는 가 보지 못했다. 드린바위 오가는 암릉길도 멋지고 굽어보고 올려다보는 조망이 좋다. 암릉 드문 문복산에서 가장 이채로운 구간일 듯 하다.
바람찬 드린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고 다시 오른다. 정상 지나서 소나무 있는 조망바위에 앉아 잠시 쉰다. 문복산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운문 가지 능선과 지룡산쪽 너머 파도치는 산줄기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 그러나 오늘은 많이 뿌옇다.
계살피 계곡을 굽어보며 시계를 본다. 3시, 오늘은 해 지기 전에 하산할 수 있겠구나. 넉넉 2시간이면 될 터이니...
낙엽 떠 있는 계살피골 상류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홀린 듯 또다시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늦가을 단풍 찾아 근교 계곡산행 맛을 들였는데 낙엽지는 늦가을 계곡은 또 다른 운치다. 줄곧 계곡 암반을 따라 내려오며 보는 계살피골은 예쁘기 그지없다. 수량이 많으면 또다른 맛이겠지만 대부분 우회해야 할 곳을 그냥 내려오니 어디 하나 쉽게 지나칠 곳이 없다. 단풍은 거의 끝나가지만 맑디맑은 물에 낙엽 띄워놓은 크고 작은 물웅덩이들, 저마다 하늘과 숲을 담고 겨울로 겨울로 맑아져 간다.
찍을 때 기분일 뿐 막상 보면 영 아니다 싶은 사진찍기에 또다시 골몰하는 나를 보고 아내는 저러다 또 해넘어갈라.... 싶은지 은근히 재촉하며 걱정하는 눈치다. 아닌게 아니라 삼계리쪽 산자락 끝을 보니 예상했던 2시간에 하산은 불가능할 듯하다. 결국 1/3쯤은 미답으로 남긴 채 계곡 옆길로 들어 하산한다.
잠시 발 담그고 삼계리에 도착하니 6시가 가깝다.
가는 길에 망향정 쉼터에서 본 운문호
끝물의 단풍 그늘 속으로 들어 슬슬 산행을 시작하다
이걸 보러 길을 벗어났다가 줄곧 계곡을 치오른다
계곡 자체도 제법 볼만한데 늦가을 정취까지 물씬하다
계곡을 따라 무작정 치오른다. 물많은 철이면 엄두를 못낼텐데...
여름이면 제법 폭포 행세를 하겠다...
저놈은 와폭이겠다.
숨 돌리며 암반에 앉아 돌아보니 가을이 깊고 깊다
주릉 오르는 지능선에서 굽어보니 아직 산빛이 제법이다
송전철탑 철거지에서 - 서 있을 땐 흉물이었겠지만 가고 사라진 자리는 좋은 조망대 구실을 한다
서담골봉 쪽을 돌아보다
우회하여 오른 암봉에서 - 고헌산과 백운산
옹강산 쪽을 보며
드린 바위 가며 - 운문령으로 이어지는 문복산 능선
드린 바위 너머로 보이는 산비탈에 이제 가을은 떠나고 없었다
문복산 최고의 전망대에서
하늘금이 아름다운 가지와 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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