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운문사 주차장 - 등심바위 - 주능선 - 범봉 - 범봉북릉 바위 전망대(왕복) - 딱밭재 - 천문지골 - 주차장(구석구석 다 기웃거리며 8시간 30분)
늦가을 단풍 끝물의 숲. 나무들 저마다 불꽃 치켜들고 아우성치던 숲이 차분해져간다. 불길 거쳐 온 희끗한 뼈마디 드러내며 정갈해져가는 시절의 나무들...
천문지골 상단이 그러했다. 현란하던 잎들은 대부분 다 내려 마른 이끼 덮인 어둔 바위들과 가파른 내림길에 수북이 쌓였다. 인적 흐린 단풍계곡 산행은 낙엽 산행이기도 했다. 발길에 짓이겨지지 않은 낙엽을 밟으며 가면 갓 태어난 길로 맨 처음 발을 내딛는 느낌이다.
남아있는 잎들은 연두나 투명한 연노랑빛이었다. 한결 성글어진 그 잎들 사이로 하늘이 든다.
내려오며 느끼는 천문지골은 학심이와 심심이, 가인이와는 또 다른 모습이며 분위기다. 심심이처럼 활짝 펼쳐진 너른 숲에 푹 파묻히는 게 아니라 적당히 좌우가 막힌 둥근 골짜기 속에 아늑하게 안겨드는 느낌이다. 제법 가파르고 이끼 덮인 너덜이 많은 상류는 신록철에는 좀 답답하겠지만, 지금은 그다지 별스럽지 않은 바위들조차 낙엽들로 뒤덮여, 곳곳에 꽃방석을 깔아놓은 듯 눈길 끌고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비라도 한번 지나가면 저 모습은 또 바뀔 것이다. 물바닥에 가라앉거나 흘러내려가 버릴 것이다.
급격히 경사를 늦추는 계곡 하류는 너른 암반도 드러내며 상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좌우의 능선도 시원스레 조망된다. 큰골 합수점 가까워지는 곳에선 작은 강자락처럼 흰 자갈밭도 일구며 큰골보다 더 넓게 펼쳐진다. 못골이라 부르는 천문지골 하류는 둑을 막아놓았는데 가파르게 쏟아지던 계곡의 물길이 갑자기 유속을 늦추며 갈 길을 잃은 듯 이리저리 펼쳐져 흘렀거나 못을 이루며 계곡물이 차올랐던 흔적일 게다.
문수선원 보이는 지점에서 날이 저문다. 어스름 내리는 솔숲길 사이로 드는 밤하늘이 아름답다... 운문사 불빛 건너보며 총총 하산하니 오늘도 가득한 하루...
본의 아니게 들어서 엿보게 된 운문사 후원의 아름다운 밤빛은 긴 산행의 보너스였다.
가는 길에 남산 휴게소에서
운문호를 지나며
조금 당겨본 옹강산
올려다본 등심바위
운문엔 심자 돌림이 참 많네. 다음 중 운문산 지역의 지명이 아닌 것은?
심심이 등심이 소심이 학심이...
오르며 굽어본 계곡
등심바위에서 보는 대비지 못
지룡산쪽
가지산쪽
굽어본 계곡
갈길이 멀구만...
능선에서 굽어본 운문사
범봉과 등심바위릉 사이의 계곡(못안골이라 부르는 듯) 상단 - 언제 한번 거슬러 오르고 싶당~~
다시 갈길을 올려다 보다
조망바위에서 점심 먹으며 굽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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