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Sommarnattens leende(Smiles of a Summer Night) (1955)
감독 : 잉그마르 베리만
대구 동성아트홀의 베리만 특별전을 통해 본 영화 중 하나.
북구의 여름밤은 칠흑같이 깊은 밤이 아니다. 그래서 사랑하기 좋은 밤이다. 여름밤의 박명은 곳곳에서 피어나는 사랑들에게 미소짓는다.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남자와 여자들은 아슬아슬한 짝짓기 게임을 벌인다 .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높은 패는 여자의 수중에 있다. 유혹하는 존재인 여자는 힘(권력)의 규칙과 질서를 무력화시킨다. 연극대사를 통해 백작부인은 말한다. 마음과 말과 몸, 이 세 개의 공을 던져올리며 노는 놀이가 사랑이라고 . 유혹은 사랑의 기교이며 남성적 힘의 질서를 흔들어 버리는 게임의 규칙이다.
밤이 지나면 세 번의 미소와 함께 아침이 온다. 다른 곳에 있었던 사랑은 제자리를 찾아가고 새로운 질서가 수립된다.
그러나 유혹의 시간도 갔다. 다시 밤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인 것이다.
사랑 게임의 중심에 서서 영화의 무게조절에 절묘한 균형추 역할을 하는 울라 야콥슨(데시레 역)과 하녀역의 배우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다.
예민한 성격에 어울리지 않게 베리만은 한때 코미디도 연출했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연상시키는 엇갈린 사랑에 관한 한여름밤의 한바탕 꿈같은 코미디다. 기지 넘치고 신랄한 대사, 희극적인 상황이 줄곧 웃음을 선사하지만 사랑에 대한 깊은 통찰이 곳곳에 진하게 배어있다.
56년 깐느에서 <최고의 시적 유머상>을 받은 영화답게 경박하지 않은 유쾌한 시정이 넘친다. 베리만이 너무 무겁고 어렵게 여겨지는 분들에게 입문용으로 추천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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