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stardust(2007)
감독 : 매튜 본
떨어지는 별에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지상의 존재들에게 별은 영원한 매혹이다. 늘 빛나는 표면이며 거울같은 심연이다. 별에게 자신의 운명을 묻는 점성술은 그래서 ‘별을 유혹’하는 기술이다.
네 개의 꼭지를 가진 별 이야기.
사랑하는 여자에게 별을 가져다주겠다며 나섰다가 별과 사랑에 빠지는 어리버리한 청년이 있고, 별을 잡아먹고 젊음을 되찾으려 혈안이 된 늙은 마녀들이 있다. 또 골육상잔을 밥 먹듯 하며 왕위다툼을 벌이는 스톰홀드 왕국의 왕자들과, 구름 속에서 번개를 사냥하는 하늘을 나는 해적들도 있다. 기발하고도 전혀 이질적인 캐릭터들이 얽히고설키지만 이야기는 거침이 없다. 지상에 온 별은 어쩌면,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만이 아니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별에 연루되는 꼭지들이 뿜어내는 기상천외하고 재미만점인 판타지의 광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랑에 빠지거나 잡아먹거나 어쨌건 별은 영원한 젊음이고 불멸이다. 별의 죽음은 노년과 함께 오는 게 아니다. 그냥 돌이 되어 사라질 따름이다. 그것은 사랑의 상실이며 젊음의 상실이다. 별의 푸른 빛 목걸이는 권력의 징표이기도 하지만 하늘의 붙박이 별을 지상으로 멀리 사랑의 여행을 떠나게 한 장본인이다.
이 영화의 유쾌한 놀라움은 전통적 판타지가 갖는 선과 악의 대립 구도를 젊음과 늙음, 권력과 자유 등의 복합적인 갈등 구도로 비틀어버린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고색창연한 사랑이 있다.
사랑을 잃은 별은 더 이상 별이 아니란 설정은 흥미롭고 설득력이 있다.
맺힌 구석이 좀 없어 보이던 클레어 데인즈가 별의 역할에선 제법 빛이 난다. 잘 어울린다. 미셸 파이퍼는 나이 들어도 여전히 요염하고 로버트 드 니로의 푹 익은 연기는 그저 즐겁다. 낯익은 얼굴이라 싶던 괴팍한 늙은 왕은 다름 아닌 <아라바아의 로렌스> 피터 오툴이었다. 무척 늙었지만 음울한 열정으로 빛나던 눈매만은 아직 살아있다.
스타더스트(stardust)는 별무리, 우주먼지, 그리고 황홀, 사람을 도취시키는 매력(장소) 등의 뜻이다. 영화에서 별이 떨어진 최초의 장소이자 운명의 만남이 이루어진 바로 그곳일 수도 있겠고, 찬란한 캐릭터들 모두를 가리키는 말이라 해도 좋겠고, 잠시나마 덧없는 황홀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 영화 자체를 가리킨다 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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