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 : 디센트 (2005)
감독 : 닐 마샬
피범벅이지만 플롯은 깔끔하고 상징과 은유는 풍부하다. 공포물의 형식을 빌려 인간을 깊이 통찰한다. 매우 잘 만든 영화다.
제목 자체(하강, 전락. 급습의 뜻도 있다)가 암시하듯, 인간성의 고양과 전락이 만나는 지점을 절묘하게 보여준다. 열린 결말부는 영화의 작품성을 한층 더한다.
또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보아도 훌륭한 영화다.
(멋진 포스터다. 여섯 여성이 손을 맞잡은 모습이 해골이라니...!)
나무늘보란 짐승이 있다. 동자가 보이지 않는 번들거리는 까만 눈을 가졌다. 그 눈은 캄캄한 구멍처럼 표면의 빛을 빨아들인다.
<디센트>의 지하 동굴도 일종의 구멍이다. 그 곳은 전인미답의 캄캄한 물리적 시공간인 동시에 빛이 꺼져버린 삶의 시공간이다. 그녀가 빠져드는 무의식의 심연이다. 거기엔 괴물이 산다. 괴물은 눈이 없는(맹목의) 육식동물이며 (절망과 분노를 먹고 자란) 살기로 충만하다. 구멍으로 깊이 빠져드는 상황 자체를 뜻하는 디센트(하강/전락)는 그러나 그 구멍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구멍의 끝에 닿아보는 것이기도 하다. 전락이란 끝까지 간다는 뜻이다. 되돌아설 길은 없다. 삶이 늘 그러하듯.
영화의 결말부는 구멍에서 벗어나는 두 방법을 딜레마로 제시한다. 죽느냐 사느냐 = 어떻게 살 것인가? 괴물보다 더 괴물스러워질 것인가,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구멍은 두 개였던가? 한 구멍만 확실히 벗어나려 한다면 다른 구멍에 빠질 것이다.
그것이 딜레마다. 정답은 없다. 구멍의 의미는 다시 질문의 날을 세운다.
그녀는 횃불(영화의 초반부에 꺼졌던 바로 그 불이다)을 치켜들어야 할까?
아니면 필사적으로 동굴 밖으로부터 오는 빛(역시 영화의 초반부에 꺼졌던 그 빛일까?)을 향해 달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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