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 : 숨 (2007)
감독 : 김기덕
꿈
김기덕의 영화는 대부분 우화적이다. 감독은 우화를 연출하거나 관조한다. 때로 신적 존재의 시선으로 말이다. 짓궂은 개입과 통제.
<숨>은 그런 자신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 영화는 소위 관음(觀淫)/훔쳐보기/엿보기의 시선을 정면으로 제시한다. 윤리적 접근이라기보다 종교적 접근에 가깝다.
(영화)예술은 일종의 관음/훔쳐보기이다. 그 속에서 숨결은 들고 난다. 모든 게 한바탕 꿈일지라도...
겹겹의 꿈
여자는 사계절의 벽지를 발랐다가 제 손으로 찢어내고 태워버린다. 사계의 방 안에서 춤추고 노래한다(겨울은 빼고).
감독은 카메라로 훔쳐본다. 그녀의 꿈을 훔쳐본다. 그건 그의 꿈이다. 그녀의 꿈을 훔쳐보는 그의 꿈이다. 우리는 감독의 꿈을 (훔쳐)보는가? 이 영화는 다분히 보르헤스적인 데가 있다.
한낱 장난/꿈/환(幻)이지만 되풀이한다. 아직 인간의 것이지만 사계절조차 그의 눈에는 한바탕 꿈. 그는 이제 사물의 꿈에 다가서려는 것인가...
숨
겨울은 가장 격렬한 정사와 밖에 있는 가족들의 눈싸움... 따위와, 부부가 같이 또 따로 부르는 노래다. 광대짓이 숨을 틔우는가?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녀는 숨쉴만하고 장진은 목이 졸린다. 그를 질투하는 어린 남자도 숨이 막힌다.
오분간의 죽음, 으로 풀려나는 것. 죽음은 일종의 뚜껑과 같다. 가득 차오르며 열리는 흰 세상. 그건 충분히 신비주의적이지만 살아남게 하는 큰 숨결/호흡일 수도 있다.
숨막힘, 숨 좀 쉬자...는 말. 그 숨의 다른 표현은 언어이기도 하고 몸짓/몸놀림이기도 하다. 오가는 말과 시선이 사라진 가족관계.
가슴 찢어지고 날개 꺾인 천사를 조각하는 여자. 어쩌면 찢어진 가슴은 숨을 틔우는 구멍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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