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애미랑재 - 낙동정맥길 - 통고산 - 임도 - 정맥길 벗어나 - 848봉릉 따라 길없이 무작정 - 휴양림 입구
정상에서
울진 통고산.
봉화 영양 일대의 산들과 함께, 지금은 오히려 발길 잦아진 강원도보다 더 깊고 멀게 느껴지는 이름이다. 대간 등의 산줄기 개념의 유행에 밀려 다소 낯설어졌지만, 부르는 것만으로도 힘찬 위세가 느껴지는 태백산맥의 심부에 속하는 곳이다. 또 정맥길이니 통고산 오르며 뿌린 육수는 몸 둔 방향을 따라 낙동강이 되어 남해로 들거나 왕피천이 되어 동해로 든다.
산행 코스는 단조로운 편이다. 올해따라 유달리 일찍 물오른 숲빛이 아름다운 심산유곡임에도 줄곧 조망이 트이지 않는다. 헬기장인 정상부조차 썩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그러나 오랫만에 인적 끊긴 깊고 깊은 산길 치고 나가며 능선따라 무작정 걷는 느낌이 좋았던 산행...
풍경이란
그 앞에서 혹은 그 속에서 우리 몸의 비밀이 하나 둘 끌려 나온다는 뜻이다. 무연히 자꾸 뱉어 내고 쏟아져 나오는 것들이 있으니, 풍광을 삼키고 만끽하는 줄로 알지만 그 반대였다. 때 이르게 닥친 봄빛에 끌려 나가 묵은 빛 고요히 소리치는 숲의 가장 높은 곳을 떠도는 웅얼거림들.
그건 봄빛에 굴절하는 내 넋의 묽은 그늘이거나 혼잣말같은 것일까. 언 땅 풀리듯 풀려난, 꼭꼭 짓눌러두었던 무의식의 추근거림일까... 어떤 말 못할 간절함을 겨울 지난 붉은 빛으로 글썽이듯 환한 저 자작나무 숲의 언저리에 풀어놓은 것일까.
한 번 몸 떠나 풀려난 것들은 거둘 수도 없고 돌아오지도 않을 것이다. 봄빛 속에서 내 영혼의 비밀을 엿보고 말았으니 더욱 걸음을 재촉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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