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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상권

창원 봉림산, 비음산(070411)

by 숲길로 2007. 6. 4.

코스 : 사격장 - 봉림산(정병산) - 내봉림산 - 비음산 - 날개봉 - 용추저수지 

 

봉림산 정상부

 

산도 시절도 다 좋았다. 아니, 시절이 좋아 산이 더 좋았던 걸까...

봉림산에서 비음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서로 다른 세 가지 맛의 조합이 훌륭한 코스였다. 조망 좋은 봉림산 암릉길, 제법 오르내리며 벚꽃동산으로 이어지는 조용한 솔숲길, 마지막으로 걸어온 길 돌아보며 환한 시야 펼쳐놓던 진달래능선 비음산 일대. 거기에 용추란 명성의 계곡까지 더했으니 산좋고 물좋은 근교 명산의 반열에 손색없겠다.

다만, 사격장 총소리는 물색 한층 달아오른 봄날의 산빛을 흐려놓는다. 바람소리 새소리 흘러가는 적막을 기대하긴 힘들다.  


봉림산은 경남도청 뒤쪽에 성벽처럼 길게 뻗은 암릉미가 좋은 산이다. 난공불락의 산중 요새같은 주흘 성채를 연상시키나, 대도시 창원의 동북방에 그닥 높지 않은 고도로 한일자로 뻗어 있기에 위협적이라기보다 벌판을 구획한 계획도시 진산으로 어울리는 시원스런 모습이다.

사격장에서 곧장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몹시 가파르다. 길지 않지만 꽤 진을 빼 놓는다. 그러나 일단 능선에 서면 조망과 암릉 오르내리는 쏠쏠한 재미에 힘들었던 기억은 금새 사라진다.

 


당겨본 주남저수지

 

 

 

능선에서

 

산릉 좌우 가파르게 흘러내리는 산줄기들 끝자락은 벌써 연두를 지나 초록이 물든다. 심심찮게 만발한 진달래도 정겹다. 가장 인상적인 건 비음, 대암, 용지봉을 거쳐 진해 불모산까지 이어지는 산릉이다. 둥근 연봉들이 겹쳐지며 사라지는 하늘금은 원주율 연습하는 자연의 기하학이라 할만큼 매혹적이다. 경주 단석산에서 고헌산을 향해가는 산줄기들을 바라보던 느낌이 떠오르지만, 여기서는 낮은 고도의 암릉에서 높은 산들을 올려다보기 때문에 단석산의 평화로운 정경과 달리 꽤 역동적으로 위압해 오는 맛이 있다.

봄날의 안개는 아쉽고 애틋하다. 먼 풍경을 자꾸 하늘로 묻으며 나른해진다. 무척산에서 보면 진해 방향으로 올망졸망 아름답던 산흐름들이 바로 이 일대의 모습이었을 텐데.... 또 많이 기대했던 철새천국 주남 저수지의 물빛조차 흐려서 더욱 멀다. 그 너머 부곡 창녕 일대의 산들 조망도 아쉽다. 하늘 높아지는 가을쯤 한 번 더 올까...?


내봉림 너머부터 조금 속도를 내 본다. 벌거숭이 벚꽃동산(이름 참!) 안부인 비음령까지 굽이치며 이어지는 솔숲길은 더없이 호젓하다. 조망 없어도, 오르내림 제법이어도 즐겁기만 한 길이다.

벌거숭이 벚꽃동산부터 비음산까지는 산성길 옆으로 이어지는 진달래 군락지다. 용추계곡 봄빛의 오색 물결 위로 연분홍 꽃구름이 흐른다. 조망 좋고 여유로운 길, 비음산의 연중 호시절은 지금이 아닐까...      

팔각정자가 있는 비음산 정상에 서니 불모 - 장복 능선이 비로소 윤곽을 드러낸다. 무겁지 않게 가라앉는 안민고개 양쪽으로 제법 우아한 실루엣이다. 낮게 엎드린 여체의 등줄기 같은 모습이지만 안개에 흐려 육감적인 맛은 없다. 그저 고요한 유혹...


비음산 날개봉(저 이름도 참!)을 한 번 더 치오르고 정비 잘 된 길을 따라 내려서니 용추계곡 입구. 잠시 거슬러 계곡으로 내려선다. 가문 철인데 물이 제법이다. 깊진 않으나 협곡의 그윽함도 느껴진다. 아직 물시린 4월, 올해 첫 탕을 개시한 개운함을 만끽하며 총총 하산...  

 

 

능선에서 

 

벌거숭이 벚꽃동산 오르며 본 왼쪽 계곡  

 

비음산 내려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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